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좀 달라고요! 콩닥콩닥 8
모린 퍼거스 글, 듀산 페트릭 그림 / 책과콩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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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기대되는 책 한 권을 아이와 읽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감자 좀 달라고요!>

읽으면서 책에 나오는 반어법 적인 표현과 즐거운 상상에 아이와 깔깔 웃으면서 보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책은 아니었어요.

부모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고 가족과 대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어요.

 

시작은 아주 단순해요. 저녁식사 자리에서 빌이 감자를 달라고 했어요.

이때 누군가 감자를 건네주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거에요.

 

빌이 다시 한 번 조금 더 큰소리로 말하고, 소리까지 지르며 말했지만..

엄마는 태블릿만 보며 건성으로 대답했고 아빠는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괜히 뭐라고 했지요.

 

요새 사춘기 아이들이 식사자리에서도 핸드폰만 보고 있다고 문제라고 하는데,

그 전에 부모들이 먼저 반성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우리 집 애기아빠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거든요.

뭐하나 보면 항상 쓸데없는 인터넷 기사 보기, 핸드폰 게임..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똑같이 하는 거 아닐까요?

 

저는 아이들과 있을 때는 핸드폰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생각할 때 꼭 필요한 것들.. 공과금 납부, 인터넷 생필품 구매 등도 아이들 눈에는 그저 스마트폰을 하는 것으로 보이나봐요.

얼마전에 아이가 엄마는 스마트폰만 하면서 얼굴도 보지 않고 대답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형은 책을 보며 갑자기 감자의 학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요.

동생은 감자를 집어들더니 빙글빙글 돌려대었고 그 모습은 엄마, 아빠, 형의 관심을 끌었죠.

아무도 빌에게는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빌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 때 아빠의 반응이 놀랍습니다. 흥분하는 엄마에게 차분하게 말하죠. (보통 부모들이 이렇죠 ㅎㅎ)

"병원에 가봐야지. 차분히 지켜보자고. 그냥 관심을 끌고 싶어서 저러는 걸지도 모르니까."

 

 

아니, 아이가 투명인간이 되었는데 관심을 끌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니요!!! 답답한 노릇입니다.

그리고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먼저 아이가 원하는 관심을 주어야 하는게 부모인데.. 속상했습니다.

 

우리 아이도 속상해서 빌을 변호해주더라구요.

" 빌도 갑자기 투명인간이 되어서 깜짝 놀랐어요, 아저씨.."

 

 

엄마는 빌과 문제가 뭔지 지금 마음이 어떤지 대화를 하지 않아요.

아빠 말을 믿고 병원으로 향하죠. 그리고 엄마의 말.

" 꼭 제 조카 클라리사가 홍역에 걸렸을 때랑 똑같아요."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누구나 겪는 문제라며 일반화 시키는 엄마들 또한

아이들을 서운하게 합니다. 빌도 소리치죠.

" 투명인간이 되는 건 홍역에 걸리는 거랑 하나도 안 똑같아요!"

 

그리고 의사선생님의 조언만 귀기울여 듣는 엄마..

아이의 이야기에 좀 더 귀기울여 주었다면 문제 해결이 더 쉬웠을텐데 엄마들은 왜 이렇게 전문가를 좋아할까요.

 

 

의사선생님의 조언대로 엄마는 아이에게 우스꽝스럽게 사인펜으로 색칠을 하고는

그 꼴로 학교를 갈 수 없다는 아이에게 충고를 늘어놓습니다.

" 겉모습에 신경 쓸 것 없어. 네 안에 뭐가 있는지가 중요한 거야."

 

꺄악~~~!! 아이랑 저랑은 소리를 지르며 웃었습니다.

엄마는 빌의 마음을 너무나도 몰라주네요.

우리 아이는 처음엔 웃다가 나중엔 심각한 표정으로 빌이 정말 안됐다며 마음아파하더라구요.

자기라도 절대로 그런 모습으로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다구요.

 

그리고 학교에 등교한 빌을 보고 친구들은 모두 저렇게 웃습니다. 빌의 마음은 하루종일 어땠을까요.

비웃음 속에 길고도 힘든 하루를 보낸 빌은 식구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싶지 않아 방에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얼굴을 깨끗이 닦고 떠나겠다는 편지를 남기죠.

 

빌은 자기가 없어진 것을 가족들이 알아차릴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식구들은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빌이 당번이라는 것을 떠올린 후에야 빌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식구들은 빌을 찾느라 귀중한 시간을 엄청나게 많이 흘려보냈답니다.

 

 

엄마, 아빠는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뉘우쳤어요.

 

 

형과 동생도 눈물을 흘리며 미안해했구요.

그러자~~~ 빌도 눈물을 터뜨리고 다시 모습이 나타났어요.

빌의 진짜 문제는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 그리웠던 거였어요!!!!

 

 

그날 저녁 식구들은 모두 식탁 앞에 앉았고 핸드폰, 태블릿, 텔레비전, 책은 손에 들고 있지 않았어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웃으며 식사하는 모습.. 얼마나 보기 좋은 광경인지 몰라요.

이제 빌이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일은 없겠죠?!

 

우리 아이도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만족했답니다.

 

저도 워킹맘이라 하루종일 눈코 뜰새없이 바쁘답니다.

하루, 일주일, 한달, 일년이 순식간에 지나가지요. 그래서 바쁜 부모들의 상황을 너무도 잘 이해해요.

그렇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 서로에게만 집중하구요.

이런 여유, 추억, 가족이 없다면 제 인생이 너무 무의미할 것 같거든요.

 

이런 제 가치관을 보다 확고하게 만들어준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깊은 깨달음과 즐거움을 주는 이런 책, 정말 좋아요~~!!

게다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우리 딸은 밤마다 이 책을 꼭 들고오네요. ㅎㅎ​

 

이번 주말은 아이들 눈을 들여다보며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많이 들어주어야겠어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인 것 같아요.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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