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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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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쁜 책 한 권을 만났어요.

믿을 수 없는 만남, 황선미 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의 <인어의 노래>.

고급스러운 양장본 +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멋진 책을 보니~ 감탄만 나오더라구요.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눈 앞에 두고 읽기도 전에 설레는 기분, 다들 아시죠?

딸 아이도 보자마자 자기가 갖고 싶다고 하네요.

제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데, 고민이네요. ㅎㅎ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이 이야기마다 수록되어 신비로운 느낌을 가득 담고 있는 책.

내용도 환상적인 유럽 민담이라 정말 잘 어울려요.

그림마다 나오는 소녀는 제 생각이지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자신의 어린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이 소녀는 항상 책을 들고 있고, 이야기 속의 인물과 소통하면서도 거리를 두고 있거든요.

 

이 책은 10편의 유럽 민담이 담겨 있어요.

 

첫번째 이야기, 고사리꽃 <폴란드>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행운은 인간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

오랜 집념 끝에 얻은 행운, 그렇지만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부모와 형제를 외면하고 잘 살아 보려 하지만 야첵은 절대로 행복해지지 않았고,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돌아온 그를 가족들은 기다려주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어렸을 때는 나만 잘 살면 될 것 같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기쁨이든 슬픔이든 함께 나눌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걸 깨닫게 되요.

야첵이 얻은 행운은 나눌 수 없기에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았던 거죠.

 

두번째 이야기, 왕이 된 농부 <폴란드>

너무 착하고 다른 사람을 잘 도와주어 바보 취급을 받는 가베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별다를 것이 없지 않나요?

우리 아이는 친구에게 뭐든지 양보해서 속상하고 걱정이라는 엄마들이 많잖아요.

저도 첫 아이를 키울 때는 그런 아이 성격이 싫었답니다. 좀 더 야무지고 자기 것을 챙길 줄 알길 바랬죠.

그런데 둘째를 낳고 보니 첫째 아이의 그런 성격이 참 감사하더라구요.

이 이야기를 읽고는 더욱 그 생각을 굳혔습니다.

남들에게 베푸는 것이 당장은 손해로 보이더라도 먼 미래엔 몇 배로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신께서는 당신이 창조한 모든 걸 잊지 않으시지.

가베우의 이 말이 와 닿네요. 힘들 때마다 되새겨야겠어요.

 

 

세번째 이야기, 인어의 노래 <폴란드>

어부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은은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들었고 행복한 꿈을 꾸었어요.

다만 그것이 인어의 노래라는 걸 몰랐을 따름이지요.

밤마다 아름다운 인어의 노래를 들으며 잠들 수 있다면? 너무 신비롭고 행복한 일 아닌가요.

그런데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잃기 전에는 잘 모르잖아요.

이 책에 나온 어리석은 어부와 사제 또한 그랬답니다.

감사함을 잊은 나머지 인어를 잡아 왕께 바치겠다는 욕심을 가지게 되었고, 거칠고 못되게 굴었죠.

결국 인어는 떠났고 마을 사람들은 다시는 인어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답니다.

 

 

네번째 이야기, 황금오리 <폴란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고 혼자가 되니까 더럭 겁이 났지만 뒤돌아보지 않았어요.

돌아가 봐야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무서워도 끝까지 가 보는 수 밖에요.

루텍이 황금오리를 찾아나설 때의 마음가짐을 보면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는 이런 간절한 마음이어야겠구나 했어요.

그리고 그 간절함으로 원하던 것을 얻은 루텍.

금화 100냥을 절대 다른 사람을 위해 쓰면 안된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늙은 거지에게 금화를 주고 말죠.

그리고 행운과 금화는 모두 사라집니다.

젊은이, 행운을 잃었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그 기회로 루텍의 인생은 달라지죠. 진짜 행운은 금화가 아니라 그런 게 아닐까요? 내 인생이 바뀌는 계기, 그 기회.

 

 

다섯번째 이야기, 밀랍 아가씨 <프랑스>

당신이 아니면 나무인형은 그저 나무토막에 지나지 않을거요.

솜씨가 좋은 노부부가 서로에게 해주는 말을 보면서 부부는 이렇게 살아야지 싶었어요.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장점을 칭찬하면서 살았기에 오랜 시간 아이 없이도 사이좋게 살았고, 결국 소중한 딸까지 얻게 된 거겠죠!

뛰어난 작품은 요정까지 감동시킨다네요. 간절함은 세상을 감동시키죠.

 

 

 

 

 

여섯번째 이야기, 작은 정어리 <프랑스>

언젠가 나도 이 작은 세상을 떠날 거에요.

작고 작은 나를 소녀가 알아본다면.

너무너무 안스러운 소녀 앙토닌.

부모가 있지만 고아나 마찬가지에요.

날마다 일거리가 없다고 푸념하는 아빠, 늙어서 일하기가 어렵다며 네가 일을 하라는 엄마.

착한 앙토닌은 대신 일거리를 찾아다니죠.

아이가 일을 하는 동안 엄마는 잠만 잤어요. 가난을 잊으려면 자는 수밖에 없다면서요.

가난에 찌든 집에서 태어났지만 이런 부둣가에 어울리지 않는 아가씨.

행운이 따른다면 신분이 바뀔 지도 모르잖아요.

소원을 들어주는 정어리를 만난 앙토닌, 정어리 덕에 집은 점점 부유해지지만..

아이가 기쁜 소식을 전하기 전에 고단했는지 치우지도 못하고 매번 잠드는 부모.

엄마는 정어리의 도움으로 큰 부자가 되었는데도 누더기 차림의 거지가 벌벌 떨면서 손을 내밀자 매몰차게 뿌리칩니다.

그 거지는 정어리였고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에요.

왜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을 금방 잊을까요. 왜 처음부터 모든 걸 가졌던 것처럼 가지지 못한 자의 아픔을 몰라줄까요.

앙토닌은 부자가 되었을 때 정말 행복했을까요?

글쎄요, 전 가난해도 사랑과 대화가 가득한 가정 속에서 자라는게 더 행복했을 것 같은데. 이조차도 환상일지도 모르죠.

 

일곱번째 이야기, 현명한 카테리나 <이탈리아>

전하께서 제게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나 가져가도 된다고 하셨지요?

재치로 왕비의 자리에 오르고 마지막 위기에서도 기지를 발휘한 멋진 카테리나.

정말 가장 좋아하는 것이 왕이었더라도 최고의 선택이었고, 설사 아닐지라도 참 현명한 아내네요. ㅎㅎ

 

여덟번째 이야기, 오두막의 검은 고양이 <터키>

두려워 마세요, 왕자님.

공주의 아량 덕에 우리의 질긴 사슬이 풀리는군요.

내 공을 누가 잡든지 상관없어. 나는 내 운명이 궁금하고, 멋질 거라 믿으니까!

언니들과 똑같은 상황을 겪으면서도 항상 자신만만하던 막내.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발견하려 노력하고 감사함을 잃지 않았죠.

결국 멋진 왕자님을 만나게 되구요!!

 

아홉번째 이야기, 용과 소녀 <스페인>

세 가닥으로 땋아 내린 공주의 머리카락을 잘라 실을 자아서 아주 화려한 옷을 지어야 해요.

마음에 들면 거인이 저주를 풀어주겠지만, 거인을 만족시키기란 어려울 거에요.

세 번이나 주인의 매질을 견디면서 용의 목숨을 구해준 마리아.

왕자의 마법을 풀기 위해 공주에게 애원하여 머리카락을 구하고 거인의 옷을 만들죠.

왕자가 청혼하자 자신이 아닌 공주와 결혼하라 하는 천사같은 마음씨의 소유자.

결국 멋진 왕자님과 결혼하네요~ ㅎㅎ

 

마지막 이야기, 사이먼의 칠 년 <영국>

사이먼은 요리를 했습니다.

무지개처럼 빛나는 손님이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고 돌아가는 게 사이먼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무지개빛 물고기를 놓아주고 저승사자를 만나 거래를 하는 사이먼.

꿈이었던 요리사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죠. 저승사자와 약속한 7년이라는 시간이 다가왔지만 더욱 열심히 지냅니다.

혹시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슬프지 않고 가슴 아프지 않으려면 그 날이 오기 전까지 더 행복하게 지내는 수 밖에 없잖아요.

나도 지금 이 순간을 누구보다 알차게 행복하게 후회 없이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리고 무지개빛 물고기 여왕의 도움으로 저승사자를 물리친 사이먼. 해피엔딩이라 참 좋았어요.

 

아직 아이가 어리지만 이야기 속에 푹 빠진 모습을 옆 모습을 보니,

정말 많이 자랐구나 실감했어요.

아직 어린 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소녀가 되어가고 있었더라구요.

황선미 작가도,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도

모두 어렸을 때 책과 이야기에 푹 빠져 살았다고 해요.

우리 아이도 지금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 잠자리에서 해주는 이야기들이

예쁜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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