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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평점 :
기후 변화와 세계적 유행병이라는 심각한 도전 과제에 대응할 태세를 갖춘 끈질기고 유연한 도시가 필요한 시기에는, 제대로 작동하고 자원이 풍부한 공동체가 도시의 복원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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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해법이 통하려면 생활의 도시화가 정말 거대한 규모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도시의 다양한 정체성을 포용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상상력을 넓혀야 한다. 역사는 우리의 시야를 열어 도시를 폭넓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적인 통로를 만들어 줄 것이다.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인간의 여러 가지 사회적 기능이 고도로 집중화된, 보통 인구가 100만명이 넘고,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전국적으로 묶는 현대의 커다란 대도시를 뜻한다.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벤 윌슨의 <메트로폴리스>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대도시, 즉 메트로폴리스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설명함으로써, 인류문명사가 어떻게 발전해나갔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현재 메트로폴리스, 즉 대도시의 비중은 최근 30년 동안 매우 커졌다고 한다. 벤 윌슨은 2025년이면, 세계 인구의 7퍼센트가 되는 6억명의 인구를 가진 440여개의 도시들이 전 세계 총생산의 절반의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에도 상파울루, 라고스, 모스크바와 같은 신흥 부흥국들의 주요 도시들은 각 나라 부의 3분의 1~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수도인 라고스 같은 경우, 나이지리아 산업 및 상업 활동의 60퍼센트가 수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만약 라고스만 똑 떼어서 독립해 버린다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 5위 안에 드는 정도라고 한다.
이 책은 벤 윌슨이 말한 대로 도시를 웅장하게 건축하고 어떻게 계획했느냐를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건축 그 자체가 소외되어야 된다는 건 더더욱 아니며,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건축물이 어떻게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전해 왔는지에 대하여 인류문명사에서 손꼽히는 대도시들의 발자취를 통해서 과거의 도시 역사와 현재 도시들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도시의 방향에 대해 논하고 있다.
대도시는 우리의 선의와 이상적인 판단에 따라 작동하는 만큼, 우리의 욕망, 이기심을 동력 삼아 움직이기도 한다. 대도시는 우리를 위협하는 곳,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인 만큼, 우리의 정신을 고양하고 의욕을 자극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도시는 크고 나쁘고, 잔인한 곳이다. 그러나 대도시는 번창하는 곳이자 강한 힘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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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과 재력을 갖춘 곳. 이것은 대도시에 불어넣는, 대도시의 상반되고 불온한 성격이다. 도시는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의 서막인 엔키두와 샤미트의 사랑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기원전 4000년 전에서부터 1900년까지의 첫 메트로폴리스인 우루크를 소개하는 것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메소포타미아 유역에 있는 우르크 지역은, 땅 자체는 메마르고 평평하지만, 인간들의 노력으로 사이에 끼어 있는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의 강물을 사용하여 물을 끌어오는 것에 성공하면서 풍족해졌다. <길가메시 서사시> 역시 도시가 신이 내린 선물이고 이 세상에서 만들어진 것 중 가장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표본이었는데, 야생 인간인 엔키두가 절친한 친구인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와의 싸움으로 인해 죽자, 길가메시는 무척 슬퍼하며, 우루크를 떠났고,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다시 우루크를 되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도시 생활에 대한 신뢰가 더욱 단단해졌음을 강하게 나타내면서, 도시의 이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루크라는 첫 메트로폴리스는 우리에게 관개시설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상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도시화를 제공했고, 재화를 기록하고 저장하고, 잉여 생산물에 대한 세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읽고 쓰는 문어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유토피아적인 면모가 있는 반면에, 도시의 부흥과 몰락, 19세기까지만 해도 농촌 지역보다 도시에서 수없이 많은 유아가 사망하고, 기대수명도 짧았다는 점에서 디스토피아적인 요소가 있었다. 그리고 이후 근처에서 세워진 바빌론을 통해서 도시의 발전과 추악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흥망성쇄를 더욱 적나라하게 살펴볼 수 있다. 계속된 흥망성쇄 속에서 도시는 계속해서 발전했고,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 하라파, 로마 등과 같은 걸출한 고대 도시들이 등장했다.
우선 불규칙적인 외곽선과 개방적인 문화가 발달했떤 아테네는 토론의 장이 열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공 공간을 발전시킴으로써, 철학, 정치학 연극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반대로, 알렉산드리아는 합리성과 직선적인 설계를 통하여 엄격하게 관리된 환경에서 백과사전적이고 순응적인 사고방식을 지니며 과학, 수학, 기하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 지역에 걸쳐져 있는 하라파 문명은 많은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으나, 하수 처리 시설이 발전하는 등 청결을 중요히했고, 하수구, 우물, 저수지, 목욕탕 등의 물 관리를 섬세하게 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로마와 같은 경우는 6만명이 함께 쓰는 공용 목욕탕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목적까지 담겨 있었다. 황제들도 목욕탕을 무척 애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두 문명을 통하여 벤 윌슨은, 목욕은 도시의 생명력을 가늠하는 기준이며, 목욕탕이 살아남은 지역은 도시 생활이 만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였다.
훌륭한 건물과 기념물은 마치 도시가 정지해 있고 시간이 초월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도시의 진면목은 움직일 때 드러난다. 사람의 일상생활 속에서, 그 유기체를 지탱해줄 힘줄과 결합 조직에서 드러난다. 걸어다니기는 도시를 살 만한 곳으로, 무엇보다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비결이다. '걸어 다니기'는 현지인이나 방문객이 도시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도시를 올바르게 계획하라, 그러면 더 나은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한 크리스토퍼 렌 경의 말처럼, 도시는 계속해서 발전했다. 헝클어진 골목길이 사라지고, 넓은 가로수길인 대로와, 곧은 길들을 정비했다. 6~13세기까지 자유로운 상거래를 하며 온갖 식도락이 펼쳐져 있는 바그다드를 비롯해서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지인 팔레방, 자유로운 인도양에 비하여 유럽에서만 그 범위가 국한되었지만,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여러 해안의 무역 도시와 동맹(한자 동맹이라고 부른다.)을 이루며 쇼규모의 효율적인 자치 도시을 추구하였던 "자유 도시"의 모범 사례인 뤼벡, 그리고 이를 따라 피렌체, 베네치아, 제네바 등 유럽 내서의 다양한 공화국 도시 국가들까지, 이익에 따라 오가는 다양한 상거래와 외교와 협상, 끊임없는 전쟁을 통하여 도시는 계속해서 변모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소규모의 작고 효율적인 도시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앙집권국가들이 강성해지고 치열한 전쟁으로 인해 전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소규모의 도시들은 중앙집권국을 상대하기 어려워졌다. 자유무역보다는 독점을 선호하고, 전쟁 도구를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타인의 신앙을 관용하지 않는 유럽 중앙집권국의 도시들은 다른 도시 문명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포르투갈의 리스본에게 점령당한 인도의 캘리컷, 지금의 말레이시아 도시인 믈라카, 맥시코의 테노치티틀란이다. 하지만 이러한 독점적이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리스본은 가장 중요한 인적 자본을 끌어모으기는 어려운 환경이었고, 시민권과 양심, 상거래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강한 힘을 가진 암스테르담으로 옮겨 겼다.
17세기 이후,커피점의 발전을 통해, 커피점은 다수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와 거래를 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커피점 문화에 편승하여 공손함과 예의의 근대적 면모를 갖춘 도시로 발전한 런던은 문화 시설과 대중오락을 통해 품위 있게 발전하는 듯 하지만, 이면에는 최악의 빈민굴이 있었다. 부두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온갖 힘든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노동자들이 살고 있었다. 맨주먹 격투와 개싸움이 벌어는 등 거친 놀이를 즐겨 했고, 각종 강도와 경범죄, 학대 사건들이 벌어졌다 . 특히 산업 혁명 효과를 받고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시카고, 멘체스터와 도시들이 특히 더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정작 찌든 하수구에서 생활하고, 음주와 성적 쾌락, 각종 범죄들이 들끓었던 도시에서 착취당하던 노동자들은 불만에 가득 차있었다. 결국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강하게 외쳤고, 이를 통해 조금씩 권리를 보장받았다. 여가 시간에 술집으로 모여들고, 희극, 서커스 등 신기한 공연을 맘껏 즐겼고, 축구, 미식축구, 야구, 럭비, 하키 등 스포츠가 체계화되고 발전하기도 했다. 새로운 생활 방식과 문화는 도시를 새 물결로 이끄는 원천이 되었다.
인류는 도시를 건설에 유지하고 독창성과 임기 응변의 재능을 발휘해 살아남고,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사람들이다. 에너지가 고갈되고 기온이 더 올라가면서 도시의 환경이 더 혹독해질 때, 인류는 즉석에서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만약 역사가 일종의 안내자라면 역사는 그들이 성공을 이루리라고 말할 것이다.
현대의 파리는 19~20세기의 조르주외젠 오스만에 의해서 설계되었다고 한다.. 알맹이 도려내기, 길 내기, 중심가 찢기와 같은 표현을 통해 과감히 파리를 수술했고, 하수도를 매우 넓고 청결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빛이 잘 들고, 공기가 잘 통하며 질서정연하고 우아하게 치장된 깨끗한 파리가 되었다. 그런 파리를 지금도 몽마르트르 언덕, 벨빌 언덕, 에펠탑 같은 높은 곳에 올라가면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된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벤 윌슨은 명화를 인용하여 파리의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무척 잘 설명해내었다. 그 한편, 또 다른 메트로폴리스인 뉴욕은 고층 빌딩, 즉 마천루가 드러서게 되었다. 이 때 너도나도 마천루를 짓겠다 나서자, 뉴욕은 철저하게 규정을 정해 마천루를 적당히 짓도록 했고, 햇빛을 앗아가는 단조로운 수직형 마천루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마천루가 지어지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지나면서 잿더미가 된 도시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재건에 성공하기도 하는 등 여러 발전을 거쳤다. 뉴욕이 과거보다 비교적 쇠퇴하여, 로즈엔젤레스와 같은 다른 대도시로 옮겨가기로 하였다. 로즈엔젤레스는 서비스업과 첨단 산업이 발전했고, 아시아로부터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는 관문으로도 유리했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나면서 로즈엔젤레스와 같은 대도시들은 또다시 너무나도 팽창하기 시작했고, 교통 정체, 자동차로 인한 스모그, 그리고 환경 문제 등이 또다른 문제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최근의 메트로폴리스는 도시 녹화 사업을 통해 도시를 꾸미거나, 도시를 쾌활하게 하고자 인공 지능을 통해 예측 모델링과 실시간 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흡수해서 분석하는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독창성, 역동성, 자발성을 중요시하는 관점에서, 무질서한 환경에서 쾌적하게 살기는 어려우나, 변수가 넘치기에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한, 그리고 에너지가 넘치는 독특한 형태의 도시 라고스가 탄생하기도 하였다.이를테면 라고스의 상징적인 빈민가 마코코에는 수익성 높은 목재 환적 시장이 있다던가, 라고스 이케자 지구의 혼잡한 거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it 기기를 판매하고, 특유의 협력 구조를 통해 운영되는 오티그바 컴퓨터 마을, 비공식 시장으로써 아프리카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직업군들의 사람들의 협력의 장인 알라바 국제시장(마치 과거의 동대문 시장과 비슷한 느낌 같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같이, 언뜻 혼돈의 상태로 보이는 것이 복잡하고 비가시적인 방식으로 자기조직화된 형태로 발전되기도 하였다.
이 책은 도시는 너무 복잡해지면 지금처럼 다시 한산해지려고 하는 기미가 있지만, 또 너무 한산해지려고 하면, 또다시 복잡한 형태로 돌아가는 복원력이 있다는 것을 도시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전체 내용이 유기적으로 하나하나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인류 문명사와 더불어 전체적인 도시 역사에 대해서 생소하면서 세세한 내용까지 디테일하고 다양하게 담고 있어 지식을 쌓는 데에 데 무척 탁월한 책이었고, 필자가 이 책을 조금 시간에 쫓기듯 읽은 터라 생각보다 두서 있게 서평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이었으나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임은 분명하며, 이 포스팅의 내용 이외에 도시 역사에 대해서 담고 있는 내용들이 무지막지하게 방대하기에 여러 번 다시 읽어볼 듯 하다. 그리고 후일 도시의 분석에 대한 또다른 책을 또 한권 읽어볼 수 있기를 다짐하며 이 책의 서평을 마쳐보도록 하겠다.
이 책은 독서 공간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