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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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진짜 콜디츠 이야기의 알맹이는 바로 이것이다.

자신과 상관없이 만들어진 극적이고 힘겨운 상황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나라면,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p.9










최근들어 논픽션류에 흠뻑 빠지게 된 것 같다.

소설은 소설 나름대로 읽어나가지만, 사실 바탕으로 쓰여진 그 자체의 글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요즘.

책 제목 콜디츠는 원래는 10세기 유지였던 왕조들의 요새.

다만 왕조들의 권력 싸움에서도 이 성의 목적은 처음부터 한결 같았다.

시민들에게 짓눌릴 듯한 깊은 인상을 심어줌과 동시에, 통치자의 힘을 보여주고, 적에게 겁을 주고

포로를 감금하는 곳으로 쓰였다는 것.

그런 역사를 가진 콜디츠는 구빈원,소년 구치소의 역사를 거쳐 세계 2차 대전 동안

독일 나치군의 강제 수용소로 사용된다.


저자 벤 매킨 타이어는 이 책을 단순한 전쟁기록이 아닌,

수용소에서 찾아낸 인간의 존엄성과 그들의 상상력, 계급과 이념의 아이러니를 말하고 있다.

극심한 감시 속에서도 포로들은 도피 계획을 세우고, 예술과도 같이 탈출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폴란드, 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장교들이 수감되어 있었고,

그들은 국가별로 조직을 만들어 치밀한 탈출 작전을 벌인다.

어떤 이들은 연극 무대 세트 속 숨겨진 통로를 사용하고,

어떤 이들은 나무로 만든 모형 총을 구두약으로 염색시키고, 독일 경비병을 통해 얻어낸 위조 신분증을 통해

탈출을 시도한다. (웃긴건 어설픈 분장도 먹혔다는 것. 어설픈 이념을 가진 경비병들..)

이 책이 조금 다른 이유는, 단순히 탈출 성공담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왜 인간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탈출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의 싸움은 생존이 아니라, 그들의 존엄과 자유를 지키려는 정신적 저항이 있다는 것.

분명 논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간 군상극을 다룬 소설 처럼 읽혀 신기했다. 그리고 재밌었다.

가슴 아프긴 하지만, 콜디츠는 장교들이 지루 할 정도의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고 언급한다.

그럼에도 이 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며 수용소에 불과한 곳이기에

모두들 탈출 감행을 몇년에 걸쳐 시도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나라면.. 마냥 잡혀온 포로의 처지로 그곳이 불편하지 않다면 저항하지 못하고 스며들었을 것 같다 아무리 장교라도)

*상대적으로 왜 규칙적이었을까, 지피티한테 물어본 결과

제네바 협약으로 장교들은 전쟁 중 포로로 잡히더라도 노동을 강요받지 않고,

적군으로부터 기본적인 존엄과 대우를 보장받았다고 한다.

『콜디츠』 를 덮고 나서, 이상하게도 묘한 감정이 남았다.

죽음과 학살이 난무하던 전쟁 가운데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탈출을 꿈꾸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매번 지루하고 폐쇄적인 하루가 펼쳐짐에도 , 오히려 상상력을 키우고 존엄의 의미를 되찾아 가려했던

그들의 발자취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유란 결국 물리적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성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달까.

그런 점에서 콜디츠의 이야기는 과거의 전쟁을 이야기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 이 책을 읽는 우리의 일상에게도 큰 시사점을 던져주는 듯하다.

전쟁사를 딱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존엄과 본질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견고한 성이라도, 상상하는 마음까지 가둘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이 증명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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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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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 화려하네요 목차만 구매해보려구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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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가라앉은 뒤 - 재난 복구 전문가가 전하는 삶과 희망
루시 이스트호프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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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속에는 늘 계획이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늘 계획가 다른 현실이 닥친다. 13

인간은 어떤 행동으로도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비극을 막을 수 없다. ···

재난이 존재하는 한, 피해자를 도우려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역시 존재할 것이다. 67

인생은 대단히 귀중하고, 언젠가는 끝이나며, 무척 연약하다. 이를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 188

그래서 나는 우리가 재난에, 혹은 재난의 변두리에 휘말리는 경험이 특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그 자리에 없어야 할 이유는 없었으므로. 236



언제나 예기치 못한 재난의 소식을 각종 뉴스로 듣을땐 마음이 철렁한다.

나의 가족이, 지인이, 친구가, 연인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에 빠르게 그들의 안전을 확인한 후 뉴스에 나오는 내용에 집중하게 되는 그런 상황들.

창비에서 출간된 이 책은 그런 재난들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기에

슬픔이 지나가고도 남아 있는 이들의 삶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재난 현장들을 20여년간 누비며 재난의 전 후 과정들을 다각도로 재조명 한 책 『먼지가 가라앉은 뒤」




일어나는 재난을 피할 수도 없기에 그 이후의 과정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저자 루시 이스트호프.

이 책은 9·11테러, 인도양 지진해일, 런던 7·7 테러. 그린펠타워 화재, 코로나 19 팬데믹까지 세계의 주요 현장들을

상세히 서술하며 남아있는 이들의 암담함과 슬픔, 그 속에서 조명해야할 희망 그리고 나아갈 자세까지 제시한다.

저자가 이렇게나 깊이 현장에 관여하였던건

그가 10살 때 영국 셰필드의 힐스버러 스타디움 압사 사고를 겪었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 관중 97명이 사망하고 766명이 부상을 입은 영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인 사건.

어릴 적 당시에도 "누군가는 해결해야지"라는 아버지의 말을 마음에 새겼고,

그렇게 재난 복구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실제로 서치해보니,

재난관리전문가로서는 필요한 자격과 학위가 정해져있는 직무이며 꽤나 다차원적인 업무를 처리한다.



옮긴이 박다솜의 말 또한 인상깊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로 2만명이 생겨났다면 단일사건으로 생각할 것이 아닌,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2만건이 있었던 것이라는 말.

왜 그런 일이 도대체 우리 가족에게,친구에게,나에게,사랑하는 이에게 벌어졌을까?

그런 의문은 보다는,

참혹한 현장이 휩쓸고간 곳을 다시 들여다보는 마음.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상실을 대하는 방식이 남겨진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일과 맞닿아 있다는 것.

저자가 말했던 유년기 유람선 침몰 사건과 힐즈버러 축구경기장 압사 사건의 묘사를 읽을 땐 사실

세월호와 이태원이 떠올라 심정이 착잡해 지기도 했었던 책.

시간과 장소가 다름에도 유사한 형태의 재난은 언제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루시 이스트호프가 보여주는 단단한 원칙과 다정한 마음을 지침 삼아,

우리 사회가 더 건설적이고 인간적인 재난 현장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읽어내려갔다.

이러 따뜻한 관심과 지속적인 눈길의 첫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창비의 출간작.

그 사소한 시작에 관심이 관다면 읽어봄을 추천한다.





*창비 출판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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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
가와이 도시오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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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창 시절 독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이다. 아주 두껍고 3권으로 이뤄진 시리즈물이지만 어렵지 않게 완독을 해내었고 소설의 재미란 이런 것이구나를 깨닫게 해준 작가이다.

하루키 작품의 분석에 관한 책들은 아주 많다. 다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하루키의 소설 속에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만남. 그 만남으로 인한 사건의 계기. 관계를 이어가는 큰 줄기가 궁금해서였다.


마찬가지로 이 책은 일본의 대표 정신분학자 가와이 도시오가 파루키의 소설 속 주요 장치인 '만남'에 주목하여 펴낸 글이다. 하루키의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어떻게 만남이 진화하고 심화되어 주인공들을 그려나가는지 분석하고 심리치료사가 꿈을 해석하듯 심리학적으로 파헤친다.






공유를 함으로써 만남이 이어진다




그의 단편집 『빵가게 습격사건』에서는 화자인 남편이 과거 빵가게를 습격했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털어놓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찌 됐든 간에 결국 아내에게 이야기를 하고야 말았다.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공유를 통해 그 습격사건이 화자 - 아내대상이 넘어간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다만 화자인 남편이 과거 빵가게를 습격했을 당시 실패했던 이유는 파트너와의 공유부재 ,

빵가게 주인과의 진정한 만남(연결)실패가 된다.

결국 이 단편집은 만남이 디태치먼트로 머무른 반면,

다른 작품에서는 커미트먼트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시대의 만남은 끊임없이 다음 만남으로 옮겨 가므로 한 가지 사물 또는 한 사람에게 머무르거나 깊어지지 않는다.


저자가 큰 줄기로 말하고 싶었던 건 바로 저 포인트인 것 같다.

그 만남을 공유하고 연결하기 위해 하루키만의 다른 차원을 열어 주인공들을 만들어내고

관계에 생명을 불어넣기도 빼앗기도 한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사물과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모던사회이지만,

만남이라고 하는 가치를 잃어버린 시대에

진정한 만남 은 가능한지와 중요성에 대해 하루키 작품을 통해 보고있다.

저자는 하루키 소설 속 인물들에 관해

동떨어지고 소외된 존재들 간에 비로소 이뤄진다고 말했다.



하루키는 인간의 극심한 고립과 따듯한 공감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자신의 소설의 중요한 주제라고 고민한 것을 본다면,

나의 하루키 작품 중 인생작인 『1Q84』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아오마메는 모종의 이유로 남자들을 죽이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매우 외로워하며

그 외로움과 두려움을 덴고 또는 모르는 익명의 남자들과 연결을 하며 풀어나간다.

이 또한 하루키가 고민했던 점이 아닐까하고 지금에서야 넓은 시야로 보게되는 하루키의 팬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이 참에 책장에 꽂아놓은 하루키 책들을 다시 탐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포스트모던적 만남은 끊임없이 다음 만남으로 옮겨 가므로 한 가지 사물 또는 한 사람에게 머무르거나 깊어지지 않는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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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언제나 만남을 이야기했지
가와이 도시오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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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를 파헤친 책. 평소 하루키의 팬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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