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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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와 비극, 희극과 디티람보스, 피리나 키타라 연주를 위해 지은 곡 대부분은 모두 모방에 속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세가지 면에서, 즉 모방할 때 상요하는 수단과 대상과 빙식에서 서로 다르다. 다양한 대상을 모방하고 모사할 때 색과 형태를 이용하기도 하고(기술 혹은 기량을 발휘하며), 음성이라는 수단을 쓰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앞에서 말한 예술도 모두 리듬과 언어와 선율이라는 수단을 개별적으로 사용하거나 조합해 모방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 1장 모방으로서의 시와 수단 중에서, 여기서 디티람보스는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합창으로 신화에 나오는 내용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모방"으로 번역한그리스어로 '미메시스'로 표현과 모방 둘 중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노쟁이 않았으나, 싱니이 직접적으로 나서가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짜여진 극을 그대로 표현하기에 모방에 가깝다에 채택했다.


이 않았으나, 싱니이 직접적으로 나서가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짜여진 극을 그대로 표현하기에 모방에 가깝다에 채택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은 모든 희곡의 기원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비극과 희극, 서사시, 플롯, 스토리텔링, 에피소드, 카타르시스 라는 단어 모두가 바로 이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335년에 쓴 작시론, 즉 시를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서 다룬 글이다. 당시 아테네에서 소피스트들은 전문 기술과 실용 학문을 "테크네"라는 이름으로 퍼트림으로써 실용성과 당장의 효과에만 집착할 뿐, 철학과 원칙이 없던 것을, 아리스토텔레스가 하나의 학문으로써 정리했다. 그리하여 <시학>, <정치학>, <수사학>, <자연학> 등의 저서를 통해 "테크네"를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통찰을 담은 학문으로 발전시켰고 <시학>은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통찰을 담은 본격적인 시론의 첫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을 하는 사람을 모두 모방"("미메시스"란 그리스어의 한국 의역,무언갈 보고 떠올리는 것을 모방이라는 표현으로 승화한 듯 하다. )을 하는 사람이라고 보았다. 인간은 어릴 때부터 모방 본능을 지니고, 모방을 통해 배우고, 모방된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기에, 모방한 것이 무엇인지 추론하고 배우려고 하는 과정에서 시학이 발전하였다고 말하였다. 시학이 발전하면서 희곡과 같은 극이 발전하였고, "디티람포스"의 선창자의 즉흥 연기에서 비극이, 종교적인 다산 축제의 찬가에서 희극이 유래되었음을 밝혔다. 이때 희극비극의 결정적인 차이를 말하자면, 희극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모방하려고 하는것이고, 비극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을 모방하려고 하는 것에서 그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이 때 시에서 발전한 희곡은 아무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은 희극보다는 진지한 비극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하였기에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비극에 초점을 두고 전체적인 시학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서사시는 훌륭한 사람을 운문으로 모방한다는 점에서 비극과 동일하지만, 비극과 달리 운율을 한 종류만 사용하고 낭송을 한다. 서사시는 길이도 비극과 다르다. 비극은 태양이 한 번 도는 시간 안(해가 떠서 질 때까지로 추측된다.) 또는 그 시간을 약간 초과하는 한도로 끝내려고 했으나, 서사시에는 그러한 시간 제약이 없다. 하지만 처음에는 비극이나 서사시나 차이가 없었다.

비극은 양념을 친 온갖 언어를 곳곳에 배치해, 낭송이 아니라 배우의 연기를 통해, 훌륭하고 위대한 하나의 완결된 사건을 모방하여 연민과 공포를 느끼게 함으로써 그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를 이루어내는 방식이다.

첫 번째 문단은 서사시에 관하서 설명하였으며, 두 번째 문단은 비극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카타리시스의 어원, 즉 뜻이 유래한 곳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두 번째 문단의 내용은 6번째 장에 설명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곡 중에서 특히, 비극을 통하여 극의 전체적인 구조를 설명한다.배우의 연기를 통하여 그리스어로 정화라는 뜻을 가진 카타르시스를 이뤄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비극은 플롯, 성격, 대사, 사상, 시각적 요소, 노래 이 여섯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비극은 행위나 삶을 모방하기 때문에 이것을 집중적으로 묘사 하고는 목적이 담긴 플롯 가장 중요하다. 이 때 성격을 드러내는 말이 부족하더라도, 행위를 잘 짜고 엮으면 묘사를 정확히 해낼 수 있다. 그렇기에 플롯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을 중요한 것은 성격이며,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사상이다. 성격선택과 기피를 보여주면서 의도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사상무언가 증명하거나 반박할 때 보편적인 것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네 번째 요소는 대사로 언어를 사용한 표현이고, 그 다음은 감칠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 노래, 마지막으로 시인이 아닌 소품 제작자의 기량을 제일 중요시하는 시각적 요소가 6번째, 즉 마지막으로 중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은 개연성 필연성을 가져야 하며, 희곡의 본질을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알아채고 잘 실천한 사람<오디세이아> <일리아스>라는 희곡을 쓴 호메로스라고 말하였다. 플롯은 어느 일부가 제외되면 내용이 흐트러져 이해할 수 없도록 ,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야 한다. 그런데, 가끔 플롯 중에서 사건이나 행위가 개연성이나 필연성 없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에피소드 플롯"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플롯개연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전, 인지, 수난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잘 갖추어져야 한다. 이 때 훌륭한 비극은 장면 개요, 그리고 에피소드를 조화롭게 구성하여 갈등과 해결이라는 요소를 잘 활용하고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으로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나 사건이 있어야 한다.

비극을 중심으로 하여 <시학>을 설명한 아리스토텔레스는 23장~26장까지는 서사시에 대해서 설명했다. 운율을 사용해서 이야기를 들려주 서사시도 비극과 유사한 구성을 가지지만, 서사시 비극처럼 공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이어서 동시에 진행되는 여러 사건과 구분을 다룰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서사시 둘 중 무엇이 더 우위인가를 따지자면 비극은 서사시처럼 연기를 하지 않고도 비극의 효과가 나타나고, 생생함이 더욱 느껴지는 데다 ,주제 전달력도 서사시보다 비극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비극이 서사시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고 이야기한다.


공포와 연민은 시각적 요소에서 생길 수도 있지만 사건의 구성인 플롯 자체에서도 발생한다. 플롯 자체에서 생기는 방법이 더 낫고, 훌륭한 시인들은 이 방법을 사용한다. 사람들이 사건의 구성을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그 과정에서 전율과 연민을 느끼도록 플롯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대사는 명료하지만 저속하지 않다. 일상어를 사용한 대사는 가장 명료하지만 저속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의 문장 중에서, 대사에 대한 문장이 묘하게 필자의 뇌리에 박혀 이렇게 기입하였다.


책에서 쉽게 와닿는 내용 위주로만 토막토막 정리해놓았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과 제자 관계였음에도 의견이 크게 달랐다고 한다. 스승인 플라톤은 철저히 이성적인 추론 중심의 철학 방법론을 주창하면서 <오디세이아>, <일리아스> 등을 서술한 뛰어난 이야기꾼인 "호메로스"가 신을 잘못 묘사함으로써 인간들에게 저속한 감정을 부추겼다고 비난하였다. 반대로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윤리학에는 동의했지만, 도덕적 삶은 윤리적인 미덕 뿐만 아니라 개인의 감정 역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플라톤은 이데아라는 본질에서만 진리가 존재하며 나머지는 허상이라 생각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 등과 같은 작품들이 현실에서 보편적인 진리를 찾아내어 모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철학보다는 못하지만 단편적인 사실만을 나열하는 역사보다는 더 철학적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아리스토텔레스스승의 플라톤의 의견을 그대로 따라가, 호메로스의 작품들을 폄하하고, 소피스트의 여러 전문 기술들인 "테크네"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더라면 현대의 학문 정립 역시 훨씬 더 늦춰졌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과 미국의 수많은 대학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를 반드시 읽어야 필독서로 꼽는 것이 무척 이해될 따름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서 여러번 언급되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를 일부만 발췌해서 읽은 적은 있었으나, 제대로 마음을 잡고 전체 내용을 읽어본 적은 없었던 듯 하다. "아리스토텔레스"<시학> 속에서 이토록 극찬하는 호메로스의 작품들을 비롯해서 고대 그리스의 희곡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 서평을 마치도록 하겠다.

이 책은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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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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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세계적 유행병이라는 심각한 도전 과제에 대응할 태세를 갖춘 끈질기고 유연한 도시가 필요한 시기에는, 제대로 작동하고 자원이 풍부한 공동체가 도시의 복원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중략..)

앞서 언급한 해법이 통하려면 생활의 도시화가 정말 거대한 규모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도시의 다양한 정체성을 포용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상상력을 넓혀야 한다. 역사는 우리의 시야를 열어 도시를 폭넓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적인 통로를 만들어 줄 것이다.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인간의 여러 가지 사회적 기능이 고도로 집중화된, 보통 인구가 100만명이 넘고,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전국적으로 묶는 현대의 커다란 대도시를 뜻한다.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벤 윌슨의 <메트로폴리스>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대도시, 즉 메트로폴리스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설명함으로써, 인류문명사가 어떻게 발전해나갔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현재 메트로폴리스, 즉 대도시의 비중은 최근 30년 동안 매우 커졌다고 한다. 벤 윌슨은 2025년이면, 세계 인구의 7퍼센트가 되는 6억명의 인구를 가진 440여개의 도시들이 전 세계 총생산의 절반의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에도 상파울루, 라고스, 모스크바와 같은 신흥 부흥국들의 주요 도시들은 각 나라 부의 3분의 1~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수도인 라고스 같은 경우, 나이지리아 산업 및 상업 활동의 60퍼센트가 수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만약 라고스만 똑 떼어서 독립해 버린다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 5위 안에 드는 정도라고 한다.


이 책은 벤 윌슨이 말한 대로 도시를 웅장하게 건축하고 어떻게 계획했느냐를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건축 그 자체가 소외되어야 된다는 건 더더욱 아니며,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건축물이 어떻게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전해 왔는지에 대하여 인류문명사에서 손꼽히는 대도시들의 발자취를 통해서 과거의 도시 역사와 현재 도시들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도시의 방향에 대해 논하고 있다.


대도시는 우리의 선의와 이상적인 판단에 따라 작동하는 만큼, 우리의 욕망, 이기심을 동력 삼아 움직이기도 한다. 대도시는 우리를 위협하는 곳,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인 만큼, 우리의 정신을 고양하고 의욕을 자극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도시는 크고 나쁘고, 잔인한 곳이다. 그러나 대도시는 번창하는 곳이자 강한 힘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중략...)

매력과 재력을 갖춘 곳. 이것은 대도시에 불어넣는, 대도시의 상반되고 불온한 성격이다. 도시는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의 서막인 엔키두와 샤미트의 사랑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기원전 4000년 전에서부터 1900년까지의 첫 메트로폴리스인 우루크를 소개하는 것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메소포타미아 유역에 있는 우르크 지역은, 땅 자체는 메마르고 평평하지만, 인간들의 노력으로 사이에 끼어 있는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의 강물을 사용하여 물을 끌어오는 것에 성공하면서 풍족해졌다. <길가메시 서사시> 역시 도시가 신이 내린 선물이고 이 세상에서 만들어진 것 중 가장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표본이었는데, 야생 인간인 엔키두가 절친한 친구인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와의 싸움으로 인해 죽자, 길가메시는 무척 슬퍼하며, 우루크를 떠났고,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다시 우루크를 되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도시 생활에 대한 신뢰가 더욱 단단해졌음을 강하게 나타내면서, 도시의 이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루크라는 첫 메트로폴리스는 우리에게 관개시설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상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도시화를 제공했고, 재화를 기록하고 저장하고, 잉여 생산물에 대한 세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읽고 쓰는 문어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유토피아적인 면모가 있는 반면에, 도시의 부흥과 몰락, 19세기까지만 해도 농촌 지역보다 도시에서 수없이 많은 유아가 사망하고, 기대수명도 짧았다는 점에서 디스토피아적인 요소가 있었다. 그리고 이후 근처에서 세워진 바빌론을 통해서 도시의 발전과 추악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흥망성쇄를 더욱 적나라하게 살펴볼 수 있다. 계속된 흥망성쇄 속에서 도시는 계속해서 발전했고,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 하라파, 로마 등과 같은 걸출한 고대 도시들이 등장했다.


우선 불규칙적인 외곽선과 개방적인 문화가 발달했떤 아테네는 토론의 장이 열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공 공간을 발전시킴으로써, 철학, 정치학 연극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반대로, 알렉산드리아는 합리성과 직선적인 설계를 통하여 엄격하게 관리된 환경에서 백과사전적이고 순응적인 사고방식을 지니며 과학, 수학, 기하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 지역에 걸쳐져 있는 하라파 문명은 많은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으나, 하수 처리 시설이 발전하는 등 청결을 중요히했고, 하수구, 우물, 저수지, 목욕탕 등의 물 관리를 섬세하게 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로마와 같은 경우는 6만명이 함께 쓰는 공용 목욕탕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목적까지 담겨 있었다. 황제들도 목욕탕을 무척 애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두 문명을 통하여 벤 윌슨은, 목욕은 도시의 생명력을 가늠하는 기준이며, 목욕탕이 살아남은 지역은 도시 생활이 만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였다.


훌륭한 건물과 기념물은 마치 도시가 정지해 있고 시간이 초월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도시의 진면목은 움직일 때 드러난다. 사람의 일상생활 속에서, 그 유기체를 지탱해줄 힘줄과 결합 조직에서 드러난다. 걸어다니기는 도시를 살 만한 곳으로, 무엇보다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비결이다. '걸어 다니기'는 현지인이나 방문객이 도시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도시를 올바르게 계획하라, 그러면 더 나은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한 크리스토퍼 렌 경의 말처럼, 도시는 계속해서 발전했다. 헝클어진 골목길이 사라지고, 넓은 가로수길인 대로와, 곧은 길들을 정비했다. 6~13세기까지 자유로운 상거래를 하며 온갖 식도락이 펼쳐져 있는 바그다드를 비롯해서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지인 팔레방, 자유로운 인도양에 비하여 유럽에서만 그 범위가 국한되었지만,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여러 해안의 무역 도시와 동맹(한자 동맹이라고 부른다.)을 이루며 쇼규모의 효율적인 자치 도시을 추구하였던 "자유 도시"의 모범 사례인 뤼벡, 그리고 이를 따라 피렌체, 베네치아, 제네바 등 유럽 내서의 다양한 공화국 도시 국가들까지, 이익에 따라 오가는 다양한 상거래와 외교와 협상, 끊임없는 전쟁을 통하여 도시는 계속해서 변모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소규모의 작고 효율적인 도시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앙집권국가들이 강성해지고 치열한 전쟁으로 인해 전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소규모의 도시들은 중앙집권국을 상대하기 어려워졌다. 자유무역보다는 독점을 선호하고, 전쟁 도구를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타인의 신앙을 관용하지 않는 유럽 중앙집권국의 도시들은 다른 도시 문명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포르투갈의 리스본에게 점령당한 인도의 캘리컷, 지금의 말레이시아 도시인 믈라카, 맥시코의 테노치티틀란이다. 하지만 이러한 독점적이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리스본은 가장 중요한 인적 자본을 끌어모으기는 어려운 환경이었고, 시민권과 양심, 상거래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강한 힘을 가진 암스테르담으로 옮겨 겼다.


17세기 이후,커피점의 발전을 통해, 커피점은 다수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와 거래를 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커피점 문화에 편승하여 공손함과 예의의 근대적 면모를 갖춘 도시로 발전한 런던 문화 시설과 대중오락을 통해 품위 있게 발전하는 듯 하지만, 이면에는 최악의 빈민굴이 있었다. 부두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온갖 힘든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노동자들이 살고 있었다. 맨주먹 격투와 개싸움이 벌어는 등 거친 놀이를 즐겨 했고, 각종 강도와 경범죄, 학대 사건들이 벌어졌다 . 특히 산업 혁명 효과를 받고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시카고, 멘체스터와 도시들이 특히 더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정작 찌든 하수구에서 생활하고, 음주와 성적 쾌락, 각종 범죄들이 들끓었던 도시에서 착취당하던 노동자들은 불만에 가득 차있었다. 결국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강하게 외쳤고, 이를 통해 조금씩 권리를 보장받았다. 여가 시간에 술집으로 모여들고, 희극, 서커스 등 신기한 공연을 맘껏 즐겼고, 축구, 미식축구, 야구, 럭비, 하키 등 스포츠가 체계화되고 발전하기도 했다. 새로운 생활 방식과 문화는 도시를 새 물결로 이끄는 원천이 되었다.


인류는 도시를 건설에 유지하고 독창성과 임기 응변의 재능을 발휘해 살아남고,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사람들이다. 에너지가 고갈되고 기온이 더 올라가면서 도시의 환경이 더 혹독해질 때, 인류는 즉석에서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만약 역사가 일종의 안내자라면 역사는 그들이 성공을 이루리라고 말할 것이다.


현대의 파리는 19~20세기의 조르주외젠 오스만에 의해서 설계되었다고 한다.. 알맹이 도려내기, 길 내기, 중심가 찢기와 같은 표현을 통해 과감히 파리를 수술했고, 하수도를 매우 넓고 청결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빛이 잘 들고, 공기가 잘 통하며 질서정연하고 우아하게 치장된 깨끗한 파리가 되었다. 그런 파리를 지금도 몽마르트르 언덕, 벨빌 언덕, 에펠탑 같은 높은 곳에 올라가면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된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벤 윌슨은 명화를 인용하여 파리의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무척 잘 설명해내었다. 그 한편, 또 다른 메트로폴리스인 뉴욕은 고층 빌딩, 즉 마천루가 드러서게 되었다. 이 때 너도나도 마천루를 짓겠다 나서자, 뉴욕은 철저하게 규정을 정해 마천루를 적당히 짓도록 했고, 햇빛을 앗아가는 단조로운 수직형 마천루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마천루가 지어지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지나면서 잿더미가 된 도시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재건에 성공하기도 하는 등 여러 발전을 거쳤다. 뉴욕이 과거보다 비교적 쇠퇴하여, 로즈엔젤레스와 같은 다른 대도시로 옮겨가기로 하였다. 로즈엔젤레스는 서비스업과 첨단 산업이 발전했고, 아시아로부터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는 관문으로도 유리했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나면서 로즈엔젤레스와 같은 대도시들은 또다시 너무나도 팽창하기 시작했고, 교통 정체, 자동차로 인한 스모그, 그리고 환경 문제 등이 또다른 문제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최근의 메트로폴리스는 도시 녹화 사업을 통해 도시를 꾸미거나, 도시를 쾌활하게 하고자 인공 지능을 통해 예측 모델링과 실시간 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흡수해서 분석하는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독창성, 역동성, 자발성을 중요시하는 관점에서, 무질서한 환경에서 쾌적하게 살기는 어려우나, 변수가 넘치기에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한, 그리고 에너지가 넘치는 독특한 형태의 도시 라고스가 탄생하기도 하였다.이를테면 라고스의 상징적인 빈민가 마코코에는 수익성 높은 목재 환적 시장이 있다던가, 라고스 이케자 지구의 혼잡한 거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it 기기를 판매하고, 특유의 협력 구조를 통해 운영되는 오티그바 컴퓨터 마을, 비공식 시장으로써 아프리카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직업군들의 사람들의 협력의 장인 알라바 국제시장(마치 과거의 동대문 시장과 비슷한 느낌 같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같이, 언뜻 혼돈의 상태로 보이는 것이 복잡하고 비가시적인 방식으로 자기조직화된 형태로 발전되기도 하였다.


이 책은 도시는 너무 복잡해지면 지금처럼 다시 한산해지려고 하는 기미가 있지만, 또 너무 한산해지려고 하면, 또다시 복잡한 형태로 돌아가는 복원력이 있다는 것을 도시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전체 내용이 유기적으로 하나하나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인류 문명사와 더불어 전체적인 도시 역사에 대해서 생소하면서 세세한 내용까지 디테일하고 다양하게 담고 있어 지식을 쌓는 데에 데 무척 탁월한 책이었고, 필자가 이 책을 조금 시간에 쫓기듯 읽은 터라 생각보다 두서 있게 서평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이었으나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임은 분명하며, 이 포스팅의 내용 이외에 도시 역사에 대해서 담고 있는 내용들이 무지막지하게 방대하기에 여러 번 다시 읽어볼 듯 하다. 그리고 후일 도시의 분석에 대한 또다른 책을 또 한권 읽어볼 수 있기를 다짐하며 이 책의 서평을 마쳐보도록 하겠다.

이 책은 독서 공간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독서공간리뷰어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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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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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명발전사를 도시의 역사를 통하여 잘 담아냄과 동시에 도시의 본질을 실속있게 담아 놓은 도시 역사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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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 특권과 반칙 극복할 돌파구, 신뢰와 법치에 대하여
정병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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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제시하고 서로 신뢰하며 지켜야 할 규범을 준수하는 문화를 조성해주면 충분하다. 월드컵 응원전을 리드했던 것은 정치 지도자들이 아니었다. 평범한 붉은 악마 응원단이 전국민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그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이 잠재된 역량을 발휘하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열정을 끌어내는 일이다.

공동체의 가치를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선 지켜야 할 규범을 준수하기만 해도 반쯤 이미 된 거라고 볼 수 있다. 어떠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국민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 매일경제신문사는 경제 쪽으로 읽을 만한 사설들을 제공해 주어 필자가 자주 읽는 유익한 신문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작가보다는 "매일경제신문사"라는 출판사가 더 눈에 띄어서 이 책 서평단을 신청했던 듯 하다. 또 책 제목이 약간 자극적인 것 역시도 서평단 신청에 한 몫 했던 듯 하다.제목에서도 눈치를 채듯이 책 속에 어느 정도 정치적 내용이 담겨 있기에 약간은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면서 특히나 더 정의공정이라는 이슈가 더욱 중요해진 것을 세삼 실감할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느끼기에도 해가 갈수록 사회 속의 갈등과 분열이 점차 심해짐을 어러 이슈를 통해서 체감한다. 사회 계층간의 차이부터 시작해 정치적인 견해의 차이까지, 서로의 입장과 의견 차이로 인한 양극화는 갈수록 사회를 위축시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에서는 이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바로잡고, 정의와 공정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 법치와 신뢰가 바로서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장님과 길잡이 소년 사이에서 장님이 한 알씩 포도알을 나눠 먹자는 약속을 먼저 어기고 포도알 두 개를 집어먹자 길잡이 소년 역시도 그 약속을 어기면서 갈등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솝 우화를 통하여, 사회에 불신이 만연하다면 결국 사회 전체가 퇴보하기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에서 부터 신뢰 사회의 출발을 외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의 정병석 저자는 과거 자신의 쓴 저서인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의 연장선으로써 이 책을 썼다고 밝히며, 한국 사회의 신뢰가 무너진 이유를 과거의 신분제와도 연계해서 이야기한다. 오래 전부터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 한국 사회는 마을 단위의 '두레'를 형성하며 지역공동체가 서로의 신뢰를 쌓는 데 두터운 역할을 하였고, 고려 시대까지는 신분제가 시행되었으나 하층민의 정치적 진출을 비롯해서, 신분 계층의 이동이 원활했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들어서는 신분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지역 공동체 역시 해체되고, 토지 소유 규모에서 격차가 커지면서 두레 역시 변질되어 갔다.





소신이란 '내가 믿고 생각하는 바'를 말한다. 누군가에게 어떤 책임을 맡기면 그가 소신껏 일하게 믿어야 한다. 책임을 맡은 사람은 그런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정해진 규범을 지키며 성실한 소임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 '신뢰 관계'이다.

국가가 주도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되고 각 부분에서 시민이 자율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구성원 간에 상부상조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고품격 선진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신뢰 사회는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해 이행을 촉구하고 위반자를 자율 제재하는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신의 의미와 신뢰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느냐에 따른 문장 중에서

또한 정병석 저자는 조선이, 당대의 여러 국가들보다 훨씬 더 폐쇄적인 나라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돈이 있는 양반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였으며 갖가지 명분과 편법을 동원해서 군역에서 면제가 되고, 군포제라는 제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피지배층 농민들을 착취함을 비판했다. 또한 <세조실록>의 일화 중 신운이라는 승려가 전라도 영광군 어느 섬에서 종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일본 닥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관찰사에게 보고하자, 도리어 영광 군수가 "공연히 군민을 번거롭게 하고 소요시켰다."며 승려를 잡아서 죽기 직전까지 곤장을 맞았다는 일화를 이야기하며, 공물의 수량을 채워 일방적으로 납부할 의무가 있었던 조선 사회에서 일어난 비극아라 지적했다. 새로운 닥나무 산지가 알려지게 되면 , 추가적으로 더 채워야 할 지역 할당량이 많아져 군수 차원에선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대로 지방 자치, 혹은 자율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은 것은 물론, 권력의 위임과 신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물론 조선 전체 역사를 들여다 보면 최부잣집이라는 만석꾼 집안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분명 예외이겠으나 양반 지배층이 집단적으로 다른 신분을 신뢰와 포용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쌓여온 대한민국은 국가에 대한 신뢰감이 크지 않으면서, 정부에게 대책을 강구하라고 다그치는, 국가를 신뢰하지 않으면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큰 나라라는 것을 지적한다. 이에 대비하여 정병석 저자는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인종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실 규명과 화해라는 해법을 찾은 TRC(진실 화해 구성회), 스웨덴의 국회 구성, 미국의 JPAC와 같이 나라의 부름으로 순직하거나 기여한 사람들을 기리는 문화 등의 사례를 들며, 사회 지배층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한 정치제도와 감시 체제를 만들어나가고 정해둔 규칙을 지켜야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에 따른 권위가 만들어질 것이고 역설했다.

법치에 관한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법치 해석, 법 집행이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인식은 법 집행을 승복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준법 의식을 약화시킨다. 특히 전체주의 국가에서 독재자들이 주로 채택하는 "심판 매수", "기울어진 판정 시스템 구축", 즉 대통령의 인사권을 활용해 편파적인 인사를 배치한다던지, 권력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게 하는 방식은 더더욱 법치 사회를 퇴행시킨다. 진보와 보수 진영 그 어느 쪽의 논리에도 구애받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다. 또한 도덕적인 비난 법 집행 역시 구분되어야 함에도, 그 잣대가 불공정한 경우가 여러 모로 많은 것 역시 법치를 훼손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 참여해 역량을 모으고 각자 역할에 집중하면서 청소년 교육, 사회인 교육, 봉사활동 등 의미있는 일부터 시작하며 사회에 메세지를 주는 시도가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아이디어를 모아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우리가 지향하는 품격 있는 선진 사회 문화는 시민 지도층과 시민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믿으며 많은 이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어떤 사회든 가장 핵심은 결국 국민이 직접 능동적으로 움직여서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이외에 우리가 과거에 이랬다느니 그래서 안 된다느니는 사실 변명아 가까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책의 모든 것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이 책은 필자에게 있어서 현 시대의 사회 문제의 책임을 조선 시대의 사회에 그 책임을 너무 많이 돌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며, 타국과 대한민국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와닿지 않았던 것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된 신뢰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시스템에서 여러 오류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뛰어난 전문가의 말을 신용하거나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낙하산 인사, 혹은 자신의 측근을 꽂아넣는 경우라던가, 기초 과학을 비롯한 여러 산업의 유능한 연구원이나 기술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이념에만 에 사로잡혀, 대중들 역시 좌우 구분 없이 편향된 사고에 빠져 전문가의 말을 제대로 듣지를 않고, 자기가 믿고 싶은 말만 믿는 경우 역시 빈번하다.

이 책에서는 세월호 사고를 여러 번 인용한다.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사건이며 다시는 재발하면 안 될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오랜 기간 동안 수사하고 처벌하고 조사했음에도 여전히 세월호에 대한 배후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초기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도 크겠으나. 근본적으로는 법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8번의 조사 끝에 진상 조사단이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수사에 외압이 넣지 않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불법 사찰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냈음에도, 이 사실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아마 사회 속 뿌리내린 깊은 법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또한, 최근 발표된 4대강에 관련된 여론 조사를 인용하자면, 일반 국민들은 4대강의 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필요하다는 의견보다 높은데, 정작 4대강 보 주변의 사람들은 4대강 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 더 높게 나왔고, 이 와중에 국민의 60퍼센트가 4대강에 대해 잘 모른다고 조사된 여론조사가 나온 것은 본인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여론에 휘둘려 막연한 정서를 가지고 주장을 한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대한민국이 다른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서 민주주의가 늦게 받아들여졌으며, 수백년 간의 끊임없는 백성들의 시도와 지식인의 노력 등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갑작스런 해방을 통해서 처음으로 대통령제가 시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도 끊임없는 부작용을 겪고 아직까지도 그 휴유증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의지에 담겨 있다. 우리 스스로가 건전한 공동체를 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아이디어를 모아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사회 지도층들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성을 가져 특권의식을 버려야 하며, 국민은 그것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박 겉핧기와 같은 얄팍한 지식이나, 도덕 의식과 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당장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나 중심의 베타적인 사회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우리'라는 공동체 사회로써 신뢰와 법치가 완전히 회복되는 사회가 되리라고 믿는다.

책의 전체적인 난이도는 어렵지 않았으며, 270쪽 내외의 분량으로 책 자체를 소화하는 데에는 누구나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치와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며 여러 가지의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남긴 채 이 서평을 마치도록 하겠다.

이 서평은 카페 서평단을 통하여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썼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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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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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좀 보류하시는 게 어떨까요? "

"하지만 사장님, 그건 개인의 꿈 아닙니까? "

"사장님은 지금 공과 사를 혼동하고 계십니다."



쓰쿠다 고혜이는 꿈을 꾸며, 로켓에 대한 동겨을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변두리 고장의 사장이다. 그리고 역경에 처하거나 코너에 몰렸을 때 직원들은 쓰쿠다 고혜이에게 위와 같은 간언을 한다.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이번에 필자에게 서평을 써 달라고 요청한 책은 과거에 필자가 리뷰했던 <한자와 나오키>, <루스벨트 게임>의 작가 이케이도 준의 최신 번역작 <변두리 로켓> 시리즈의 첫 권이다. 총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변두리 로켓> 시리즈는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이후 이케이도 준 작가가 새롭게 연재한 시리즈이며 일본에서는 2018년 완결되었고, < 변두리 로켓>역시 드라마화되어 평균 10% 중후반의 시청률를 보였을 만큼 크게 흥행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에게 이케이도 준 작가의 새 시리즈는 과연 어떤 내용인지 매우 궁금하게 되었다.

주인공 쓰쿠다 고혜이는 과거 우주과학개발기구에서 로켓 연구원으로써 활동했지만, 자신이 개발한 로켓 엔진인 "세이렌"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큰 타격을 받고, 연구원에서 사직한 뒤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자, 엔진 부품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변두리 공장에 불과한 "쓰쿠다 제작소"을 이어받고 7년 동안 꾸준히 여전히 로켓 공학에 뜻을 두고, 신의 영역에 대한 동경과 꿈을 가지며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쓰쿠다 제작소"는 지속적인 연구에 대한 결실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수소 엔진 벨브에 대한 특허를 따게 되었지만, 기존 거래처는 끊기고, 대출금을 20억 엔 가까이 낀 상황에서 연구 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은행의 대출금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급기야 부하 직원인 경리 부장 도노무라에게 "꿈을 좀 보류하는 게 어떨까요"라는 라는 빈축을 사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경쟁사 대기업 나카시마 공업은 "쓰쿠다 제작소"에서 5년 전 출시한 스텔라 엔진 말도 되지 않는 이유 90억 엔손해 배상 특허 침해 소송을 낸다.



이번 소송의 목적은 이기는 게 아니라 쓰쿠다제작소를 궁지에 모는 거라고 볼 수 있겠죠. 소송이 길어지면 귀사는 자금이 달릴 겁니다. 그 때를 기다렸다 화해안을 제시할 지도 모릅니다. 주식의 절반 이상을 양도하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식으로 말이죠. (...중략...)

그들은 합법이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중소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차지해왔죠. 법률을 역이용해 소중한 것을 빼앗는다. 그게 그들의 전략이에요.

쓰쿠다 고혜이의 전처인 사야의 소개를 받고 선임된 실력 있는 변호사 가미야 슈이치가 나카시마 공업이 왜 쓰쿠다 제작소에 소송했는지 설명하면서 한 말 중에서

만약 나카시마공업과의 소송에서 패배하게 되면, 거래처가 끊긴 것과 맞물려 자그마치 매출의 40퍼센트를 날려 파산할 위기에 직면한 쓰쿠다 제작소는 큰 위기에 직면하고, 이와 같은 사실이 언론에도 대서특필되면서 더더욱 궁지에 몰린다. 자신의 인맥인 다나베 변호사조차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자, 전처인 사야의 소개를 받고 과거 나카시마공업의 배금주의에 가담한 사무소의 방침에 대립하다가 사무소를 나오게 된 전력이 있는 가미야 슈이치를 선임하게 된다. 과연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대표하는 자본 그룹인 데이코쿠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데이코쿠중공업은 최선 수소 엔진 벨브 특허를 간발의 차로 쓰쿠다 제작소에게 놓치게 되었고, 회사 내에서 우주 항공 분야에 대한 활성화를 목적으로 건 스타더스트 프로젝트에 대해 큰 차질을 빚는 상황이 발생한다. 회사 내 우주항공부의 부장인 자이젠"쓰쿠다 제작소"의 기술이 어떻게든 필요한 상황이 되었고, 쓰쿠다 고헤이에게 특허 기술을 20억 엔에 직접 사겠다는 제안까지 하게 된다. 과연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난 말이야, 일이란 이층집과 같다고 생각해. 1층은 먹고 사기 위해 필요하지. 생활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어. 하지만 1층만으로는 비좁아. 그래서 일에는 꿈이 있어야 해. 그게 2층이야. 꿈만 쫓아서는 먹고 살 수 없고, 먹고 살아도 꿈이 없으면 인생이 갑갑해. 자네도 우리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었을 거야. 그건 어디로 갔지?

변두리 공장에 불과한 쓰쿠다 제작소를 운영하고 있는 쓰쿠다 고혜이가 부하직원 마노에게 한 말 중에서

이 소설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여러 고민의 거치는 한 사장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직원들은 연이은 자금난과 여러 역경에 영향을 받고 쓰쿠다 고혜이에게 현실을 택하라고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고, 쓰쿠다 고혜이는 연구원 시절부터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꿈을 계속해서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한다. 이처럼 1층은 현실, 2층은 꿈이라는 쓰쿠다 고혜이의 대사에서 이케이도 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듯 하다.

이케이도 준 작가의 소설의 기승전결은 사실 어느 정도 비슷하다. 끝없는 역경 속에서 끝끝내 권선징악이 이루어지고, 행복한 세상이 찾아오는 그런 소설. 다만 , 쓰쿠다 고혜이가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던 꿈처럼, 우리가 바라는 그 푸른 이상이 이뤄지기 위해선 끝까지 역경에 굴하지 않고 이겨내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꿈을 향해 꾸준히 달려 가고 있는 이에게, 이 책의 쓰쿠다 고혜이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 가는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서평을 마치도록 하겠다.

길고 고된 싸움이 끝나면, 밝은 미래가 찾아오는 소설을 저는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케이도 준의 한국어판 작가의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직접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썼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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