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그윈플렌 커버 에디션 A) - 이석훈 & 규현 표지디자인 웃는 남자 (그윈플렌 커버 에디션)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이곳에서 그윈플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나이 열 살이 되던 1690년 1월 29일 악랄한 콤프라치코스 일당에 의해 포틀랜드 헤안에 버려졌습니다. 그 어린 아이가 장성해서, 오늘날의 웃는 남자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작중 그웬플렌이 운영하는 극인 "웃는 남자" 극 설명 중에서

필자가 본 영화 중에서 장님인 남자가 박색이지만, 자신에게 진실되게 대한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영화가 있다. <블라인드>라는 제목의 영화었는데, 필자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본 영화라서 그런지 <웃는 남자>를 읽으면서 내내 이 영화가 간간히 떠올랐다. 과거 필자가 다크나이트의 "조커"라는 캐릭터가 <웃는 남자>의 중니공 그웬플렌에서 유래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웃는 남자>를 읽은 후, 2020년 뮤지컬을 기념하여 '더스토리'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판된 <웃는 남자> 시리즈와 재회하며 읽으니 매우 색다르게 느껴졌다.

아이들을 납치해서 아이들을 기형으로 만들어 귀족들의 놀이거리를 파는"콤프라치코스"에게 납치되어 찢어진 입을 갖고 있는 채로 해안에 버려진 기껏해야 10살 남짓 된 그웬플린은 거친 해협을 건너 영국 남북부에 도착한다. 이후 눈보라를 헤메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를 우연히 찾아내어 안고 굶주림이 지쳐가며 길을 헤메는 중 우연히 어떠한 집에 의해서 거둬지게 된다. 철학자 우르수스는 조금은 츤데레 같은 성격으로, 호모라는 늑대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가난하고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우르수스였지만 아무도 그웬플렌과 조그마한 아기를 거두지 않자 틱틱대면서도 그웬플린과 아기에게 음식을 제공하며, 거두어 키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아기는 안타깝게도, 밤이슬 눈보라로 인하여 실명된 아이로 성장한다.

시간이 지나, 그웬플린은 곡예사가 되고, 그리고 조그마한 아기는 데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로 성장하게 된다. 우르수스그웬플렌과 함께 유랑극단을 운영하며 극 제목을 "웃는 남자"라고 이름붙이고 사람들에게 공연을 선보인다. 귀밑까지 찢어지도록 벌어지는 입술, 인상을 쓸 때 안경이 그려질 만큼 기형인 코, 저절로 접혀 눈까지 닿는 귀 등 그웬플린을 생김새는 그 누구라도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얼굴이었고,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유랑극단에게 있어서 축복이 되어, 사람들이 교회에 예배를 가지 않고 그웬플렌의 공연을 보러 갈 정도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그웬플렌 데아와 깊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여 연인으로 함께하고 있었다. 데아는 비록 장님이었지만, 의식을 통한 순수한 마음통찰력을 가진 채 그웬플린을 깊게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는 우르수스는 매우 흐뭇해하였다.





존경하는 사제님. 저는 악마를 믿는 불경한 자가 아닙니다. 악마에 대한 신아은 신에 대한 신앙의 이면입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증명합니다. 악마를 조금이라도 믿지 않는 사람은 신도 믿지 않습니다. 태양을 믿는 사람은 그림자도 믿습니다. 악마는 신의 밤과 같습니다. 밤이란 낮을 증명하는 것이니까요.

우르수스의 말 중에서, 우르수스의 대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렇듯 행복한 그웬플린과 데아, 우르수스 일행에게 커다란 폭풍 속 알 수 없는 국면에 다다르게 된다. 이를 모를 여공작이 그웬플린에게 청혼을 해온 것이었다. 그 이름은 바로 조시안 공작이었다. 찰스 2세의 사생아이자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안 공작데이비드 클랜찰리 경과 약혼한 상태이지만 따분함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클랜찰리 가문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데이비드 클랜찰리 경의 아버지 린네우스 클랜찰리 남작은 명예 혁명을 통하여 왕을 쫓아내고 의회 정치를 선언한 올리버 크롬웰의 공화파의 일원이었으며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너무 곧은 나머지 올리버 크롬웰 사후, 왕을 다시 모시고 옴으로써 왕당 정치를 재개하였으나, 린네우스 클랜찰리 남작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망명하여 쓸쓸히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실 부인 사이에는 린네우스 클랜찰리 남작의 직위를 이어받을 자가 없어, 사생아인 데이비드 클랜찰리 경린네우스 클랜찰리 남작의 직위를 이어받았다.

데이비드 클랜찰리는 여러 여자를 몰고다니는 인기 있고 멋진 사람이있지만, 조시안 공작은 영국 귀족의 삶에 점차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 또 당시 잉글랜드를 통치하고 있던 앤 여왕은 촌수상 이복동생인 조시안 공작이 이쁘고, 약혼자가 잘생겼단 이유로 질투하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어떠한 음모를 꾸미게 된다. 조시안 공작은 자신이 고귀한 왕족이라는 답답함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어했고, 천한 신분이자 흉측한 얼굴을 가진 그웬플렌이 자신을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던지고, 높은 명예를 가진 여공작이 천한 밑바닥으로 떨어짐으로써 느끼는 희열을 선사해줄 그런 정인으로 그웬플렌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내막 속에서 그웬플렌은, 본디 자신의 정인이었던 데아와, 갑작스레 사랑 고백을 요청한 여공작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혼란스런 와중에 갑작스레 경찰에게 끌려가게 된 그웬플렌은 조시안의 시종 바킬페드로를 통해 자신이 입이 찢어지게 된 근본적 이유와 출생의 비밀마저 알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웬플렌의 마음속에서 어떠한 욕망이 뜰끓고, 자신이 귀족 세상을 바꾸어보이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과연 그웬플렌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웬플렌이 갑작스레 사라진 후, 혼란을 겪게 되는 데아와 우르수스의 앞날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 것인가?

너는 혐오스럽고 나는 아름다워. 너는 어릿광대고 나는 여공작이야. 나는 최상류인데 너는 최하류지. 나는 너를 원해. 나는 너를 사랑해. 내게로 와

조시안 백작은 그웬플린의 천한 신분과 기괴한 모습 그 자체 때문에 그웬플린을 사랑하고 그를 정인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런데 그웬플린이 사실은 고귀한 귀족 신분이란 걸 알게 된다면 조시안 백작은 어떻게 변할까?

이 책의 주인공 그웬플렌이 조커의 모티브가 되는 만큼, 조커와 그웬플렌 사이에는 찢어진 입 이외에도 공통점이 존재한다. 두 캐릭터 모두 밑바닥의 신분이자, 불가능한 꿈을 품게 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요소가 더 높든, 부정적인 요소가 더 높든 간에 말이다. 자신의 얼굴이 흉측함하고 어려운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인생을 걸어온 그웬플렌은, 정작 높은 지위를 얻고 생각치도 못했던 사랑을 받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가치관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본인의 순수함을 유지시켜주는 데아와 높은 직위를 상징하는 여공작 사이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웬플렌은 어쩌면 이미, 진실된 마음이 훼손된 걸지도 모른다. 다만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세상의 풍파를 아는 그웬플렌이 자신이 본래 높은 직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된 이후 의회 연설를 하는 장면은 수많은 귀족들 속에서 가장 순수하고 빛나 보이며, .작가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경들의 행복은 타인의 불행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경들께서는 모든 것을 소유하셨지만, 그 모든 것들은 다른 사람들의 가난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중략..)

악업하는 사람들과 억압당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들이 처한 장소가 다르다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경들의 발이 사람들의 머리를 발지만, 그것은 경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사회하는 바벨탑의 잘못입니다. 모든 것이 위에서 짓누르도록 되어 있으니, 실패한 건축물입니다. 한 층이 다른 층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짓누릅니다.

그웬플렌이 자신의 신분을 복구할 당시 하였던 의회 연설 중에서, 작중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빅토르 위고는 귀족, 군주, 혁명을 주제로 한 정치 3부작을 계획했으며 <웃는 남자>는 귀족을 겨냥한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그렇기에, 그웬플렌의 서사를 제치고도, 읽는 내내 계속해서 드러나는 당시 귀족들의 행태들과 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17~18세기 영국의 명예 혁명 왕권 교체가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욕심과 위선을 가진 채 타인을 이용하고, 또 부패된 귀족들의 현실을 끔찍한 얼굴과 웃음을 가진 그웬플렌이 의회 연설을 통해 적나라하게 이야기함으로써 귀족 인간들의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내고, 가난한 서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빅토르 위고는 <웃는 남자>뿐만 아니라 <노트르담의 꼽추>에서도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극중 장치로써 뛰어나게 묘사하고 있다. 즉 위고의 소설에서 장애를 가진 인물은 역경을 극복하거나, 혹은 어떠한 상징적인 의미를 띄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조커의 모티브가 궁금하거나 빅토르 위고<노트르담의 꼽추>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 책의 결말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또 18세기의 영국 귀족들의 위선과 세밀한 묘사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며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저의 얼굴에 있는 웃음을 만들어 준 사람은 어느 왕입니다. 이 웃은 온 세상을 덮는 절망을 상징합니다. 이 웃음은 증오와 강제된 침묵, 강렬한 노기와 절망을 상징합니다.

그웬플렌의 웃음은 꼭 잘못되고 일그러져버린 위선적인 세상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웬플렌과 데아, 그리고 우르수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 책의 끝부분은 책을 통해 정확히 확인해보시기를 바란다.

컬쳐블룸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받고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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