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허나영 지음 / 비에이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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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 허나영

#도서지원

너무나 많은 햇살이 쏟아져 내리면 거짓말처럼 허리춤이 한풀 꺾입니다. 손날로 눈썹 위에 차양을 만들어 잠시 눈을 찌푸리면 이내 몸이 한쪽으로 기우뚱, 햇살을 받아내느라 휘청거리지요. 보이지 않아도, 만질 수 없어도 분명하게 감각되는 햇살, 햇살이 그득 쏟기는 날에는 허리에 힘을 단단히 줘야 합니다.

이른 아침 사위가 푸르스름한 산책로를 걷습니다. 저만치서 콧구멍처럼 동그란 꽃잎들이 아웅다웅 팔랑거립니다. 뒤꿈치를 들고 살금 살금 다가갑니다. 다 자라도 늘 저만한, 앙증맞은 매화 잎들이 푸른 새벽빛에 감겨 한 폭의 그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고흐도 울고 갈 꽃 피는 매화나무입니다.

사실, 세상 모든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 다르지 않습니다. 작가의 이야기가 깃든 명화를 보는 마음으로 자연을, 풍경을 바라보면 그것을 바라보고 선 나의 심상이 온전히 느껴지지요. 그런 이야기들이 색색의 반짇고리처럼 담긴 책입니다. 모두 바느질을 위해 필요한 도구지만 제각각의 용도와 모양이 다른 반짇고리들. 각각의 명화를 따라가다 보면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결국은 저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하나의 영감을 낳습니다.

바람이 불어 힘든 날도 있지만, 외려 그렇기에 더없이 자유로운 날이 있고요. 비가 내려 울적한 날도 있지만 반대로 비 덕분에 차분하고 또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마음으로 우리 안의 날씨와, 명화 속의 이야기를 각각의 계절과 계절 사이사이 나의 삶으로 가져오기로 합니다.

오늘 그대의 마음 날씨는 어떤가요?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자꾸만 올려다보는 오늘 저의 마음은 조금, 처량합니다. 너무도 많은 파란이 처량한 제 마음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되어줄지, 이야기 한 폭을 찾아 책을 펼쳐봅니다.

#책사이애21 #허나영 #비에이블 #쌤앤파커스 #바람부는날이면그림속으로숨는다 #미술관 #예술에세이 #책추천 #책벗뜰 #그림 #명화 #날씨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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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감각 -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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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이

#독후에세이

늦은 저녁 메시지 하나가 온다. ‘이번 주 글 많이 좋아요. 생활 문예 대상에 응모해 보시길’
짧은 한 줄 문장에 마음이 묘해진다.

얼마 전 독대할 기회가 있어 글쓰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눴던 분이다. 나의 글을 여러 편 보신 분이라 최근 김응숙 선생님의 첨삭에 복잡다단한 마음을 토로했었다. 첨삭 내용에 공감하며 나의 글이 가진 장단점을 기탄없이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다. 솔직하고도 뒤끝 없는 분이라 하시는 말씀 모두 가볍지 않았고, 또 깊이 있었다. 되돌아보면 여태껏 나의 글에 그렇게 깊숙하게 마음을 담아 피드백을 해준 사람들은 없었던 듯하다.

그런 분의 메시지라 가벼이 넘겨지지 않았다. 그냥 ‘좋아요’도 아니고, ‘많이 좋아요’라니.

매주 글 한편을 나누는 사이, 같은 수필 수업에 등록해 2주에 한번 얼굴을 보는 사이, 수년간 함께 책모임을 하고 간간이 축하할 일에 간단하게나마 인사를 건네는 사이.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로에게 무심하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의 쓸친이자, 읽친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사이다. 그런 사이에서 나눌 수 있는 별것 아닌 말이 유난히 크고 짙게 다가왔다.

나의 글이 좋다는 말은 비단 글 자체에서 느껴지는 완성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리라. 그것에 내가 들이붓고 있는 애절과 고심과 막막함을 보다 더 가까이에서 느끼는 마음이리라. 그런 마음이 한마디의 응원처럼 나에게 전해진 것이리라.

사실, 글은 이미 생활 문예대상 투고를 마친 글이다. 오래전 써 두었던 글을 투고를 위해 여러 번 퇴고 한 후 이번 주 모임 글로 인증했었다. 퇴고를 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문단을 수정했다. 김응숙 선생님과 이분의 피드백에 많이 의지했다. 내 글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고, 거리낌 없이 과감하고도 솔직하게 건네주신 말씀들이 독이 아닌 덕이 되어 나의 글을 움직였다. 그렇게 며칠을 끙끙거리며 퇴고한 글에 반응해 주시니 마음이 묘하게 달큼했다.

그 한마디에 나의 글이 갑자기 잘 쓴 글이 될 리 만무하다. 변화하려는 노력과 글쓰기에 대한 나의 진심을 응원받은 느낌이다. 사이, 글과 글 사이, 글을 쓰는 우리 사이. 그리고 나와 그대들의 사이에서 오늘도 용기를 얻어본다.

#책사이애20 #책벗뜰 #글쓰기 #앤라모트 #쓰기의감각 #웅진지식하우스 #수필공방 #공모 #에세이 #잇글 #책추천 #습작 #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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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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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들려줄

#독후에세이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도려내자고 덤비면 이 세상에 완전하고, 안전한 글은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이따금 누군가의 글을 읽기가(이 문구도 처음에는 ‘읽어 내기가’로 썼다가 지웠다) 버겁다.(이 문구도 ‘버거울 때가 있다’로 썼다가 지웠다.) 책의 부제가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이다. 당분간 누군가의 글이 아닌 나의 글을 읽고 도려내기로(이 문구도 방금 ‘도려 내보기로’라고 썼다가 지웠다) 마음먹는다.

이쯤 되니, 더 이상 이 글을 쓰기가 어렵다.

사실, 글이라는 건 원래 쓰기 어려운 장르다. 다 써놓고 나서야 잘 쓴 글이니 아니니 평가되지만 글을 쓰는 동안 대부분 사람은 어려워한다. 그 어려운 걸 왜 하려는 걸까, 저자는 그것에 ‘왜’를 들이대지 말자 한다. 글쓰기만큼은 ‘왜’가 아닌 ‘무엇을’로 질문 하라는 조언이 유난히 마음에 박힌다.

나는 왜 쓰는가? 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쓰는가? 질문이 바뀌니 생각이 바뀐다. 앞으로 무엇을 쓸 것인지, 고민의 방향을 돌린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 다짐이 선 후로 마음속에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했다. 쓰고 싶은 글이 아닌 쓸 수 있는 글을 쓸 것. 이 말은 나의 인생관과도 맞닿아 있다.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닌 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을 것. 쓰고 싶은 글은 ’아직‘ 내 것이 아닌 것들이 들어갈 염려가 크다. 하지만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지금까지의 나와, 나의 것 안에 있는 문구로 자유롭게 써보기로 한다.

하나 더, 조승리 작가님은 단 한 사람을 위해 글을 쓰면 된다 이야기하셨고, 김응숙 작가님은 자신을 위해 글을 쓰라 조언해 주셨다. 단 한 사람과 나, 이제야 뒤늦게 보인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리느라 외면했던 나에게, 나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써 보이기로 한다. 작가님들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뒤흔들어 줄 글은 못될지언정, 적어도 나 하나 정도는 일으켜줄 수 있는 글을 마음 담아 써보기로 한다.

@uupress

#책사이애20 #책벗뜰 #내문장이그렇게이상한가요 #김정선 #책추천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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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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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삶

#독후에세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니다.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모르겠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로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의 삶에 ‘어떻게’를 붙여 설명하는 일에 이런 책이 큰 도움이 된다.

저자는 무수한 책 속에서 언급되는 분이다. 뭐 하는 사람인진 모르겠는데 이름은 또 알겠는, 니어링 부부의 이야기를 부러 찾아 읽게 된 건 우연한 마주침이었다. 24년, 평산 책방에서 주관한 독서모임 리더 양성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같은 조로 마주 앉은 한 애서가께서 인생 책으로 소개한 책이 바로 니어링 책이었다. 누렇게 바랜, 조금만 힘을 주어도 바스러질 것처럼 오래된 책이었다. 책을 소개하는 애서가는 생각한 대로 산다는 게 쉽지 않은데, 스콧 니어링이 자신이 말하는 대로 살았고, 죽음까지도 자신의 말처럼 죽었다며 그 지점이 본인에게 무척이나 의미 있었다고 한다.

운이 좋았다. 우연히 중고서점에 들러 그때 애서가의 책처럼 누렇게 바랜 오랜 시간을 한껏 머금은 낭만 가득한 책을 운 좋게 구입할 수 있었다. 그냥 읽기만 했어도 충분히 인상적일 책이다. 용기 내 교환 독서 메이트를 구했고, 고맙게도 오랜 책벗이 함께 읽어주어 조금 더 의미 있게 책을 읽었다. 100년 가까이가 흐른 지금도 귀한 이야기들이었다. 자급 자족 같은 생활 상에 대한 이야기만을 톺을 것이 아니었다. 그런 삶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자신들의 삶을 오롯이 맞춰가는 부부의 모습에서 얻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으로 살 거야, 따위의 말로 이 책의 소감을 남기고 싶지 않다. 나의 삶에 오롯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대세에 휩쓸리지 않는 심지와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삶을 엿보며 지금의 내 삶에 넘쳐나고 있는 불필요함과 불편함들이 명징하게 떠올랐다. 함께 읽은 메이트의 글귀에서도 같은 마음이 느껴졌다. 세상을 바꾸자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삶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울림이 크게 남았다. 언제고 시간이 흘러 한 번 더 이 책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에도 나의 책벗이 함께 읽어주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책이 될 것 같다. 추천한다.

#책사이애19 #헬렌니어링 #스코트니어링 #조화로운삶 #교환독서 #류시화 #자급자족 #인생책 #책벗뜰 #독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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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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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내와 여성

#독후에세이

여자로 태어난 저자는 유년 시절부터 바라본 엄마의 모습, 그 속에서 시나브로 만들어진 여성의 상, 그리고 아내, 엄마로서의 상을 엿보며 여성이라는 자아를 구축해 나간다. 이십 대 초반 남편을 만나 아내가 되고, 곧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온전히 자각한 여성은, 그 각각의 마디 마디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여성은 결국 ‘얼어붙은 여자’였다.

책을 읽으며 무척이나 공감되었다. 살아온 방식과 집안 환경, 부모의 성향이나 결혼 배우자의 이미지 또한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느낀 지점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화자 내면의 목소리였다. 솔직한 걸로 야 말해 무엇 하나, 그래도 솔직함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려면 솔직함 속에 무엇을 드리웠느냐이다. 그저 솔직하기만 한 속내가 아니라 솔직함 속에 후추처럼 뿌려진 저항이 문장 곳곳에서 나의 감각을 자극했다.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여전히 여성인 나의 삶과 시간을 계속해서 톺아보게 된다. (이 지점이 사실 아니 에르노 소설이 주는 각성 높은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늘 미간에 굵은 주름을 긋고는 한숨을 푹푹 내쉬던 엄마의 모습에서 여성의 삶을 비춰보기 보다 엄마 자체의 성격과 성향으로 치부해 버렸다. 다정할 수 없었던 엄마의 입장을 고려하는 사람은 나 외에도, 아무도 없었던 듯하다. 결혼을 한 직후 시어머니가 ‘언제 올 거냐’고 물었을 때 ‘왜 가야 하나?’를 가장 먼저 떠 올렸던 나도 그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응당 자연스러운 ‘아들자식 내외’의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엄마가 된 지금의 나 또한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은 모습이고, 그 모든 입장을 가지게 된 여성으로서의 내 삶은 단 한마디로 정의될 수 없는 무척이나 지난한 존재가 되었다.

어떤 결론이 필요하다면 그러해서 나는 온전한 ‘여성’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나 또한 젖병 수유임에도 남편이 그것을 같이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단한 번도 한 적이 없었고, 아이와의 외출 또는 여행이 여가가 아닌 집안 일과 육아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여성으로서의 내 삶을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짙다. 그녀의 책 속에서 나는 해방감을 느낀다. 추천한다.

@ed_lesmots
#책사이애18 #레모 #얼어붙은여자 #아니에르노 #여성 #결혼 #책벗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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