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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보아뱀 속 코끼리
양이 든 상자
우리, 어른들의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평가할 때 그 사람의 목소리,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 사람의 객관적인 조건으로 쉽게 그 사람을 평가한다.
무언가를 물어보면 끝까지 대답을 들어야 하는 어린왕자. 장미에게 가시가 왜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주인공은 비행기를 고치는 일이 중대한 일이라며 이를 무시한다.
나와 아이의 대화를 보는 것 같다. 나도 나의 아이들을 상처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꽃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해.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는 애정이 있어.
이 말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불쌍한 사람이었는데 난 말로만 판단했다. 나의 아내도 말보다 행동을 봐야지
어린왕자는 조그마한 별들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는 우스꽝스러운 어른들이 있다.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슬픈 것을 잊기 위해서이고 술을 마셔서 슬픈 어른. 너무나도 중요한 것을 하느라 얘기할 시간도 없는 어른.
딸아이가 말했다. 동생이랑 같이 문 두들기는데 공부한다고 문도 안 열어주고! 나는 어린왕자의 방문을 중요한 일을 한 다는 이유로 거절한 어른이 아닐까.
길들여진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오직 하나 뿐인 존재가 되는거야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게 더 좋을거야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길들인다면 나에게 하나 뿐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내 안경도 기스가 난 안경이지만 내가 길들여서 하나뿐인 것이다
사람은 창밖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관계를 맺어야 알 수 있다는 신영복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어떤 것은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오랫만에 읽고 나니 마음이 맑아진다. 어린왕자가 던진 의문들을 딸아이가 나에게 던지고 있었다. 이성의 언어가 아닌 감성의 언어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