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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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생활자 - #황보름

 

1125255p. #도서지원 #열림원

 

타인을 마주하는 힘은 타인에게서 완벽히 벗어난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8

 

적막한 고립감에 새벽녘 사위가 고요해지면 진절머리나도록 외로워했던 때가 있었다. 진공의 상태에 머문 듯 세계의 모든 소리가 가라앉은 밤, 밤톨같은 아이를 눕힌 자리 옆 벽에 기대어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깊고 깊은, 너무 깊어 아득하다는 말도 아득한 산중, 홀홀단신의 몸뚱아리 하나뿐인, 말도 안되는 공포앞에 놓여진, 갈 곳 잃은 짐승과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때의 나는 누군가가 몹시도 필요했었다. 그저 그 숨소리 하나면 충분했다. 그렇게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었으면 했다.

 

모든 시간은 지나간다’, 지나간 그 시간들이 이따금 떠오를때면 지금의 내가, 많은 사람들 속에 오도카니 서 있는 내가 매우 낯설게 다가온다.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명의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서로의 온기를 주고 받는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들을 주워담기도, 걸러내기도, 잘게 부수기도 하면서 조금씩 소화시키고 나면 이내 컴컴한 밤이 되고, 반듯한 이부자리에 누워 하루를 곱씹으면 부스러기조차도 안되는 나만의 시간이 몹시도 그리워진다.

 

그런 시간에 대한 갈망이 부지불식간 온 몸으로 타고 들어온 그 찰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단순 생활자>는 그 단순하다는 단어 속에 진정 나를 위한 시간을 떠올려볼 수 있는 계기를 던져주었다. 3주정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바빴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이 안되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이따금 뒷통수를 후려치듯 나에게 던져지는 질문이 있었다.

 

나 지금 뭐하는거지?’

 

하루 일과를 쭉 이어쓰다가 검은색 바탕으로 싸잡아 묶어 backspace를 눌렀다. 좀처럼 여유를 찾을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지지 않았다. 투정으로 보이기도, 미련해 보이기도, 당연해보이기도 한 빽빽한 일과들 속에서 결국 내고 하고 싶은 말은 힘들어인 것 같다. 힘든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뭔가를 찾아야 했다. 3주간 주말도 없이 이어지는 일정들에 마음을 단단히 붙잡으면서도 딱 하루, 스케쥴러의 빈칸으로 남은 ‘24일 금요일이 나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위안으로 다가왔다.

 

얽히고 설킨 관계에서 떨어져나와 가벼워진 몸과 마음이 되어본다. 나는 혼자이고, 나는 자유롭다고 감각해본다. 단 한 시간이라도, 단 하루라도 가벼운 상태가 되는 것. 이 상태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 내가 좋아하거나 하고 나면 기분 좋은 일을 하는 것. 이것이 내가 찾은 휴식이었다. 235

 

부산 전시를 검색한다. 3~40개의 전시 정보가 나열된 화면을 오른쪽으로 한 페이지씩 넘긴다. ‘내가 제일 하고 싶은거를 떠올렸을 때 전시장이 가고 싶었고, 전시가 선택되고 작가를 검색하면서 가슴이 설레는 걸 느꼈다. 아이가 하교해 돌아오는 시간은 2. 2시 안에 부산 동구에 위치한 전시장을 한달음에 달려갔다오는 계획을 어렴풋하게 세워놓고는 베시시 웃음도 흘린다. 부산에 살고 있는 육휴중인 친동생에서 함께 동행할 것을 제안했고, 표를 대신 예약하는 것으로 나의 제의에 보답했다.

 

책은 단순하다는 것, 안에 많은 단상들을 집어 넣었다. 요리를 하는 행위에 나를 건설하고, 건사하는 힘을 넣어주었다. ‘그 곳에 남은 친절을 이야기하는 작가님의 글들 속에서 그간 내가 의지했던 친절을 떠올리며 한 면으로 치우쳤을진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무해한 사람이었음을 자각해보기도 했다. 고되고 힘든 삶 속, ‘그럼에도 존재하는 빛 하나쯤떠올릴 수 있는 기회 속에서 꺼진 빛으로 어두워진 그에게 한 명의 빛이 그대라는 사실을 가족인 우리가 일깨워줘야 한다는 문구들에서 한참을 서성이기도 했다.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 느슨하게 풀어주는 시간

힘을 내, 말하기보다 내 안에 힘이 차오르도록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시간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그것도 뜨겁게, 진하게,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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