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북스타그램에서 올해의 책으로 많이 꼽았던 이상한정상가족. 사 놓은지 일 년 만에 드디어 읽어보았다. 2019년 나의 마지막 책.


그동안 체벌에 찬성 했었다. 체벌이 있는 집에서 자랐고 학교에서도 체벌이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 몽둥이 가져와. 야, 너 좀 맞아야 정신 차리겠다 이런 류의 농담도 참 많이 했었다. 어떻게 체벌 없이 아이를 훈육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봐도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역대 최악의 아동혐오 세대. 아마 바로 지금의 2-30대라고 생각한다. 노키즈존이 당연시 되고 맘충이란 단어를 만들어냈으며 출산율은 역대 최하를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올릴 수 있을까? 일부 사람들은 낙태를 금지시켜야 하고 피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늦은 결혼을 문제 삼기도 하고 비혼이 이 문제에서의 주원흉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정말 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이런 생각을 과거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도 했었다. 성교육과 피임, 낙태, 이혼은 금지되고 아이를 많이 낳으면 훈장과 재정적 지원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에겐 독신세와 벌금이 도입되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결혼비율은 늘지 않았고 출산율은 오히려 줄었으며 인구역시 줄었다.

문제 해결의 모범적 사례로 손에 꼽는 스웨덴은 어떨까. 성교육을 중시하고 피임과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여성이 일과 양육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않도록 하고 사회가 양육의 부담을 나눠가졌다. 한국에선 출산, 육아휴직 때문에 여성채용을 꺼리지만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써야하는 스웨덴에선 굳이 여성의 채용을 꺼릴 필요가 없다.(!) 그 결과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인구유지가 가능한 수준인 2.0 안팎에 머무르게 되었다. 앞선 두 사례를 지켜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출산지도나 만들고 있다.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올해의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그동안의 낡고 구시대적인 생각을 고칠 수 있었고 반성과 함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특히 2세 계획을 갖고 있는 이에게나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물을 해서라도 꼭 읽어보게 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범준 #관계의과학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통계물리학은 많은 구성요소들이 모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할 때, 전체가 어떤 거시적인 특성을 만들어내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의미를 찾는 학문이다.

시민저항운동이 비폭력의 양상을 보였을 때, 참여자의 숫자변화와 운동의 성공유무를 분석하기도 하고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활동을 분석하여 각 의원 간의 친밀함을 찾아 내기도한다.

다소 엉뚱해 보일 수 있는 통계와 분석들을 통해서 성찰하는 사유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유용하다고 말한다.

 

내가 제일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개미에 관한 이야기였다.

물리학에 페르마의 원리라는 것이 있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빛이 진행하는 경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원리다. 빛은 두 지점을 잇는 경로 중 가장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경로를 택해 이동한다고 한다. 놀랍게도 개미 역시 집에서 먹이까지의 경로 중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리는 길을 택한다. 마치 페르마의 원리같이 말이다. 개미는 다른 개미가 남긴 페로몬을 따라 이동하면서 자신도 페르몬을 남긴다. 오래 걸리는 경로에 남긴 (휘발되고 남은)페르몬보다 짧게 걸리는 경로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남긴 페르몬의 양이 훨씬 많기에 최소시간 경로를 찾아낸다고 했다. 각각의 단순한 행동 규칙만을 따라도 집단전체는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커다란 목표가 있을 때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단순한 목표로 치환해 생각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에 반응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주변 동료들과의 소통의 중요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와 통계를 두고 시작하는 통찰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고, 고리타분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물리학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이나 없앨 수 있었다.

 

저항운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인구의 3.5%가 넘는 ‘모든’저항운동은 성공했다는 것이다. 3.5%가 적은 숫자는 아니다. 5,000만 명이 넘는 우리나라라면 거의 200만 명. 미국이라면 무려 1,000만 명이 넘는 순자다. 흥미로운 점은 더 있다. 3.5%를 넘긴 모든 저항 운동은 하나같이 다 비폭력적이었다는 점이다. 즉, 비폭력 저항운동의 성공률이 더 높을 뿐 아니라, 참여자의 숫자도 더 많았다. 비폭력 저항운동의 평균 참여자 수는 폭력적인 저항운동의 무려 4 배였다.

- P40

음악이든 그림이든, 아름다움은 결국 누적된 체험의 결과다. 준비된 사람만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각자의 누적된 체험이 다르니, 아름다움은 서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게 아름답다고 남들에게도 그럴 이유 전혀 없고, 모두가 감탄하는 명작에 공명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탓할 이유도 없다.

(...) 물리학자로서의 장점도 있다. 붉은 노을과 쪽빛 가을 하늘, 전혀 다른 하늘의 이 두 색을 공기 중에서의 빛의 산란으로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깨달음은 이전에 느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해치지 않는다. 거꾸로다. 오히려 아름다움을 훨씬 더 경이롭게 만든다. 한쪽 눈으로만 보는 아름다움보다, 두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 더 풍성하듯이 말이다. 과학은 세상의 여전한 아름다움의 다른 면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눈이다. - P152

젊은 청소년들이여, 물리학을 공부하라.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 혹은 물리학 성과를 멋지게 산업화하기 위해서일 필요가 전혀 없다. 바로 물리학의 눈으로 본 세상이, 그리고 물리학 자체가 눈이 시리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물리학을 통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이 저 우주 어디선가 초신성의 폭발로 만들어진 바로 그 원자임을 깨닫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지금 창밖에 보이는 눈부신 햇빛이 어떻게 어디서 만들어져 어떤 과정을 통해 내 눈에 들어오는지 아는 사람은, 또 따사로운 햇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더 잘 알 수 있다. - P3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해울 #기파

한국 과학 문학상 장편부분 대상작. 지난해에 김초엽이라는 작가를 발굴해 냈고 이번엔 박해울이라는 작가가 나타났다. 90년생 젊은 작가.
로봇과 사이보그가 공존하는 가까운 미래. 초대형 우주 크루즈 오르카호는 예상치 못한 운석을 만나 난파하게 되고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승객들은 죽어간다. 지구에서 찬양받는 유명한 의사 기파가 그 크루즈의 의무실장이었고 그 상황에서도 사명감 있게 환자들을 간호한다고 성자로 찬양받고 있었다. 기파를 구해주면 엄청난 포상금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 주인공 충담은 그를 찾아 나선다.

신라시대 때 충담사가 화랑인 기파랑을 찬양, 추모하려고 쓴 향가 <찬기파랑가>.
그가 정말 찬양받을 인물이었는지, 화랑은 맞는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기록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거기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완벽한 인간 승무원이 서비스를 책임진다는 최고급 크루즈. 완벽하지 않은 인간 사이보그는 그림자처럼 숨어 비공식 통로로 다니며 일을 한다.
교통사고에서 다수의 인원과 소수의 인원. 어느 쪽을 살리고 누구를 포기해야 하는가. (극 중 인공지능 경찰은 교통사고를 예측해 46명의 버스 승객을 살리고 3명의 택시 승객을 희생시킨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이 나타날 것인가.
인격적으로 (인간보다 나은) 훌륭한 로봇이 나타난다면 우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왜곡된 진실을 내버려 둬도 좋은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가독성이 좋았다. 반전도 좋고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조만간 다가올 미래에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 송민령의 공감과 소통의 뇌과학
송민령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뇌과학자 송민령이 알려주는 뇌과학 이야기.

그동안 뇌과학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막연히 추측만 해왔다. 쥐에게 먹이를 주고 뇌를 관찰, 어떤 부분에서 어떤 세포가 활동하는가 이런 분석만을 생각했었다.

뇌과학은 뇌를 포함한 신경계 전체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신경계의 원리를 탐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로 신경계와 직접 관련된 측정 가능한 대상만을 다룬다.
뇌과학 안에도 세포생물학 실험을 많이 하는 분야, 동물이나 사람으로 인지 실험을 많이 하는 분야, 컴퓨터 모델링이나 인공지능과 관련이 깊은 분야, 정신 질환과 관련이 깊은 분야 등 여러 하위 분야가 있다.
저자는 뇌과학이 나를 이해하고, 너를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도록 돕는 학문이기를, 인간이 이런 존재일 때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데 기여하는 학문이길 바란다고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줄무늬 원피스 사진이 예로 실렸다.
파란색, 검은색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흰색, 금색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의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투영해서 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났다고 한다. 우린 원피스가 어떤 빛깔의 조명을 받고 있는지 추론을 통해, 각자의 경험을 대입해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인간의 경험이 다르기에 우린 각자 다른 인식을 가지게 되고 자기만의 뇌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게 된다.
그 원피스 색처럼 오늘의 나의 경험이 내일 나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지.

책 제목에서부터 시작된 질문 여자의 뇌, 남자의 뇌의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생물학적 성별의 차이보다는 고정관념이나 문화에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남성이 여성보다 공간지각 능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모계사회에선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뇌의 부피 역시 성별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사회적 편견을 확인할 수 있는 주제(타고난 능력과 성격차이)에 관심을 주는 바람에 극명히 보이는 신체 차이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여기서 또 내가 좋아하는 김승섭 교수님이 잠깐 등장했다)
.
자칫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뇌과학 이야기지만 저자는 친근한 예를 들어 들려주고 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시선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p.89 하루 24시간:빛의 리듬, 삶의 리듬
땅거미가 지고 별이 하나둘 보일 무렵이면 동물도 사람도 집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밥을 먹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잠들었다가. 아침 햇살을 맞으며 눈 뜨는 것이 그 무렵에는 당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내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는 그런 삶이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밤이면 쉬어야 하는 호모사피엔스인데도, 잠자는 시간에 죄책감을 느끼고, 잠자는 시간을 아깝게 여긴다. 눈부신 문명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유인원인 우리에게, 평안한 저녁이 당연한 사회가 찾아오기를.

p.94 협력하는 두 뇌의 동기화
두 사람이 서로 공감할 때도 뇌 활동에서 비슷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따라 하는데, 뇌는 얼굴의 근육을 통해 나의 감정을 추론하기 때문이다. 즉, 타인의 표정을 무심코 따라 하면서, 나의 감정(뇌 활동)도 상대의 감정(뇌활동)과 어느 정도 비슷해 질 수 있다.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어떤 식으로든 뇌를 변화시킨다.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 할 때, 협력할 때, 공감할 때, 상대방과 동기화 된 나의 뇌 활동은 나의 뇌를 변화시켜왔다. 오래 함께한 부부가 서로 닮아가는 것, 닮고 싶은 사람과 가까이 지내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초엽 #우리가빛의속도로갈수없다면

포항공대(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한 93년생 젊은 작가. 호평뿐인 작가여서 기대반 의심반으로 읽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정세랑작가의 추천사도 있었고 말이다.

책속엔 장애인, 비혼모, 노인, 여성과 같은 약자와 타자들이 가득하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먼 미래에는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행복할 것인가. 과학 기술은 그 소외되는 이들을 어떻게 감싸안을수 있을까. 과거에도 현재에도 있는 사회문제들이 미래에는 없을까?

사실 모든 단편들이 오래 여운이 남았다. 제일 오래 생각한건 스펙트럼. 루이의 모습, 할머니의 모습, 그리고 그가 남긴 아름다운 색채가 담긴 종이들까지. 외딴 별에 홀로 떨어진 지구인을 보살피는 외계인 루이. 내가 희진이라면, 루이라면, 혹은 그 손녀였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정말이지 책장을 넘기기 아쉬웠다.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진 나의 인류애가 충전 되는 느낌. 어쩜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을까. 정세랑 작가님의 추천사가 크게 와닿는다.
“마음을 다 맡기며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서 벅차다.’’
나도 그렇다. 이 작가님의 책이라면 나도 걱정없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을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