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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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누301이 해오름과 하나를 부모로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부모는 과연 무엇인가?

 

유전자를 물려주는 사람들, 또는 세상에 나를 내보내주는 사람들, 안락한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고,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의지하거나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겠다.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집과 생활용품을 공유하는 사이의 사람들일수도 있고, 크게는 그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던져준 질문은 하나였다. 우리가 부르는 부모는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있나?

 

제누301 앞에 나타난 두 젊은 부부는 다른 부부들처럼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그렇다고 안정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자신의 것을 그대로 내비춰주는 솔직함이 분명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서슴없이 솔직함을 내보였고, 스스로가 위태롭다고, 우리도 모르겠다는 그 미숙함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이전에 나타났던 부부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의 부부들은 화려한 옷과 장신구, 보정을 통해 자신들의 최상의 모습만을 보여주려 했다. 거기서부터가 제누301에게는 불편했다. 삶과 사람이 언제나 최상일 수 없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하나같이 최상이다. 그런 허상이 또 어디있단 말인가.

 

부모는 어때야 하나? 우리가 부모라면 이래야 해!로 규정지어 놓은 것들에 대해서 한번 떠올려본다. 아이라면 이래야 해!가 잘못된것처럼 부모에게도 똑같은 룰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솔직한 부모였던 하나와 해오름을 끝내 거부한 제누301은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거부했던걸까?

 

부모와 자녀는 누군가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부모가 선택했다고 해서, 또 자녀가 선택했다고 해서 부모와 자식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태초부터 연결되어있다는 그 믿음, 그 인연으로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을 좀 더 신성시한다. 생명을 잉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유전자를 나눠갖는 것 뿐만 아니라, 안락함을 제공하고, 신체적 감정적 보호망이 되어줄 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사이일뿐 아니라 숨, 그 심장을 뚫고 드나드는 그 숨을 나눠가지는 사이가 부모와 자식사이이다.

 

닮고 싶고 배우고 싶고, 경애하고 친애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숨을 나눠가질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의 삶에 나의 삶을 포개어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제누301에게 해오름과 하나는 아니었을 것이다. 제누301은 결국 NC센터를 홀로 나갔을 것이다. 제누301에게 부모는 꼭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박의 주문처럼 자신을 위해서세상 밖으로 향한 제누301의 발걸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 제누301이 부모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부모라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테니까.

책을 읽으며 내내 든 생각이 나는 어떤 부모인가였다. 하지만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그 물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시나브로 느낀다. 어떤 부모가 아니라 나는 그냥 부모인 것이다. 나의 숨을 나눠주고 그 아이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그저 평범한 한 엄마일 뿐이다. 내 아이가 그냥 내 아이이듯이 나도 그냥 그 아이의 부모가 되기위해 오늘도 나는 존재 자체로써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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