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우리는 반 고흐, 고갱 등 화가를 미술사 관점에서 주로 바왔습니다. 그 외에 다른 부분은 편집된 채 말이죠. 그래서 '미술' 하면 고상하고,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사실 알고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미술이 고상하고 우아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역사에 남은 거장들은 우리와 다를까요? 그들도 우리처럼 울고 웃고,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해하는 인간 아닌가요?

<방구석 미술관1>의 프롤로그 중에서,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흥미 있게 다뤄내는 데에 성공했다.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는 미술 교양 입문서로써 아마 최근 출간된 미술 관련 책들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책일 것이다. <방구석 미술관>은 채시장 작가가 팟캐스트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여 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 마찬가지로, 조원재 작가가 팟빵에서 미술가들에 데해 설명한 내용들을 글로써 풀어 쓴 내용을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에 담았다. 현재도 팟빵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방구석 미술관>을 검색한다면 2020년 6월 현재까지도 꾸준히 조원재 작가는 한국 미술가들과 해외의 미술가들을 넘나들며 미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전달해주고 있다.

<방구석 미술관> 1권은 해외의 유명 미술가들 위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데 최근 미술 관련 도슨트로 유명한 정우철 작가가 작가 본인의 취향에 맞게 쓴 <내가 사랑한 작가들>에 비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 법한 대중적인 미술가들이 소개되어 있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해서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 드가, 폴 세잔, 바실리 칸딘스키, 그리고 마르셀 뒤샹까지.. . 미술에 대해 얄팍하게라도 귀동냥으로 들어봤다면 한 번쯤 다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며 누가 읽어도 최대한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도록 구성을 교양서이기 때문에 처음 미술을 접하는 사람들에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자신의 심장을 열고자 하는 열망에서 태어나지 않은 예술은 믿지 않는다. 모든 미술과 문학, 음악은 심장의 피로 만들어져야 한다. 예술은 한 인간의 심혈이다.

예술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과 그의 삶이며, 우리는 죽어버린 자연이 아니라 바로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

첫 챕터에 소개되어 있는 뭉크의 명언 중에서, 뭉크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쥭움음 쥐어짜내면서까지 치열하게 예술을 위해서 살았는가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듯 하다.

첫 챕터에 소개되어 있는 뭉크는 <절규>라는 작품으로 정말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이다. 류마티즘을 앓고 관절염과 열병을 평생 시달리는 약한 몸을 가진 탓에 평생 자신이 죽을까 걱정하며 살아간 뭉크는 <절규>라는 작품에서도 그의 절망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책 속에서 조원재 작가는 자신의 심장을 열고자 하는 열망에서 태어나지 않는 미술은 믿지 않는다는 뭉크의 일명 "예술 심장론"을 으스스하고, 예술에 대한 생각마저 음산하고 괴기스럽다고 했지만 필자의 생각은 오히려 그만큼 치열하게 예술을 탐구하고 싶어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 속에서도 진정으로 예술을 탐독하고 몰입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뭉크의 전체적인 삶을 둘러 보면 행복한 삶을 마음놓고 살았다고 보기는 정말 어렵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자신의 누나 소피에가 폐결핵으로 사망했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자신이 언제나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뭉크는 자신의 예술 인생의 방향을 개인와 그 사람의 삶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듯 싶다. 뭉크는 사랑마저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20살에 만난 첫 사랑이자 3살 연상인 헤이베르그 부인과 불륜을 한데다, 그 대상이 팜므마탈로 이름을 날리는 여자였던 탓에 다른 남자를 만나기 일쑤였다. 결국 6년간의 연애 끝이 분노와 질투로 얼룩진 채 헤어지고, 두 번째로 사랑했던 여자 유을 역시 자신과 절친한 친구와 결혼하면서 마음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심지어 자신을 열렬하게 사랑했던 세 번째 여자는 뭉크의 미적지근한 태도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다 뭉크의 손가락에 총알이 박히면서 뭉크는 자신의 선천적 육체 뿐만 아니라 사랑마저 "죽음의 공포"로 이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역시 삶의 과정이 그렇기에 더욱 위태로움과 우울함을 느꼈던 듯 싶다. 누군가와 연애하고 헤어질 때마다 남긴 <흡혈귀>, <마돈나> 등과 같은 작품은 당시 그의 심리를 짐작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예술을 그리고자 치열하게 살아가고자 한 뭉크는 당시 평균 수명을 훌쩍 뛰어넘은 81세까지 삶을 살았고, 당시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고 본인 역시 결렸음에도, 그 조차 극복하는 데에 성공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런 첫 챕터를 뒤로 하고 두 번째 챕터에서는 소아마비와 교통 사고로 인해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겪는 속에서도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맥시코 혁명가와 결혼했지만 교통사고 때문에 아이를 가지고자 하는 시도가 번번히 좌절되고 남편의 여성 편력 탓에 맞바람을 저지르면서 당시의 감정들을 그림으로 남기며 역사에 남는 화가가 된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시대는 자신만의 자세와 시선, 몸짓을 지니고 있다.

"그림을 배우려고 옛 거장들의 작품을 공부하는 것은 분명 훈륭한 일이지만, 만약 목표가 현재의 아름다움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불필요한 훈련일 뿐이다.

에두아르 마네의 사상적 스승이자 <악의 꽃>으로 유명한 보들레르가 쓴 역사 평론 <현대 생활의 작가> 중에서, 무척 인상적인 말이었기에 이렇게 기록한다.에두아르 마네의 작품들이 동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중심적으로 그린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이 외에도 19세기 당시 역사화, 종교화, 신화화가 주를 이루던 유럽 미술계의 틀을 깨고 동시대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그리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 그린다는 "사실주의"와 오직 빛이 보여주는 세상을 솔직하게 포착해서 그린다는 "인상주의"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던 에두아르 마네라던가 과거를 낡은 관습으로 보고 이를 거부한 인상주의 속에서, 과거 역시 계승해야 할 유산이 있다고 주장했던 폴 세잔 등 다양한 미술가들의 이야기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도 지금의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주었고, 필자가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그림인 초현실주의의 대가 뒤샹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중에 파는 변기를 거꾸로 뒤집어 놓고 <샘>이라는 제목을 지어 무명 작가의 가명을 써서 출판을 해서 사람들의 반응을 떠보는 행각을 펼친 부분은 정말 획기적이었다.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뒤샹 본인의 말에 걸맞게 살아간 듯 싶다.

<방구석 미술관>이 이번에 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음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100쇄를 기념하여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책을 읽게 되면 미술가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더불어서 각 화가들이 영향을 받거나 창시한 사조, 즉 당시 유행했던 화풍들이 어떤 종류였는지가 간단하고 쉽게 설명하면서, 미술 교양 입문설고 천명한 만큼 미술에 대해 처음 접한 사람들이 재미있고 읽기 쉽게 쓰였다. 다만 쉽게 쓰려고 노력한 만큼 너무 허위 광고처럼 자극적으로 쓰여진 소제목이라던가, 내용의 몇몇 부분에 관해서는 선입견이 생기기 쉬울 수도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를테면 마르크 샤갈의 소제목이 "사실은 밀애를 나눈 또 다른 사랑이 있었다!" 인데 이 소제목의 결론은 알고 보면 "자신의 아내 뿐만 이니라 자신의 민족인 유대인을 사랑했다"로 귀결된다거나 내용적인 면에서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이 너무 깊게 개입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출간된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베스트셀러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면서 후속으로 미술에 관련된 여러 책들이 출간하는 데에 영향을 준 것을 사실이며, 편입견에만 휩싸이지 않는다면 일종의 개념을 잡아주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다른 미술책들을 읽으면서 살을 붙여나간다면 훨씬 더 폭넓은 미술 지식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팟빵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책까지 낸 조원재 작가가 무척 입지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이지만, 사실 필자는 팟빵이나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공유하는 건 자신이 없다. 언젠가 오로지 나만이 이야기하고 싶은 바를 쓰고 이야기하고 책까지 내면서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면서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들었던 <방구석 미술관1> 포스팅이었다.

이 포스팅은 블랙피쉬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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