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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제공, 주관적 후기작성*
이번 작품은 '속죄' '나 같은 기계들' 등의 대표작을 집필한 영국작가 이언 매큐언의 신작이다.
하루 일과 중 하나는 알라딘, 교보에 들어가 새로나올 책 코너를 들락날락하며
신간을 살피는 일인데,
너무나 반가운 이언 매큐언의 신작이 발표되었다.
'속죄'를 너무 재밌게 읽은 독자로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롤런드 베인스라는 한 남자의 일생을 따라가는 여정 소설이다.
롤런드은 피아노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였지만 그의 인생을 지배하게 되는 가장 큰 사건 -
피아노 교사 '미리엄'이 성적 착취를 하기 시작하면서 평생 이 기억에 의해 그의 선택이 끌려다닌다.
성인이 되어선 특별한 경력도 수입도 없어 방향을 잃은 채 살아가는데
어린시절 트라우마 때문인지 사랑, 관계 모두 불안정한 채 정착하지 못한다.
그러다 소설 지망생 알리사를 만나게 되는데, 결혼까지 성공해 슬하에 아들을 얻는다.
하지만 아내는 어느 날 아기를 둔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알리사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느닷없이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떠난 것일까..
그 미스터리는 삼년 후, 베를린 장벽 붕괴 현장을 찾은 롤런드가 앨리사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며 비로서 풀린다.
앨리사가 오직 소설가로서만 살기위해 가족을 떠났고, 그에게 첫 소설 '여정'을 건넨지만 그렇게
그녀는 '혼자서' 새 인생을 살게된다.
결국 롤런드는 아들을 홀로 키우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시를 포기하고 호텔 라운지에서 피아노를
테니스 강습도 하면서 살아가며 살아간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흐른 70대가 되어서야 그의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된다.
손녀 슈테파니와 둘도 없는 친구로 평안하고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면서.
인생의 대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이다.
『레슨」은 읽기 전 정보를 좀 찾아봤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허구의 이야기와 섞어 풀어낸 소설로,
세계적으로 벌어진 팬데믹과 사건들을 겪고서도 삶이란 이어지는 것. 그 속에서 우리가 배우는 교훈들을 이야기하는 느낌이 강했다.
속죄는 한 잘못으로 인한 상처와 사랑을 몰아치듯 이야기 한다면
레슨은 삶 전체가 남긴 교훈들을 이야기하고, 실제로 나이가 70대가 된 이언 매큐언이 독자들에게 건네고픈
이야기하고자 한 느낌..
충격적인 사건을 하나 던져주며, 그 사건으로 인해 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계속 그림자처럼 남아 삶을 따라다니는 그런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영국 브렉시트', '코로나' 등 국제 정세와 사회 변화 속에서도 다시 자리 잡기 위해 무너지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노력을 잔잔히 그려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제목을 Lessons라고 지었을까.
이 블로그 서평을 쓰기 전 책 후긴들을 살펴보니, 흥미롭게 분석한 글도 있었다. 그래서 나의 생각으로 정리하자면,
롤런드의 70 인생은
· 어린 시절의 상처
· 첫사랑의 실패
· 음악에서의 좌절 (어린 시절 재능이 결코 성인이 되어선 빛을 바라지 못하는)
· 시대 변화
· 가족과의 갑작스런 관계 변화
결국 이 모든 사건들이 조금씩 맞물려 현재의 롤런드를 만든다. 힘들지 않다고 인생이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며, 힘들기만 하다고 해서 결코 행복하지 않은 인생은 또 아니라는 것.
결국 잘못된 레슨들(교훈)들과 올바른 레슨들이 모두 존재했고, 그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배움이 항상 선하고 올바른 것은 아니며, 어떤 레슨은(피아노 선생)은 상처로 남아 나중에서야 그 의미가 드러나는 것 처럼.
우리도 지난 과거를 살펴볼 때면 한 사건을 단편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아, 그래서 그랬지', ' 그것 때문에 그렇게 되었고, 나는 이런 선택을 했지' , ' 왜 그랬을까'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과 같이 다양하게 선택들을 살펴본다.
그래서 작가가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것이 아닐지.
인생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설명되지 않는 아주 희한한 것이며, 우리는 이 수많은 경험과 사건의 합으로 이루어진 생명체다라는 것을.(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희한해요 삶이란 것은..)
쓰다보니 조금 서정적인 느낌이 강한데,
실제로 나는 속죄보다 재밌게 읽었다.
내가 나이든 노년을 상상하며,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발자취에서 결코 바꿀 수 없는 사건들과 경험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들을 정리하면서,
휘몰아치듯 읽히는 장르소설은 다른 책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이것이 이언 매큐언 작가의 특징이 아닐까. 정확하고 섬세한 심리를 파고들고 플롯 자체를 장치처럼 사용해서 독자들을 소설 속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70대 나이에 이렇게 두꺼운 장편 소설 쓰기 쉽지 않을텐데, 참.. 한 국가를 대표하는 작가는 정말 다르긴 다르다.


그건 불면증에 동반된 기억이지 꿈이 아니었다. 또다시 피아노 레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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