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마구마구 생기는 책.

사람의 본성에 대한 신뢰 없이는 이런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 그 무조건적인 신뢰가 건조해졌던 내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주어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잠시 눈을 감았다 뜨는데, 내 시선에도 따뜻함이 어린 듯 하다.

그리고 내 주변이 좀 더 새롭게 다가온다. 주변 사람들에게 애정이 느껴진다.

그래, 이왕 사는거 이렇게 살아야지. 이렇게 살고 싶다.

 

 

이 책을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본 게 언제였더라. 확실하진 않지만 무지 오래된 베스트셀러임에는 틀림없다.

일본소설, 따뜻한 감동, 베스트셀러.

너무나 완벽한 이 3가지의 조합에 거부감이 들었던 건 왜일까.

고급스러운 양장본에 커버 삽화마저 너무 예쁜 이 책을 읽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부러 외면한지 3년, 그런데 이번 서점 나들이에서 갑자기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집어들고 나왔다.

책이란 것도 사람과 연이 있어서 그렇게 나와 연이 될 때 읽으면 누구보다 좋은 친구가 되고

마음이 동하지 않을 때 억지로 읽으면 의미없고 지루한 글자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새삼스럽게 깨달은 한 가지.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책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

베스트셀러라고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나 혼자의 선택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안 읽었으면 내 인생의 따뜻한 기억 한 조각을 놓칠 뻔 했잖아.

 

책의 시작에서 나온 주인공 세 명이 좀도둑인 것도 신선했지만

짧은 분량에 그들의 개성을 전부 담아내어 인물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세상에 하등 도움될 일이 없을 것 같은 한심한 좀도둑 3명이 의문의 편지를 받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면서 변해가는 과정이 멋지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강조하는 내용이 여기서도 나온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음이 없이는 살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공헌감을 느끼고 이는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나도 친구들 사이에서 고민 상담을 잘해주는 친구로 소문이 났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 만족, 내 기쁨이 컸기에 기꺼이 그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도둑들의 태도, 마음가짐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능한 다른 사람을 돕고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다양한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강구해보았다.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 없을 것이다.

시한부 남자친구의 간호마저 포기하고 올림픽 훈련에 매달린 여자.

올림픽 대표로 발탁되지도 못하고, 심지어 그 올림픽에 일본이 출전 포기를 선언하기까지 했지만

남자친구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노력한 자기 모습에 만족하는 것을 보면서 전율이 느껴졌다.

나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되겠지.

보는 관점에 따라 옳은 선택일 수도, 바보같은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그 선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결국 그 이후의 나의 노력과 태도에 달린 것 같다.

 

또한 인생의 의미는 꼭 내가 생각한 곳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란 것도 배웠다.

프로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한 남자가 번번이 데뷔에 실패하며 좌절하지만

그의 노래가 복지원의 여자아이에게 감동을 주고,

그 아이는 그토록 그가 원하던 음악의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비록 화재로 죽었지만 어린 소년의 생명을 구했고,

그의 음악은 그 소녀를 통해 널리널리 알려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꿈을 향해 다가가는 내 도전과 노력이 비록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헛된 것이 아니다.

그 과정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의미있는 행동일 테니까.

 

사업실패로 야반도주를 제안하는 부모님에게 신뢰를 잃고 힘들어하던 한 소년이

휴게소에서 아버지의 태도에 큰 실망감을 느끼고 사라진다.

그 소년은 혼자 노력하여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고, 자기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지만.

소년이 사라진 후 부모님이 동반 자살한 것을 알게 된다.

아들을 공개적으로 찾을 수도 없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도 없던 부모는

아들에게나마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고자 한 것이다.

가족이 함께 힘든 일을 이겨냈다면 모두 행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짙은 아쉬움이 든다.

힘들 때일수록 가족은 헤어지면 안된다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야겠다.

그리고 같은 부모로서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 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 한마디, 실수 하나에 회복될 수 없이 멀어질 수 있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아들을 영원히 떠나보내게 될 줄 어찌 알았을까!

아이도 부모도 안타까워 마음이 짠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보이지않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나미야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다가가는 방식이 참 좋다.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오랫동안 진심을 다해 고민한 후 조언을 해준다.

정성껏 써내려간 손편지에 마음을 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할아버지의 그 방식을 배우고 싶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하지만 따뜻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핸드폰 문자메시지, SNS, 이메일 등을 이용한 이후 손편지를 잘 안쓰게 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써야겠다.

고마울 때, 미안할 때, 위로할 때, 축하할 때

삐뚤빼뚤 글씨들이 내 마음을 온전히 담아 전해주겠지.

 

쉽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그 안에서 얻는 메시지와 감동은 절대 가볍지 않은 책.

이 책을 이미 읽은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나미야의 잡화점'을 강력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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