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그리고 별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 찬란한 은둔자 헤르만 헤세, 그가 편애한 문장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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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그리고 별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 헤르만 헤세

헤세의 글귀, ’그가 편애한 문장들‘이라는 부제로 은둔자 헤세가 하려는 말들을 정돈된 페이지에서 편지처럼 읽은 책이다. 필사집으로 처음 만난 #헤세단 의 첫 책.

<밤 그리고 별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를 소개해 볼까한다. 올해 초 우연히 들른 작은 도서관에서 대출을 하려고 선 데스크 앞 a4 면지가 도톰하게 쌓여 있는 걸 보게 되었다. 바로 옆에는 프린트 된 문서들이긴 했지만 모두 헤세의 글귀들을 일일이 타이핑 해 놓은 문서들이었다. 그것에서 마음에 드는 글귀를 ‘필사’하면 선물로 미니 화분과 씨앗을 주던 행사였다. 망설일 것 없이 가장 눈에 띄는 글귀를 옮겨 적었다. 그때, 필사했던 글귀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자연’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건 분명하게 기억난다. 이 필사집 또한 자연과 나, 감각과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들로 뜨겁기보다는 적당한 온도로 내게 다가왔다.

헤세는 소설로만 만났던 나라(마흔 넷, 현재까지 나의 인생책을 꼽으라면 나는 ‘데미안’이다) 프린트 용지로 만난 헤세의 잠언 같은 글귀들이 그때는 꽤 인상적이었다. 지금 이 필사책으로 한번더 만난 헤세의 글귀들은 소설 속에서 느꼈던 폭풍같은 격정에서 잠시 떨어져 그의 삶 자체를 엿보며 배울 것들을 챙겨갈 수 있었다. (잠언을 따로 쓴 것이 아니라 그의 시와 에세이 속 글귀들을 모아 놓은 책이라 더 좋았다)

필사, 작년부터 쭉 이어오는 필사(#필사하는마음)는 지금 내 삶에 작지만 소소한 행복이 분명하고, 헤세단의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을 가장 먼저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에 며칠을 책상에 올려두고는 짧은 글귀들을 수시로 읽었다. 유려한 글귀로 감정이 사로잡히는 글이라기보다 담백하고 진솔한 문구들 속에서 다름 아닌 ‘나’를 떠올려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밤, 영혼, 방랑, 감각, 지상… 따위의 단어들을 더듬으며 표지 그림 속 윤슬을 바라보는 듯 잔잔해져 오는 마음이 퍽이 달큰한 필사집이었다. 대부분의 문구들을 읽기만 했고 직접 쓰지않은 이유는, 연말 소중한 지인에게 선물해주어야 겠다는 다짐이 일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나눠봐야지. 선물하기 좋은 필사집으로 추천하며, 이후에도 이어질 #헤세단 책들을 기대해 주길 바란다.

@moonchusa

#도서지원 #문예춘추사 #헤르만헤세 #필사집추천 #도서추천 #필사 #책벗뜰 #책사애 #양산독서모임 #양산 #헤세단 #책스타그램 #필사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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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 개정판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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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최근에야 나는 소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질적 필요에 굴복하는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적인 것, 무언가 ‘흥미진진한 것‘ 혹은 ‘감동적인 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나는 아버지의 말과 제스처, 취향, 아버지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 나 역시 함께 나누었던 한 존재의 모든 객관적인 표적을 모아보려 한다. 17

책벗뜰 ‘아니 에르노 읽기‘ 마지막 책이다. 처음 독모를 기획했을 때 책 선정에 꽤 고민이 많았다. 출간 순으로 읽어야 하나? 배경 순으로 읽어야 하나? ‘아니 에르노‘ 하면 떠오르는 책들을 위주로 읽어야 하나? 길지 않았지만 꽤 진지하게 고민하고 나서 선정한 책들은 그녀 삶의 ‘의미‘였다.

나 또한 그녀의 작품을 거의 읽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는 못했다. 다만, 친절한 사이트 ‘책 소개‘를 정독하며 그녀의 유년, 그녀의 부모, 그녀의 남자, 그녀 자신의 성장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렇게 선정한 책들을 독모 회원들과 6개월간 읽었다. 6권의 책을 다 읽은 지금, 가장 처음 만났던 책 <단순한 열정>이 가장 노멀 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남자의 자리>는 ‘남자‘라는 명사를 빼도 내용을 벗어나지 않지만 남자라는 단어가 붙음으로 해서 그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각각의 ‘자리‘가 있다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알려준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작품 속 그녀와 그의 이야기에서 우린 왜 우리를 보고 있나. 이 지점이 그간 아니 에르노 작품을 읽으며 가장 절실히 느낀 점이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 표적(겉으로 드러난 자취)을 모으겠다는 저자의 글은 꽤 순하다. 독모 참여자 대부분 그간 읽은 책에 비해 가장 읽어내기가 편안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는 그것이 그녀가 17페이지에서 말한 이 글의 서두, ‘한 존재의 객관적 표적‘에 이유를 둔다. 아니 에르노 작품을 계속 읽다 보니 나도 글이 쓰고 싶어졌다. 이런 글 나도 쓸 수 있어! 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옮긴이가 말한 그것, 그녀의 이야기인데 그 속에서 나의 이야기로 치환되는 과정을 숱하게 겪었다. 보편적 경험이라 말하고 싶은 잊고 지낸 그 일들, 이를테면 악몽 같은 기억, 난데없이 되살아난 트라우마, 미친 듯 달려들던 주체 못 한 욕망... 그런 내밀한 감정들이 바닥으로 떨어뜨린 콜라의 마개가 따진 것처럼 기둥을 세우며 펑 하고 터져 오른다.

최근 글쓰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계기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다음 이유가 없을 정도로 그녀의 소설 덕분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의 경험 또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는 걸 깊이 느꼈다. 문학을 배운 적이 없지만 혹, 나에게 문학이 무어냐 묻는다면 이런 것이리라. 분명 다른 나라, 다른 배경, 다른 나이, 다른 사람인데 이상하게 그것들을 읽어 내리고 나면 정형되지 않은 내가 보이는 것. 바로 타자 도식이다.

아버지가 없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 응당 나의 아버지가 생각날 것 같지만 0.1도 아버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발제를 보고, 독모를 하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전혀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았다. 다만, 각각의 자리에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인물을, 저자의 서술처럼 주관적 감정이나 짐작을 배제하고 보이는 그대로 묘사하는 장면들에서 나를 둘러싼 각각의 자리들을 떠올렸다.

오래전, 지금은 세상에 없는 큰 외삼촌이 장기를 가르쳐 줬다. 장기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재미있어 했던 건 말 사이의 거리였다. 각 말들이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이 정해져 있고, 그것으로 적진을 향해 앞으로 옆으로 머릴 써서 나아가는 게임. 각 말들의 자리, 그러니까 이미 포진된 말의 자리에 따라 내가 설자리가 정해지는, 그것들과 따로 움직여 무조건 나아가고 싶다고 나아가지는 것이 아니라 좁은 판위에서 주변 말의 자리를 끊임없이 주시하며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장기. 장기판 위의 모든 말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자리와 움직임의 반경이 정해져 있었던 거다.

누군가를 지켜내기 위해 무수히 내버려진 작고 작은 장기 알들. 누군가가 우릴 지켜주었다면 그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닌 우리의 위치를 먼저 정해둔 뒤 당신의 자리를 조절해가며 끊임없이 움직였을 그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책벗뜰 아니 에르노 읽기는 추가 진행 예정이다. 아무쪼록 꾸준히 읽어오신 분들과 함께 조금 더 머물고 싶다.

#책벗뜰독서모임 #책사애 24141 #아니에르노 #1984 #남자의자리 #프랑스소설 #책추천 #양산독서모임 #양산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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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와 나 - 나의 작은 딱지 이야기 비룡소의 그림동화 332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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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와 나 -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육아서 <아이라는 숲>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이 기억난다. 상처에 대한 저자의 사유였다. 상처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라. 그것은 경험의 흔적이다. 상처를 굴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지 가지고 있는 상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면서 이어진 문구들에서 ‘얼굴’과 ‘여자’가 보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 특히 얼굴에 상처가 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유독 ‘여자’에게만 그 흔적이 하나의 결격사유가 되기도 한다.

수년 전 그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기를 상처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피치 못할 상황과 사고로 크고 작은 상처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비단 몸의 어느 지점에서의 상흔뿐 아니라 보이지 않아 가늠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도 포함된다. 두 가지가 굉장히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몸과 마음은 하나로 움직이기 마련, 한곳이 아프다 해도 나머지 한곳이 편할 리 만무하다. 이 책 <페퍼와 나>는 그렇게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하게 된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작은 여자아이가 넘어져 무릎에 상처를 입는다. 괴물 같은 딱지는 점점 커지고 딱딱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 어떻게든 떼어 내고 싶지만 알다시피 그건 시간이 걸려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페퍼’라는 이름의 딱지와 동고동락하게 된 소녀. 다른 친구들도 저마다의 딱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녀는 자기의 페퍼가 제일 큰 것 같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페퍼가 떨어져 나가고 순간 소녀는 뭔가 잃은 것만 같아 마음이 시큰해진다. 어딜 가나 함께였던 페퍼와의 이별이 생각보다 더 슬프게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그간 마주했던 상처들이 단 하나의 감정으로만 점철되지는 않는다. 손바닥 중앙에 반달 모양으로 꿰매진 자국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 집 앞에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다가 넘어지며 유리병을 짚어 찢어졌던 자국이다. 물론 그때의 기억은 무섭고 아팠지만 이제는 그 작은 상처 하나로 11살의 나와 친구가 잡아주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던 자전거에 몸에 싣고 나뭇잎 같은 바람을 가르던, 그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삽시간에 몸 안에 들어찬다.

나의 작은 아이는 왼손 엄지손가락이 두 개인 상태로 태어났다. 생후 10개월 때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했다. 언제고 아이가 자신의 왼손을 내밀며 이 상처가 무어냐 물었다. 준비하지 않은 채로 상황을 맞닥뜨리니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어렸을 때 다친 상처라고만 이야기하고 넘겼다. 하지만 아이는 분명, 흔들리는 엄마의 눈빛을 느꼈을 테고 이후 여러 번 자세하게 이야기 해달라며 그 상처 자국을 내밀었다. 고민 끝에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모든 사람이 다 5개의 손가락으로 세상에 태어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면 안 되고 각자의 모습과 모양이 다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그랬더니 아이가 대뜸 버럭 한다.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잘라냈어? 나만의 특별한 손가락을!”

세상의 상처들은 지워 마땅하다 생각했는데 이제 와 지난 내 삶의 상처들로 말미암아 지금의 내 자리와 시간이 주어진 게 아닌가 싶다. 이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고 또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의 작은 아이와 지난날, 딱 내 아이만 할 때의 내가 오늘 하루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겠지. 그래서 글은, 아침에 써야 하나보다.


@birbirs

#도서지원 #페퍼와나 #책사애 #책벗뜰 #양산어린이독서회 #어독회 #양산 #그림책추천 #강력추천 #그림책읽는엄마 #상처 #트라우마 #치유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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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만나는 지름길, 철학의 뒷계단 - 탈레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위대한 철학자 34인의 생애와 사상
빌헬름 바이셰델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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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뒷계단 - 빌헬름 바이셰델

최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필사한다. 7월부터 시작해 지금도 꾸준히 쓰고 있다. 작년 <불안을 이기는 철학>으로 만난 스토아 철학자들의 말들이 꽤 의미있게 다가왔고, 우연히 만난 아우렐리우스는 조금 더 가까이 만나고 싶어 천천히 읽고있다. 최근 읽은 <게으르게 읽는 제로베이스 철학>이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같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대중철학서들을 순차적으로 만나며 철학을 단지 무거운 학문으로만 보며 꺼릴게 아니라 자기계발서 읽듯 가볍고도 건강한 마음으로도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 <철학의 뒷계단>은 34인의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제안보다 ‘뒷계단’이라는 단어에 이목이 끌렸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받자마다 머릿말에 내가 생각한 그 의미의 뒷계단이 맞아 호기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뒷계단은 보통은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아니다. 앞계단처럼 밝고 깨끗하고 화려하게 치장되지 않는다. … 무심하게 방치되어 있다. 대신 이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말쑥한 옷차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생긴대로 등장해 생긴대로 보여줄 수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정확하게 101페이지까지 한호흡에 푹 빠져들어 읽었다. 뒷계단이라는 키워드에 알맞게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자와 그의 사상에 치우친 글들이 아닌 생소하지만 재미가 쏠쏠한, 지금의 그가 내 옆에 앉았다면 나는 무엇을 물을 수 있나를 고민하며 읽으니 여태 읽은 대중철학서 중 가장 진도가 빠르게 나가는 책이었다.

‘플라토닉 사랑’이라해서 대부분 ‘정신적인 사랑’으로 해석해 어떤 경지를 뛰어넘은 꽤 이상적인 사랑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용어, 그 플라토닉이 플라톤이고 실제 플라톤의 사랑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석하는 단순한 정신적 사랑으로 함축된 의미가 아니라는 것. 에로틱한 사랑을 깔아 뭉개 그것이 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것이 아니라 플라톤 철학의 본질, 즉 ‘도약’하기로 에로틱한 관계에서 그런 도약의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도약으로 끝이 아닌 육체적 사랑을 극복해 더욱 더 놓은 단계로 올라서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꽤 흥미로웠다.

소크라테스의 삶에서 놓쳐서는 안될 그의 아내 크산티페의 이야기 또한 그가 철부지 무능한 남편임에도 명성만으로도 전무후무한 철학자가 된데에는 그녀의 역할이 컸다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얼마 전 <윤리학>으로 해석한 독서(독자)의 즐거움을 피력한 부분을 발췌해 강의에서도 이야기 했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엉뚱하고 터무니없는 말들도 많이 했지만 그가 설파한 ‘유기체의 목적’은 지금 읽고 있는 책 ‘이기적 유전자’와도 결을 같이 하고 있어 느낌표를 그려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완독전이긴 하지만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마지막 비트켄슈티인까지 후루룩 넘어갈것 같다. 이 책은 1966년에 처음 출간된 책으로 <철학의 뒤안길>, <철학의 에스프레소>로 출간된 적이 있으며 저자는 1905년 생으로 오래전 고인이 되었다. 누군가 철학을 조금 더 쉽게 만나고 싶다 하시면 무조건 추천할 책이다. ‘지름길’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뻗은 길이 아니다.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가 본 현인이 가리키는 길은 단순하게 빨리만 가는 지름길이 아닌 누구보다 ‘똑똑’해 질수 있는 ‘현명한 길’이었다.

* 전문은 블로그

@gimmyoung

#도서지원 #김영사 #철학자 #스테디셀러 #철학서추천 #철학입문서 #책추천 #강력추천 #고전 #책벗뜰 #책사애 #양산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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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 - 조선 유학의 분수령 창비 한국사상선 5
이황 지음, 이봉규 엮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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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 - 이봉규 편저

한국사상선 5, 조선 유학의 분수령

출판사에서 지원되는 독서모임 이벤트는 무수히 진행했다. 그림책에서부터 소설, 에세이, 인문서 등 가리지 않고 지원했다. 감사하게도 꽤 많은 책을 받았고 매 때 참여인원을 꾸려 활발히 독모를 진행했다. (책벗뜰 독모는 멤버십으로 진행되며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 중이다) 이 책 <이황>은 시작부터 지원자가 다른 때처럼 쉬이 나타나지 않았다. 회원들이 느끼는 장벽(또는 불호)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독서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에 재차 지원자를 찾았다. 오랜 책벗인 밤비가 먼저 손을 들었지만 두 명만으로는 독모 진행이 어려워 한 분 더 모시겠다는 말에 나인님이 선뜻 손을 들어주셨다.

셋이 모여 책을 선정했다. 10권의 책 중 하나의 책을 선정해야 했는데 그때 이 책 <이황>이 선정되었다. 이유는 간결했다. 부딪혀보자! 익숙하고 편안한 글 말고, 새로운 배움이 일어날 기회를 만들어보자! 마음이 맞아 최종 선택 후 책이 도착했는데 아뿔싸, 부딪히고 싶어도 부딪힐 수 없는 책이 아닐까? 이걸 ’읽어낼 수나‘ 있을까? 독모 기한이 다가오니 마음이 조급했다. 분명 한글인데 한자어, 거기다 옛말이다 보니 한 줄을 읽는 데에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렇게 반신반의(읽을 수 있으려나?) 하며 뒷장으로 넘어가길 얼마 지나지 않아 연필을 쥐고 문장 밑에 줄을 긋고 있었다.

여태 대부분 읽어왔던 서양 철학서들이(정통 철학서가 아니다) 불현듯 떠오르며, 왜 나는 우리나라의 사상가들의 말은 궁금해하지 않았나 의구심이 일었다. 분명, 우리나라에도 있을 텐데, 삶과 죽음을 논하고 이상과 감정에 대해, 배우고 가르치는 것의 참뜻을 오랜 선인들도 분명 이야기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것을 알아챈 순간 독모에서 할 말들이 정리되었고, 줄을 그은 문장들을 곱씹으며 독모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독모 참여자분들도 하나같이 같은 말이었다. 처음에는 읽어낼 수 있을까 겁이 났지만 막상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좋은 말들이 그득해 기회가 되면 필사를 해보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책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 배우기 위해 읽는다는 자세로 한 토막씩 톺아보다 보니 지금 이 책이 왜 가치가 있는지에 서로의 입이 모였다. 이 책을 시작으로 동양철학과 한국 사상에 관심이 생겼으며 다른 책(현재 10권이 출간되어 있으며 향후 20권이 더 출간된다고 한다)들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다.

독모는 대부분 이황의 인품과 학자로서의 마인드, 그가 한 말들을 하나 둘 곱씹으며 현재 이런 의미들이 나에게 어떻게 와닿는지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모인 세 명의 코드가 비슷해서였을까? 이 책이 끝이 아닌 다음 책과 이 책을 또 한 번 읽어보자는 의견에 뜻이 맞아 단톡방을 살려놓기로 했다. 다음에 같이 읽을 사상가들을 쭉 훑어보다 문득, 책이라는 것은 이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모르겠는데 읽었어. 읽을 땐 그냥 글자만 읽은 것 같은데 다 읽으니 뭔가 마음이 봉긋하게 솟아. 근데 그 봉긋함을 모여서 각자 이야기 나누니 낮고 볼품없을지언정 하나의 언덕이 된 것만 같은. 이황이 설파한 사상이나 그것에 담긴 그의 철학, 시대적 흐름 속 이황의 말과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까지를 아울러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아, 주석이 조금 아쉬웠어요. 결국 이런 책은 필요한 사람만 보게 되는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주석에 친절하면 대부분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한국 사상가와 그들의 말들이 지금에서도 충분히 울림이 있으며 그것을 만나게 해주는 책으로 안성맞춤인 책이라는 것. 너무나도 감사히 잘 읽었다. 함께해 주신 밤비, 나인님 감사합니다.

@changbi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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