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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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이 세상이 태어난다는 건 이 세상 말로는 이루 다 할 수 없는 실로 엄청난 일이다.

 

그 한 생명을 탄생 시키기 위해 여자가 감당해야 할 무수한 신체적 · 심리적 고충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전연 몰랐다. 남녀가 가임시기에 성관계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임신을 하게 되고 임신을 하면 열 달동안 아이는 뱃 속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 예정일이 가까워오면 양수가 터지거나 출산의 기미가 보일 것이고 그럼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상황에 따라 최첨단 의료기술에 힘입어 아름답게 조우하는, 아이의 탄생이란 그런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겪은 아이의 탄생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고 내 목숨과 정체성을 담보로 걸어야지만 겨우 안전하게 받아낼 수 있는 신의 영역이었다. 그걸 깨닫고 나자 임신과 출산이 그저 여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권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주어진 아이는 나의 숨이 끊어지는 순간 까지 내가 지켜야 할 하나의 대상으로 느껴졌다.

 

책 속 호나미는 43살에 힘겹게 아이를 출산한다. 아이를 가지게 되는 과정이 아주 길게 설명된다. 이 책 제목이 왜 <성모>인가 하는 점과 주인공인 호나미가 아이를 임신하는 과정의 지난함을 이렇게나 공들여 설명하는 점을 계속해서 연관지어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코 쉽지않았던 시간들을 견딘 끝에 자신의 아이와 만난 호나미는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그게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고 또 응당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모성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다. 그 모성이 결국 이 이야기를 슬프게도 만들었는데 엄마에게 아이라는 존재가 갖는 강력한 무엇이 결국 자신과 아이를 지켜냈다. 아니, 지켜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하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스포가 될 것같아 쓴 글들을 다시 지웠다. 중반부분에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지만 예상되는 지점이 이 소설의 흥미를 좌지우지 하진 않았다. 이 소설이 갖고 있는 엄마의 모성에 대해 깊이 있게 들어가볼 수 있어 그 지점이 나에겐 매우 흥미로웠다. 성폭행, 살인, 학대, 엽기살인, 음모등 내용 자체만 보면 자극적이고 읽으면서도 이걸 내가 왜 읽고 있나 싶을만큼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 전반에 흐르는 엄마와 아이라는 큰 줄기를 따라 가다보니 함께 읽고 나눌 거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를 잃을 것 같은 불안감 속에 모든게 다 의심스러운 엄마의 심리, 학대 받는 아이는 범죄의 타깃이 되기 싶다는, 또 그 부모는 가해자일수 있다는 고정관념, 일본에서는 남성이 성폭행을 당해도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고 강제외설치사제만이 성립된다는 사실, 결국 트라우마가 한 인간을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는 자명한 사실들을 들여다보며 여러 생각들이 갈라져 나왔다.

 

세상 모든 엄마는 한 마음이다. 내 아이가 가장 우선이라는 것.

나보다 더,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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