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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엄마의 떠돌이 육아 - 격렬하기 짝이 없는
유복렬 지음, 세린.세아 그림 / 눌와 / 2015년 12월
평점 :
무조건 아이를 감싸고 이해하는 '훌륭한 엄마' 가 되는 것
보다는,
엄마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속 깊은 아이'로 자라도록 돕는 것이
엄마와 아이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육아 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외교관 엄마의
현실
저는 오랜 시간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세계 곳곳을 다니며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자라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쳐 꿈을 접고 제 바램과는 전혀 다른 붙박이(?) 철밥통 직장에
들어왔지만,
항상 외교관의 삶에 대한 동경이 있었죠.
그러던 제가 외교관 엄마의 육아책을 만나게 된 거에요. 당연히 두 눈에서 하트 뿅뿅~ 단숨에
읽어내려갔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외교관은 훨씬 더 힘든 직업이더라구요.
특히 엄마가 된 이후엔 말이죠. 제가 외교관을 꿈꿀 때 엄마가 된 제 모습은 없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네요.
저자는 외교관을 떠돌이라고 표현해요.
특히 직급이 올라가면 더 심해진다고 하네요.^^;;
그에 맞는 외교부 본부의 보직은 한정되어 있으니 보직을 받지 못하면 본부로 들어오지 못하고
계속 재외공관을 떠돌 수 밖에 없기 때문이래요.
부부 중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 없이는 계속 근무하기 어려운 직장이더라구요.
또 험지에서 뎅기열로 어린 아이를 잃거나, 풍토병, 말라리아 등으로 가족이 불구가 되는
경우도 있고
치안, 의료, 교육 시설이 열악한 환경의 근무지가 많아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네요.
그러고 보면 저자는 프랑스, 미국 등 모두가 선호하는 근무지에서 근무했으니 운이 좋았던
경우에요.
저와 신랑도 결혼 당시부터 약속한 것이 있어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족은 한 지붕 아래
살기!
저자의 부부와 같은 생각이죠. 조기 유학, 기러기 아빠 다 부질없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례를 읽으며 외교관이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들고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육아천국 프랑스, 맞벌이
엄마
저자의 프랑스 체류기를 들어보면 프랑스는 정말 육아천국이라 할 만 하네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시스템은 전적으로 공교육에 일임한다고
해요.
대학교 서열이 있어 어린 시절부터 경쟁에 놓이게 되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가엾더라구요.
무자비한 사교육비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부모님들도 안타깝구요.
하지만 이 책에서 공감한 부분이 있어요. 이런 사교육 열풍은 결국 부모들이 만든
거라고.
능력 있고 많이 배운 엄마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케어하면서
그 능력들이 아이에 대한 교육열, 다양한 사교육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구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떼놓고 직장을 나온 저는 항상 죄인같은 마음이었는데
유복렬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많은 힘을 얻었어요.
내 능력을 직장에서 발휘하고 돈을 번다는 것이 아이에게 미안한 일만은 아니더라구요.
내가 만약 집에서 아이들만 케어한다면 아이의 교육에 과한 관심과 욕심을 가질 것 같은 불안도
들구요.
어느 선 까지는 아이들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조기교육이나 과도한 사교육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소신을 지킬 수 있었던 큰 원동력(?) 이 바로 제가 시간이 없어서 인 것 같기도
해요. ㅎㅎ
프랑스 유치원과
훈육
또 프랑스는 유치원에서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무상 보육을 실시한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어린이집이 있지만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맡길 수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참
부러웠어요.
특히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 친구들이 대부분 엄마가 집에 계셔서 일찍 하원하는데
혼자 늦게까지 남아 있거든요.
그런 아이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저도, 아이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는 선생님도 참
안타깝죠.
프랑스 부모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요.
특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에 엄해서 공개적인 장소에서 체벌도 가한다고
하네요.
저는 아이에게 체벌을 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는 점에선 적극 동의합니다.
물론 대다수의 프랑스 부모들은 저보다 기준이 훨씬 높은 것 같았지만요.
버터를 접시에 덜은 후 빵에 발라야 하는데, 바로 빵에 바른 것으로 아버지에게 심하게 꾸중을
듣는다던가.
저는 위험해서 다칠 수 있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 외에는 자유롭게 두려고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외출해서 다른 아이들을 보면 그 최소한의 영역 조차도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심지어 아이가 우리 테이블에 와서 음식을 먹고 그릇을 뒤집어도 사과 한 마디 없는 부모도
봤어요.
'노 키즈 존' 에 대해서 찬반 의견이 부분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어림에도 불구하고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아이 때문에 방해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도 전적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 또한 '다름' 을 인정하는 것 아닐까요?
프랑스의 'Made in France' 명품 만들기 비법을
아세요?
프랑스 사람들은 뭐든 하나를 만들더라도 유독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해요.
일을 빨리 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는 사람들 같다구요.
집 한 채 짓는 데도 몇 년씩 걸리고, 핸드백 하나 만드는 데도 몇 달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는 프랑스의 뚝심이고 자존심인 거죠.
빨리빨리를 외쳐대는 우리 사회와 참 많이 다르죠?
저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아이들 만큼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최고의 가치를 가진 명품으로 키우고
싶어요.
벼룩시장으로 본 프랑스와
미국
저자는 벼룩시장과 일회용품 소비습관에서 본 프랑스와 미국의 차이를 이야기했어요.
프랑스 사람들은 높은 가격을 치르더라도 좋은 제품을 구입해서 오랫동안 아끼며 사용한다고
해요.
또 제품을 살 때도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며 제품에 대해 토론하고 가격 흥정을 한대요.
수다쟁이 프랑스인 이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아껴 사용한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지역 벼륙시장에서 팝니다.
사실 판매 보다는 새 주인을 찾아주는 개념의 장터지요. 아주 저렴한 가격을
받으니까요.
저자는 두 딸과 벼룩시장에서 멋진 물건들을 굉장히 많이 찾아낸 것 같았어요.
하지만 미국의 파티문화는 몸에 안 좋은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 음료들을 일회용기에 담아 먹고
마신다고 해요.
그리고 쓰레기는 분리 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버려지고요.
우리나라도 미국과 비슷한 소비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참 아쉽죠.
저만 해도 물건을 살 때 신중하게 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너무도 쉽게 사버립니다.
그리고 물건은 아주 빨리 소모되고 쓰레기가 되어버리죠.
앞으로는 물건을 구매할 때 신중하게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할 생각이에요.
명품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었을 때, 내 물건들은 온통 추억이 깃든 명품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조기유학,
영어교육
조기유학, 영어광풍에 대한 저자의 의견도 읽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는 영어를 곧잘 하는 진정한 한국인이 훨씬 더 유망하다고 해요. 그리고
저도 적극 공감합니다.
한국어가 확실하게 되고 한국 문화와 한국 사회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분명한
한국인으로서 영어를 잘해야 경쟁력이 있지,
한국어
발음이 불안정하고 표현도 시원치 않고 한국 문화도 잘 모르는 한국인이 영어만 유창하게 해서는 별다른 강점이 없다는
것이죠.
조기 영어교육에 쏟아부을 에너지와 비용으로 좋은 동화책 한 권을 더 읽어주는
것이 아이의 발달에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일화를 읽으며 느낀 것인데 외국어를 잘 하는 비결은 그냥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나이도 상황도 핑계가 될 수 없는 거죠.
그 분의 프랑스어 공부를 하는 성실한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실 저도 막상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영어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사실 대학교도 외국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과라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토플과
토익점수도 고득점을 받았답니다.
그런데 전공과 관련없는 직장에 들어와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10년이 훌쩍 지나자 영어바보가
된 거에요.
얼마 전 외국인을 상대로 간단한 업무 대화를 나누는데 어찌나 식은 땀이 나던지요.
이제 큰 아이가 7살이 되어 영어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해도 될까 고민 됩니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미루고 있었는데 반기문 총장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바쁜들 이 분에
비할까 싶더라구요.
외국어는 항상 공부해야 하는 것 같아요.
엄마
역할
큰 딸 세린이는 9살 때 혼자 일어나 시리얼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옷을 갈아입은 뒤 버스를
타고 등원했다고 합니다.
20분의 잠을 포기할 수 없어 엄마는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또, 두 딸은 엄마가 퇴근하기 전에 숙제, 준비물을 스스로 다 챙겨놓고 저녁 먹은 후엔
엄마와 함께 운동을 했다고 해요.
주말마다 엄마가 늦잠을 실컷 자도록 협조하고 딸들이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원두커피를 내려
대접했다고 하구요.
아마도 저자는 전생에 왕국을 여러 번 구한 것 같죠?
하지만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느끼는 것인데요.
아이들은 희생적인 엄마보다 행복하고 자신을 많이 사랑해주는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기꺼이 행복하게 희생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무리하면서까지 희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엄마도
소중하니까요.
그래도 소풍 전날 2차까지 이어진 회식 탓에 3시간 밖에 못자면서 아이들 소풍 도시락을 싼
엄마,
12살때 집에서 각종 한국요리를 만들어 진짜 생일파티를 열어준 엄마.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엄마 역할 톡톡히 했던 저자. 존경스럽네요!!
이런 엄마의 사랑을 아이들도 듬뿍 느꼈으리라 믿어요..^.^
키즈카페
요새 키즈카페 참 많이 생겼죠?
날씨도 추워 야외활동도 오래 하기 어렵고, 우리 가족도 요새는 키즈 카페에 종종
간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만 눈높이를 맞춰 다니다 보면 아이가 자라는 동안에는
부모의 취미나 취향 따위는 으레 포기하게 되지요.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땐 어쩔 수 없다고, 아이들이 다 자라면 그 때 내 생활을 즐겨야지 하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저자는 '그래도 될까? 부모도 즐겁고 아이도 즐거울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고
아이들을 동반해서 열심히 여행과 등산을 다녔다고 해요.
예전엔 저도 무조건 아이에게 맞추고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가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모두 함께 즐거웠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더라구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국과 프랑스의
육아방식, 외국어 공부방법 등이 궁금했어요.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니 그런 것보다는 어떤 엄마든지
육아는 비슷하다는 것,
엄마가 외교관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그리고 육아는 장기전이며 엄마와 아이가 모두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
일하는 엄마라도 아이들은 충분히 잘 자란다는
것,
아이들을 믿고 지켜보며 난 내 일을 열심히 하자는 것
이에요.
워킹맘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책이라 참
좋았어요.
유쾌, 상쾌, 통쾌한 외교관 엄마의 육아서, 적극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