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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 - 일도 잘하고 싶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싶은 당신을 위한 따끔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조언 33
신의진 지음, 김경림 엮음 / 걷는나무 / 2014년 2월
평점 :
단 한번도 전업주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학창시절에도 대학교에 가서도 직업을 가지고 평생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죠.
그러다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간 대기업에서 내 생각과 많이 다른 조직문화를 느낍니다.
전 무엇보다 가정이 소중한데 이곳에서 과연 여자로서 그 둘을 병행해나갈 수 있을까.
그래서 새롭게 직업을 선택합니다.
모두가 여자에게는 그만이라는 직업이었습니다.
아, 이제 됐구나. 난 일하는 엄마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되었구나. 안도할 무렵
결혼도 하고 눈에 넣어도 안아픈 아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육아휴직이 보장되어 있고 직장어린이집도 잘 되어 있어
2년동안 내 손으로 아이도 키우고 복직하면서 직장 내에 있는 어린이집을 보냈습니다.
그때까지도 한번도 직장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생각보다 어린이집 생활을 힘들어하고.. 많이 아프고 다치고.
그때마다 직장과 아이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제 모습이 답답했습니다.
야근이나 회식에 불참하는 일이 많았기에 낮에는 더 정신없이 일하고
동료들의 일을 더 도우려고 애썼습니다.
퇴근 후에는 무조건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고
모든 집안일은 아이가 잔 이후에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의 아침밥을 준비하고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다독여 깨운후 함께 출근하고.
헤어지기 싫어 울먹이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억지로 억지로 들여보내고.
그래도 다들 너는 복받은거라고 부럽다고 했습니다.
잠을 거의 못자는 것, 항상 여기저기 눈치보는 것 은 당연한거라고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자연스럽게 둘째는 낳지 않기로 남편과 합의했습니다.
정말 하나를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런데 둘째가 세살터울로 생겼습니다.
직장에 말씀드리기도, 육아휴직을 또 쓰기도 죄송한 상황.
그래도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기 싫어 욕먹으며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엄마가 회사에 안간다니 너무 좋아하는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수가 없어
하루종일 둘을 데리고 지냅니다.
하지만 또 휴직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부러운 조건이라고 하기에 감사하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육아휴직을 하고나니 주변에 전업맘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에 복직한다고 하니 그럼 아이는 어떻게 하냐며 놀라는 표정들.
제가 그동안 살아온 곳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가 존재하더군요.
이제 큰아이가 자기생각을 또렷이 표현할 나이가 되니 엄마가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고
아직 어린 둘째아이를 또 기관에 맡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처음으로 전업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뭐랄까.. 생각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경모, 정모라는 두 아이 이름이 낯익을 정도로 신의진 선생님의 책은 다 읽었지만
이 책만큼 저를 아!! 소리날 정도로 감동시킨 책은 없었어요.
그 어떤 순간에도 아이를 위해 일을 포기하지 마라!!
대놓고 이렇게 말해주고 격려해주고
나보다 백배는 힘들었을 것 같은 그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용기가 솟았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일하는 여성으로 누구보다 바쁜 인생을 살고있는 워킹맘들에게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조언을 해줍니다.
왜 나만 이렇게 완벽하지 못할까,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싶었는데
다 완벽하지 못하고 다 힘들다는 사실을 아주 쿨하게 알려주네요.
우리가 이렇게 힘든 이유는 대한민국이라는 보수적인 나라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여성도 육아와 집안일을 전담해야 하는 불합리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슈퍼우먼이 아닌 이상 다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야 한다는 것.
어차피 우리가 그 사회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하면서요.
전 1순위 아이들, 2순위 회사 이것만 우선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습니다.
좋은 며느리, 좋은 딸까지 하기엔 너무 버거울 것 같아서요.
부모님들이시니 이해해주실거라 믿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 계속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것이 미안하지만
대신 저녁에, 주말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엄마가 집에 있다고 항상 좋은 엄마인건 아니라는것.
저 스스로 집에 있으면서 많이 느꼈으니까요.
오히려 일을 할 때 아이들에게도 더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나 혼자 다해낼 수 있다는 자만을 버려라!
이것도 깊이 공감했습니다.
똑같이 직장생활을 하는데도 왜 나만 모든걸 맡아하고 있었는지.
그래서 아이가 아프거나 어린이집 방학이거나 하면
직장에 눈치보며 휴가를 내는건 항상 저였지요.
이젠 남편도 육아파트너로 적극 동참시킬 겁니다.
또 친정, 시댁에도 거침없이 손 내밀겁니다.
그동안 큰딸 컴플렉스였는지 잘한다 잘한다 칭찬받고 싶어서였는지
이를 악물고 혼자 다 해내는걸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씩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마음편하게 직장생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이들이 어릴 땐 돈모을 생각하지 말고 아이들을 위해 투자하라!
투자라는 것이 조기교육이나 사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며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환경, 좋은 도우미 등을 고용하라는 것입니다.
매달 들어가는 돈이 적진 않지만 그만큼 아이들에게 중요한 시기이니까요.
저는 육아도우미를 종일 고용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힘들고
아이들이 기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등하원도우미를 구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편히 쉬고 놀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할 것 같고
그만큼 저도 아이들 식사준비 등의 집안일에서 벗어나 퇴근 후의 시간을 아이들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복직에 대해 살짝 기대감도 생기네요.
이 책을 읽고 깨달은 사실 하나.
전 역시 밖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ㅎㅎ
혹시 저처럼 워킹맘과 전업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합니다.
가슴에 진 큰 돌 하나를 치운 기분이랄까요..
이 책을 지금 이 시점에서 만난 전 참 행복한 여자인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