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말, 당당한 말 -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학교 고운 말 그림책
고정욱 지음, 김정은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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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말 당당한 말 - 고정욱



“엄마한테 착하게 말해야지!”
“말 예쁘게!”

나는 그런 말 한적 없다 하는 부모가 있을까? 반대로, 그런 말을 왜 하면 안 되는 건데?라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을 것 같다. 단순하게만 대답하자면 ‘착하게’와 ‘예쁘게’ 때문이다.

말은 생각보다 거대하다. 그냥 ‘크다’는 부족해서 ‘엄청’크다는 뜻의 ‘거대’를 붙인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맥락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에, 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식의 공격이 되기도, 한 생명과 인생을 통째로 뒤바꿀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말이라는 것이 가진 능력은 거대하고 또 거대하다. 그래서 우린 어렸을 때부터 강조한다. 말하기를 조심하라고. 하지만 그것을 알려주는 방법들은 서툴고 안일하다.

착하게 말하라는 의미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되는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지 말라는 말이 되겠고, 예쁘게 말하라는 의미는 상대를 배려해서 상처 주는 말은 삼가라는 뜻을 지닌다.(다른 의미로도 얼마든지 해석할 수 있다) 흔히 어린아이들에게 곧잘 하는 말인데 아이들은 ‘착하게’와 ‘예쁘게’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목소리를 줄이거나 끝을 올리고, 미소를 머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하는 게 착하고 예쁘게 말하는 것이라 오해하곤 한다.

모든 말에는 그 나름의 에너지가 있고, 색깔이 있고, 감정과 온도가 있다. 각각의 말에 적당한 에너지와 색깔, 온도를 입혀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되겠다. 제아무리 부모라 할지라도 아이가 누군가와 하는 대화의 모든 순간에 같이 할 수 없고, 제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막상 아이 앞에 닥친 상대와의 언쟁 중에 불쑥 튀어나와 교과서 문구처럼 정리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과 더 깊이 대화하고,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상황과 맥락을 읽는 힘을 키워야 한다.

착하게 말해야지 대신,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야기 해달라는 말로, 화살 같은 말이 날아와 아프니 당긴 활시위를 놓아달라는 말로, 지금 너의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꼭 해야 할 말을 전해달라는 말로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

예쁘게 말해야지 대신, 네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고 자신감 있게 전달해 달라는 말로, 지금의 감정을 충분히 존중하니 잠시 시간을 갖고 마음을 들여다보자는 말로, 그 말의 색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으니 한 번 더 헹궈내고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로 바꿔 말해야 한다.

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모든 말을 다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가려내는 것, 튀어나온 말이 본심과 다르게 나왔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재빠르게 사과하는 것, 내가 하는 말이 가진 힘을 인지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각인시켰다.

“그냥 마음이 그래요.”
모든 말과, 모든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순 없다. 그럴 땐 그저 ‘그냥 그래요’라는 말 만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관계로 만들어 보기로 한다.

사람이 늘 좋을 수는 없어. 이따금, 이유 없이 그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 때도 있어. 그럴 땐 잠시 내버려두는 것도 좋아. 뭐든 다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되고, 뭐든 자꾸 물을 필요도 없어. 그냥, 그럴 때가 있구나 스스로에게 위로해 주면 돼. 자꾸만 ‘좋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

사랑하는 엄만데 지금은 왜 이렇게 미운지 모르겠다고, 가족이라고 꼭 좋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미운 친구와 다시 꼭 화해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늘 맛있었던 슈팅스타가 오늘따라 먹기 싫어 손가락 사이로 줄줄 녹아내리는 걸 보면서도 가만히 들고 있을 때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삶은 ‘그럴 때가 있는 거’라고 너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어.


@woorischool_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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