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2
김아로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한줄평

본격 샐리 영업 소설


솔직히 말하자면 캐릭터를 내세운 책은 내 취향이 아니다. 귀여운 캐릭터들을 좋아할 만큼 말랑한 성격이 아니며 항상 베스트 셀러 매대를 차지하고 있어 한 번씩 들춰보면 내용과 제목이 무슨 상관일까 싶을 정도로 나한테는 와 닿지 않았다. 서평단 활동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접해보지 않았을 캐릭터 소설. 꽤 큰 별점을 부여하고 싶은 이유는 이 책으로 인해 내 취향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 편견을 깨주었다는 것.

몇 해 전 읽은 어떤 소설에 대한 감상으로 '킬링타임용 소설이었다. 하지만 책으로 시간을 죽이고 싶지 않다.'고 쓴 게 기억났다. 나는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많았다. 재미, 정보, 허세 등. 가장 일반적인 책의 두께는 보통 300p~400p 사이로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소설 기준 내 속도로 완독하는 데 2~3시간 걸린다. 러닝타임이 2시간 살짝 넘는 영화와 비교했을 때 콘텐츠를 즐기는 데 있어 비용과 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킬링타임으로도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비용은 비슷하더라도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내 머릿속에만 저장되는 영화와 달리 책은 책장에 꽂혀 나라는 사람을 대변하기도 하고 이사할 땐 짐이 되기도 하기에 그 기준이 높다.

얼떨결에 받아든 긴 휴가와 코로나의 만남으로 인해 집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하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또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 요즘 내 마음이다. 하이틴 영화를 줄이어 봤다. 생각 없이 봐도 좋고 맥락이 없어도 웃으며 넘길 수 있어 재미가 보장된 여가를 보내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던 중 책도 가벼운 류를 읽고 싶었다. 내 책장은 취향이 확실한 주인 탓에 칙칙하다.

몇 가지 선택사항 없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영화도 애니메이션은 잘 안 보는 내게 캐릭터 소설은 생소했다. 등장인물들을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외국 소설이라고 생각하자는 태도로 바뀌니 시트콤처럼 느껴졌다. 읽어 내려갈수록 드는 생각은.. '나 이런 거 좋아하네?' 였다. 일단 주인공 샐리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샐리와 함께하는 친구들의 일상이 힐링을 선사한다. 왜 그렇게 힐링도서...힐링도서... 하는지 이해가 됐다.

지난 2, 3년간 내 삶의 모토는 열심히 살지 않기, 나태하게 살기였다. 현재는 그런 삶의 태도에 질려 다시 열심히 살고 있지만 지난 삶의 모토를 아주 버린 것은 아니다. 그래서 샐리가 사는 방식이 반가웠다. 책에서 나와 비슷한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위로받을 일이 없음에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읽다 보면 라인타운의 샐리와 친구들을 응원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내가 이런 동심을 가지고 있었다니... 디즈니나 카카오샵에 가면 귀엽다, 예쁘다 연발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심드렁하게 서 있었던 나였는데 앞으로 길거리에서 샐리를 마주친다면...반가울 거 같다. 취향의 폭이 넓어지는 건 좋다. 내가 행복해질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는 거니까. 나는 읽어보니 힐링도서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덮어놓고 피하지 말고 읽어보고 취향을 알아가야지. 샐리에게 배웠다.


샐리는 텅 빈 종이를 그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P23

나, 샐리의 새해 계획은 작년처럼 살기! - P30

샐리는 생각했다. 오늘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아버린 건 바로 샐리에겐 샐리라는 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결심했다. 오늘부터 샐리, 나 자신과 친해지기로. - P57

모든 직장인이 오로지 휴일만 기다릴 정도로 매일 출근하는 걸 힘들어 한다면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고 이틀은 집에서 일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날 해야 할 업무를 다 마쳤는데도 정해진 근무 시간을 채워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샐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 P110

샐리와 함께라면 아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고 하는 호불호 없는 브라운이겠지만. - P178

일단 해보지 뭐. 너무 열심히는 말고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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