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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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독서모임 지원 책벗뜰 오열 독서모임 (2월 게릴라 독모)

일기를 쓸 용기

금지된 일기장 - 알바 데 세스페데스

뭘 이렇게까지 숨기려 드나. 일기, 그깟 게 뭐라고 이 여자는 이렇게까지 전전긍긍하는 것인가. 그냥 검은색 노트일 뿐인데 말이다.

판매가 ‘금지’된 노트를 결국 손에 쥐게 된 그녀의 삶은 전과 후가 포춘 쿠키처럼 쪼개졌다. 속에 숨겨진 종이 쪼가리에는 어떤 메시지가 들어앉았을까?

결혼 후 그녀는 맞닥뜨린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저 나의 엄마가 그랬듯, 가까운 그녀들이 그렇듯 역할에 자신을 끼워 맞춰 넣고는 불필요한 간섭과 수고, 거대한 피로감을 마땅한 헌신과 희생으로 덧칠해 스스로를 ‘온전’하게 만든다.

온전하다 믿었던 스스로가, 그 세계가 일기장을 산 뒤로 차츰차츰 불온전하다는 걸 깨우쳐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래 소설이다.

일기의 형식의 띤 작품을 마주할 때면 으레 독자인 나의 삶이 자꾸만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외따로 그 삶과 나의 삶을 분리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나의 이야기에서도 내가 주인공이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독자가 아닌 화자가 되어 어떤 시절을 지나가게 된다.

인에이블러의 전형인 그녀의 이야기를 좇다 보면 그녀가 살았던 시절이 자그마치 70년 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바로 어제 이야기라 해도 전연 이상할 게 없는 평범하고도 하찮은 저마다의 세계 속 여자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래서 그녀의 일기를 다 읽고 난 소감이 어땠냐고?

우린 결코 자신을 알 수 없고, 오히려 모르기 때문에 별 볼일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모습이 안쓰러운 마음도 잠시였다. 어쩌면 지금의 나 또한, 어느새 마흔다섯이나 된 ‘늙은’ 나 또한 그녀와 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 결코 그렇게 않다 세차게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던, 어쩌면 나라서 더 잘 안다고 생각했던 딸아이가 어느 순간 뿌연 유리창 밖에 서 있을 것이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편에게 건네며 그 말속에서 안도하는 스스로를 발견케 될 것이다. 어디에서도 나의 것, 내가 소유한 것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고, 손 닿을 수 있었던 가족들에게 더 이상 나의 닿음이 유용하지 않다는 사실을 비참하게 마주하게 되리라.

그래서 그런 생각이 두렵냐고? 그럴 리가. 그게 수순이고 숙명인데 두려울 리가 있나. 2025년, 45살의 나는 그녀처럼 ‘금지’된 검은색 노트를 살 용기도 없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나도 포춘 쿠키를 받을 수 있을까? 내 포춘 쿠키 속에는 어떤 메시지가 들었을까? 궁금하지만 글쎄다. 나는 일기장을, 그것도 금지된 일기장을 써나갈 자신이 없다. 그나마의 그녀 이야기 속에서 잠시 안위했다. 그걸로 되었다.

@hangil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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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 (양장) - 판타지 제국을 구할 전설의 왕관을 찾아서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이승수 옮김 / 사파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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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세계로 빠져든다는 것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 - 제로니모 스틸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글책으로 옮겨갔어요. 그맘때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이것저것 권했는데 이 시리즈도 있었어요. 도서관에서 이 시리즈를 한 번도 못 보신 분은 없을 것 같아요. 두껍기도 하지만 화려한 책등과 수십 권의 포스가 서가 맨 끝에서부터 눈에 띄거든요. 좋아하겠거니 책을 뽑아 내미니 아이는 고개를 돌리더라고요. 모험과 탐험, 추리물이 주요 관심사인데, 더군다나 뽐내기 좋게 두께도 도톰한 이 책을 왜 거부하지? 아마도 너덜너덜했던 1,2권의 외형이 문제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너덜너덜, 그러고 보니 전집 대부분 보수작업 흔적이 많았고, 권번호가 앞쪽인 책들은 당장 보존서고로 옮겨도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친구들의 손때가 많이 묻었더라고요. 그때는 말끔하지 않은 책이 원망스러웠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만큼 많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올해 운 좋게 사파리 서포터즈에 선정되어 제로니모 책들을 지원받았어요. 영광스럽게도 첫 책이 어마어마했던 빅북. 제로니모 매력에 흠뻑 빠져든 아이는 두 번째 도서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30>도 도착하자마자 거두절미, 책을 펼쳤습니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두 번에 나눠서 후딱 읽었어요. 활자 비율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화려한 그림과 문장 여기저기 포진된 알록달록한 입체 단어들이 있어 지루하지 않았어요. 특히, 이번 책에서는 황금열쇠 덕분에 뒷장으로 넘어가기에 분발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 권을(이 책이 제로니모 시리즈 마지막) 읽은 후 아이는 다른 제로니모 책도 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나무집 시리즈를 전권 읽은 것도 우연히 읽은 한 권의 책이 시작이었는데 이 책 또한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으로 시리즈 모두를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곁으로 와 화면을 들여다보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이 책 서평에 꼭 넣었으면 하는 말 있어?” “나도, 실제 그 세계로 떠나보고 싶었어!”

아, 이 책이 특히나 좋았던 점은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스피디합니다. 단순해 보이는 스토리이지만 (판타지 세계를 구할 전설의 왕관을 찾기 위해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고 결국 알리나 공주가 새로운 판타지 제국의 황제가 된다는 이야기) 전개상 여러 상황들이 마구마구 튀어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어렵거나 아리송한 어휘가 없지요. 막힘없이 문장과 문장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는 스펙터클한 동화임은 틀림없습니다. 더군다나 3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양장본을 다 읽어냈다는 쾌감도 적지 않으니 초등 중~고학년, 남녀 할 것 없이 재미있게 읽을 책이라 권해드리고 싶네요. 첫 시리즈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되고 어느 권번호의 제로니모를 읽어도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짧은 호흡에 넘어갈 책이니 망설이지 말고 펼쳐보길 바랍니다!

@safariboo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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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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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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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애덤스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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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사이에 숨은 헤밍웨이
《닉 애덤스 이야기 -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늘 새롭게 시작하는 수필 강좌를 듣게 되었다. 스케줄이 여의치 않아 끝까지 고민하다가 선택한 수업이라 첫 시간부터 마음이 달 떴다. 나이 지긋하고도 뭔가, 풍기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은 선생님은 최근 큰 수필 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고, 수필집 중 한 권이 올해 양산의 책에 선정될 만큼 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인사다. 수필이라는 학문의 이론을 살짝 엿본 오늘 첫 시간, 가장 인상적인 강의 내용은 ’어떤 단어도 확정하지 말라‘이다.

순간, 단어뿐 아니라 우리가 소설을 접할 때도 동일 작가에게서 기대하는 혹은 기대되는 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진행한 《이중 하나는 거짓말》 독서모임에서 이 책이 실망스러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도 김애란인데 힘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이 글을 김애란이 아닌 다른 이가 썼어도 이렇게 유명해졌을까 싶다... 사실 난 그 작품이 너무 좋아서 두 번을 읽으면서도 각각의 지점에서 책을 덮어야 숨이 쉬어질 만큼 진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내가 좋으니 너도 좋아야지는 결코 아니다. 다만, 저자가 응당 가져야 할 작품에 대한 무게와 책임을 어떤 면으로 강요 아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헤밍웨이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왜 수필 수업, 김애란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께 죄송하다. 나는 문학에 문외한이다. 그저 책이 좋아 읽기 시작했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한 평생 책만 읽었다. 그런 나에게 고전문학은 꽤 어려운 영역이다. 이번에 읽은 《닉 애덤스 이야기》 또한 역자의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면 난해했을 작품이다. 작년 이맘때 처음 읽은 《노인과 바다》는 읽는 동안에도 아홉 살 딸아이에게 네가 읽어도 좋을 만큼 흥미롭고 또 재미있는 작품이라 소개했을 정도로 굉장히 몰입감 높게 읽어냈다. 그때 헤밍웨이라는 작가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일면 내가 선호하는, 또 매력을 느낄법한 작가적 이미지였다.

기대 안고 펼친 이 책은 짧은 1부를 지나 2부로 가자 곧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같은 이름의 주인공인데 앞 단편에서는 전연 다르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책의 앞뒤를 마구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 책 또한 연작 단편집이구나. 아마 앞서 읽은 《바질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구조의 책을 읽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하나의 바질로 보기 시작하자 뒤늦게 닉 애덤스의 삶이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모든 글이 매끄럽거나 또 몰입감이 높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닉이라는 인물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어 한 말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은 어김없이 떠올릴 수 있었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닉은 헤밍웨이 본인의 삶이 많이 투영되었다고 한다. 헤밍웨이에 대한 서사가 없는 난 이로써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벨상을 수상하고도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저 마무리 짓지 않고 생을 마감한 저자의 삶을 어느 정도는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다시 처음의 수필 수업에서의 ’어떤 단어도 확정하지 말라‘를 저자로 바꿔 읊조려본다. 어떤 작가도 확정하지 말라. 즉 고정된 뜻으로 확정 짓지 않기로 한다. 변화함으로써 존재하는 하나의 진리에 입각에 이 작품을 보면 《노인과 바다》에서 느꼈던 그 거칠고 강인한 그의 이미지가 이 소설들로 인해 다시금 내 안에 재정의된다. 모든 이야기가 그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 또한 진짜를 찾기 위함이 아닌 그것에 기대 이야기하고 싶은 목소리를 듣는 것이니, 문장 속에 꼭꼭 숨겨놓은 그의 비밀 아닌 비밀을 찾아보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bitso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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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도끼다 -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지성의 문장들
김지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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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책의 명품
<필사는 도끼다 - 김지수>

재작년 올해의 책, 이달의 책, 인상 깊은 책 등등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곧잘 언급했어요. 책이라는 게 취향과 시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여태 저만큼 좋았다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아요. 공감이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아마도 조금은 투박한 또 난해한 이어령 선생님의 ‘말’ 또는 그 ‘말투’가 편안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하지만 그 인터뷰집을 꾸려 펴낸 김지수 기자님이 그런 불편함 들을 아주 잘 다듬어 주셨어요. 그 지점이 인상적이어서 기자님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신간 <필사는 도끼다>를 보자마자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일단, 책이 너무 고급 져서 놀랐는데 책을 펼치고 나서는 더 놀랐어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가 뭔지는 검색으로 금세 알 수 있었지만 이 문장들이 어떤 문장들인지는 몇 장의 챕터를 넘겨보고서야 알았거든요. 그 즈음에서 다시 목차로 돌아가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꽤 열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세상에나.

저 고민 끝에 다른 노트에 필사를 했어요. 이 책은 두고두고 여러 번 쓰고 또 써도 될 것 같아서, 또 왠지 꼭 그렇게 될 것만 같아서 칸을 깨끗이 비워뒀어요. 이렇게 좋은 문장들을 언제 또 만나겠나 싶어 아껴두고 싶은 거지요. 작가도 있고, 예술가도 있고, 경제학 심리학 등 여러 학자들뿐 아니라 철학자, 배우, 종교인, 의사, 스포츠 선수까지! 어디 가서 이 사람들의 주옥같은 사유를 들여다보겠어요. 그분들의 귀한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겼으니 얼마나 좋게요. 진짜 말이 안 되는 글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롭게 튀어나온다니까요. 카페에 앉아 읽고 쓰는데 옆에 앉아 있던 남성분이 자꾸만 쳐다봐요. 제가 자꾸 탄성을 질렀거든요.

살아있는 말. 저는 이 책을 필사하면서 이 문장들이, 이 단어들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 한 말이라 살았다는 것이 아니고요. 나에게로 건너오는 말들이 지금 이 순간 속에 흘러 다니고 있다는 거지요. 이미 써놓은 말이 아니고, 언제고 했던 인터뷰가 아니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한 말이 아닌 책 속 모든 사람의 모든 말이 지금, 당장, 여기 이 자리에서 온전한 힘을 가지고 저에게로 날아들었어요. 와, 너무 멋있지 않나요.

필사, 아마 많은 분들이 필사를 하는 이유나 필사를 정의하는 의미가 각기 다를 것 같아요. 저에게 필사는 ‘대화’인데요. 필담이라고 하나요? 글로 대화를 나누는 것. 단순하게 문장을 따라 쓰는 것에 그치면 정말 아쉽고요. 문장 속 저자와의 대화, 문장 속 단어와의 대화, 문장을 지르는 어느 순간 속 저와의 대화. 그렇게 오붓하게 대화하는 시간이 퍽 즐거운 요즘, 필사의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명품 같은 이 책, <필사는 도끼다>를 강력 추천합니다!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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