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 특권과 반칙 극복할 돌파구, 신뢰와 법치에 대하여
정병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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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제시하고 서로 신뢰하며 지켜야 할 규범을 준수하는 문화를 조성해주면 충분하다. 월드컵 응원전을 리드했던 것은 정치 지도자들이 아니었다. 평범한 붉은 악마 응원단이 전국민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그 문화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이 잠재된 역량을 발휘하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열정을 끌어내는 일이다.

공동체의 가치를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선 지켜야 할 규범을 준수하기만 해도 반쯤 이미 된 거라고 볼 수 있다. 어떠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국민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 매일경제신문사는 경제 쪽으로 읽을 만한 사설들을 제공해 주어 필자가 자주 읽는 유익한 신문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작가보다는 "매일경제신문사"라는 출판사가 더 눈에 띄어서 이 책 서평단을 신청했던 듯 하다. 또 책 제목이 약간 자극적인 것 역시도 서평단 신청에 한 몫 했던 듯 하다.제목에서도 눈치를 채듯이 책 속에 어느 정도 정치적 내용이 담겨 있기에 약간은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면서 특히나 더 정의공정이라는 이슈가 더욱 중요해진 것을 세삼 실감할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느끼기에도 해가 갈수록 사회 속의 갈등과 분열이 점차 심해짐을 어러 이슈를 통해서 체감한다. 사회 계층간의 차이부터 시작해 정치적인 견해의 차이까지, 서로의 입장과 의견 차이로 인한 양극화는 갈수록 사회를 위축시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에서는 이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바로잡고, 정의와 공정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 법치와 신뢰가 바로서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장님과 길잡이 소년 사이에서 장님이 한 알씩 포도알을 나눠 먹자는 약속을 먼저 어기고 포도알 두 개를 집어먹자 길잡이 소년 역시도 그 약속을 어기면서 갈등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솝 우화를 통하여, 사회에 불신이 만연하다면 결국 사회 전체가 퇴보하기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에서 부터 신뢰 사회의 출발을 외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의 정병석 저자는 과거 자신의 쓴 저서인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의 연장선으로써 이 책을 썼다고 밝히며, 한국 사회의 신뢰가 무너진 이유를 과거의 신분제와도 연계해서 이야기한다. 오래 전부터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 한국 사회는 마을 단위의 '두레'를 형성하며 지역공동체가 서로의 신뢰를 쌓는 데 두터운 역할을 하였고, 고려 시대까지는 신분제가 시행되었으나 하층민의 정치적 진출을 비롯해서, 신분 계층의 이동이 원활했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들어서는 신분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지역 공동체 역시 해체되고, 토지 소유 규모에서 격차가 커지면서 두레 역시 변질되어 갔다.





소신이란 '내가 믿고 생각하는 바'를 말한다. 누군가에게 어떤 책임을 맡기면 그가 소신껏 일하게 믿어야 한다. 책임을 맡은 사람은 그런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정해진 규범을 지키며 성실한 소임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 '신뢰 관계'이다.

국가가 주도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되고 각 부분에서 시민이 자율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구성원 간에 상부상조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고품격 선진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신뢰 사회는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해 이행을 촉구하고 위반자를 자율 제재하는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신의 의미와 신뢰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느냐에 따른 문장 중에서

또한 정병석 저자는 조선이, 당대의 여러 국가들보다 훨씬 더 폐쇄적인 나라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돈이 있는 양반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였으며 갖가지 명분과 편법을 동원해서 군역에서 면제가 되고, 군포제라는 제도를 통해 합법적으로 피지배층 농민들을 착취함을 비판했다. 또한 <세조실록>의 일화 중 신운이라는 승려가 전라도 영광군 어느 섬에서 종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일본 닥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관찰사에게 보고하자, 도리어 영광 군수가 "공연히 군민을 번거롭게 하고 소요시켰다."며 승려를 잡아서 죽기 직전까지 곤장을 맞았다는 일화를 이야기하며, 공물의 수량을 채워 일방적으로 납부할 의무가 있었던 조선 사회에서 일어난 비극아라 지적했다. 새로운 닥나무 산지가 알려지게 되면 , 추가적으로 더 채워야 할 지역 할당량이 많아져 군수 차원에선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대로 지방 자치, 혹은 자율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은 것은 물론, 권력의 위임과 신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물론 조선 전체 역사를 들여다 보면 최부잣집이라는 만석꾼 집안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분명 예외이겠으나 양반 지배층이 집단적으로 다른 신분을 신뢰와 포용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쌓여온 대한민국은 국가에 대한 신뢰감이 크지 않으면서, 정부에게 대책을 강구하라고 다그치는, 국가를 신뢰하지 않으면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큰 나라라는 것을 지적한다. 이에 대비하여 정병석 저자는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인종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실 규명과 화해라는 해법을 찾은 TRC(진실 화해 구성회), 스웨덴의 국회 구성, 미국의 JPAC와 같이 나라의 부름으로 순직하거나 기여한 사람들을 기리는 문화 등의 사례를 들며, 사회 지배층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한 정치제도와 감시 체제를 만들어나가고 정해둔 규칙을 지켜야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에 따른 권위가 만들어질 것이고 역설했다.

법치에 관한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법치 해석, 법 집행이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인식은 법 집행을 승복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준법 의식을 약화시킨다. 특히 전체주의 국가에서 독재자들이 주로 채택하는 "심판 매수", "기울어진 판정 시스템 구축", 즉 대통령의 인사권을 활용해 편파적인 인사를 배치한다던지, 권력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게 하는 방식은 더더욱 법치 사회를 퇴행시킨다. 진보와 보수 진영 그 어느 쪽의 논리에도 구애받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다. 또한 도덕적인 비난 법 집행 역시 구분되어야 함에도, 그 잣대가 불공정한 경우가 여러 모로 많은 것 역시 법치를 훼손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 참여해 역량을 모으고 각자 역할에 집중하면서 청소년 교육, 사회인 교육, 봉사활동 등 의미있는 일부터 시작하며 사회에 메세지를 주는 시도가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아이디어를 모아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우리가 지향하는 품격 있는 선진 사회 문화는 시민 지도층과 시민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믿으며 많은 이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어떤 사회든 가장 핵심은 결국 국민이 직접 능동적으로 움직여서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이외에 우리가 과거에 이랬다느니 그래서 안 된다느니는 사실 변명아 가까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책의 모든 것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이 책은 필자에게 있어서 현 시대의 사회 문제의 책임을 조선 시대의 사회에 그 책임을 너무 많이 돌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며, 타국과 대한민국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와닿지 않았던 것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된 신뢰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시스템에서 여러 오류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뛰어난 전문가의 말을 신용하거나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낙하산 인사, 혹은 자신의 측근을 꽂아넣는 경우라던가, 기초 과학을 비롯한 여러 산업의 유능한 연구원이나 기술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이념에만 에 사로잡혀, 대중들 역시 좌우 구분 없이 편향된 사고에 빠져 전문가의 말을 제대로 듣지를 않고, 자기가 믿고 싶은 말만 믿는 경우 역시 빈번하다.

이 책에서는 세월호 사고를 여러 번 인용한다.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사건이며 다시는 재발하면 안 될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오랜 기간 동안 수사하고 처벌하고 조사했음에도 여전히 세월호에 대한 배후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초기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도 크겠으나. 근본적으로는 법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8번의 조사 끝에 진상 조사단이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수사에 외압이 넣지 않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불법 사찰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냈음에도, 이 사실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아마 사회 속 뿌리내린 깊은 법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또한, 최근 발표된 4대강에 관련된 여론 조사를 인용하자면, 일반 국민들은 4대강의 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필요하다는 의견보다 높은데, 정작 4대강 보 주변의 사람들은 4대강 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 더 높게 나왔고, 이 와중에 국민의 60퍼센트가 4대강에 대해 잘 모른다고 조사된 여론조사가 나온 것은 본인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여론에 휘둘려 막연한 정서를 가지고 주장을 한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추측된다.

대한민국이 다른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서 민주주의가 늦게 받아들여졌으며, 수백년 간의 끊임없는 백성들의 시도와 지식인의 노력 등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갑작스런 해방을 통해서 처음으로 대통령제가 시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도 끊임없는 부작용을 겪고 아직까지도 그 휴유증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의지에 담겨 있다. 우리 스스로가 건전한 공동체를 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아이디어를 모아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사회 지도층들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성을 가져 특권의식을 버려야 하며, 국민은 그것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박 겉핧기와 같은 얄팍한 지식이나, 도덕 의식과 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당장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나 중심의 베타적인 사회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우리'라는 공동체 사회로써 신뢰와 법치가 완전히 회복되는 사회가 되리라고 믿는다.

책의 전체적인 난이도는 어렵지 않았으며, 270쪽 내외의 분량으로 책 자체를 소화하는 데에는 누구나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치와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며 여러 가지의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남긴 채 이 서평을 마치도록 하겠다.

이 서평은 카페 서평단을 통하여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썼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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