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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맨들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7
조은영 그림, 신혜은 글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평점 :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47권 '조개맨들'
이 책의 발간 소식을 듣고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좋은 기회로 만나보게 되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이 책은 기대 이상의 작품성과 퀄리티로 날 감동시켰다.
큰 책에 선명한 색감과 동심을 자극하는 독특한 기법의 그림이 정말
좋았고
양장본인데다 책 내지까지 사각사각 소리나는 고급
재질이라
이 책에 들인 정성이 절로 느껴졌다.
항상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에 내가 먼저 읽고 하는데
아~ 이 책은
어른인 나에게도 가슴뭉클한 감동을 주는.. 정말 엄지 척!
어린 시절
아빠와의 기억들,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보며
따뜻하고
포근하고 감사하고 애틋한 감정을 모두 느꼈다.
그리고 나와 아이가 이렇게 평화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고
이 여유와 행복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전쟁의 고통을
겪으며 집을 떠나 힘든 삶을 이어가는 난민들이 끝없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아이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해주는 말이
있다.
"너는 참 많은
걸 가진 아이야. 물론 너보다 더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엄마가 보기에
넌 너무 예쁘고 반짝거리고 마음씨도 착하고 영리해.
게다가 널
세상에서 최고로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 귀여운 동생이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양가 모두 건강하시고 널 예뻐하시잖니.
넌 그림도 잘
그리고 책을 많이 읽어 말도 예쁘게 해.
발레를 열심히
해서 다리도 이렇게 길고 이쁘고. 넌 가진게 끝없이 많구나!
너같이 많이
가진 아이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살아야 해.
그것이 물질이든
마음이든 재능이든 나누고 산다는게 중요한거야.
엄마는 지금껏
그렇게 살지 못했는데 너같이 예쁜 딸을 낳고서야 깨달았어.
엄마는 너무
행복한 사람이고 무조건 나누고 살아야 한다는 걸."
책에서 정말 감동적으로 읽어 일기에 적은 이후 수시로 나
자신에게, 아이에게 해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 아이의 표정은 자부심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한편 굳은 의지도 보이고.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것 중의 하나가 그림!
투박한 듯 그려진 손그림에 선명한 색감이 더해져 동심을 무한
자극시킨다.
저 평화로운 곳의 이름이 '조개맨들' 이란다.
조개껍데기가 많은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이 곳에서 누구보다 평화롭고 따뜻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영재.
책은 영재의 이야기로 유쾌하고 밝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영재가 자기 친구인양 말을 주고 받으며 즐거워하는 우리
딸에게
사실 영재는 우리 할머니보다 나이가 더 많은 할머니의 어린
시절이라고 하니
눈을 휘둥그레
뜨며 하는 말.
"엄마,
할머니도 어린 아이였어?"
생각해보니 나도 자꾸 잊어버린다. 우리 엄마, 아빠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걸.
그리고 나같이 젊고 아이를 키우며 아둥바둥 살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우리 엄마, 아빠도 이렇게 예쁘고 귀엽고 반짝거렸겠지.
문득 너무 고생만 하고 사셨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돈다.
엄마, 아빠랑 여행 한번 가는 것도 말로만 몇 년 째인지!
영재는 이 곳에서 아빠와의 예쁜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아빠가 영재를 얼마나 예뻐하고 사랑하는지 가슴이 뭉클하다.
세상 모든 아빠들의 마음이겠지!
국민학교에 들어가고 동생까지 생긴 영재.
나도 국민학교 세대인데~ 이제 나에게조차 초등학교 가 더
익숙한.
엄마는 국민학교 나왔어 로 시작한 이야기로 또 한참 딸과의
수다.
"엄마가 할머니처럼 옛날에 태어났었다는게 신기하다.
난 엄마가 태어날 때부터 우리 엄마인 것 같은데."
예쁜 것! 사실 나도 그렇다. 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난 뭐하고
살았더라? ㅎㅎ
영재와 아빠의 추억의 공간이 공포의 장소로 변하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감자 쪄달라고 조르다가 전쟁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영재와
엄마.
엄마의 하얗게 질린 놀란 얼굴.
전쟁으로 아빠는 끌려갔고 돌아오지 않았다.
영재에게 아빠는 못하는 것이 없는 크고 위대한 존재였는데 전쟁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사라졌다.
영재는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곳에서 아빠를 그리워한다.
앞 부분에서 유쾌했던 만큼 강렬하게 느껴지는 상실과 이별의
아픔.
딸아이도 가슴이 먹먹해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 후에야 영재를 위로하다 눈물을 흘린다.
자기 또래의 여자 아이에게 그런 위로를 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절대 죽지 말라며 자기가 120살이 될 때까지 같이
살자고 한다. 그래그래, 우리딸.
아이와 죽음에 대해서, 전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지금도 전쟁을 피해 정든 고향을 떠나는 난민들 이야기를
해주었고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보여주었다.
아이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계에
눈을 뜬 것이다.
자기가 그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조용히 물어보는 여섯
살.
참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비록 평소에 10권은 읽을 시간에 이 책 한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가치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도 나도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주어진 환경에 감사했다.
< 출판사에서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