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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 레오 14세
매튜 번슨 지음, 김민 옮김 / 생활성서사 / 2025년 8월
평점 :
한 소년 이야기: 교황 레오를 만나다.
시카고- 페루- 로마가 키워낸 한 소년을 알게 되었다. 로버트로 불리다가 로베르트가 되었다가 지난 오월에 레오가 된 분이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인간적이고 섬세한 사랑에 흠뻑 빠져있던, 그 분과 이별하며 다시 부활을 체험하고 있던 내겐 좀 낯설고 정이 가지 않는 미국인 교황이셨다.
그러나 레오 14세 교황이 ‘평화를 위하여 다리를 놓는 사람’으로서 한 첫 연설문과 첫 전기를 읽으며, 하느님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시구나!’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너무 기쁘고 감동이다.
시카고는 문화 인류학 강의를 하던 시절 미국의 금주법을 언급할때 학생들과 자세히 들여다본 지역이다. 음악과 술이, 째즈와 폭력이, 건축과 자유로움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다소 우울한 도시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그런데 소년 로버트가 성장하던 시기엔 초기 이민사회가 지닌 강한 공동체적 결속력과 아주 가톨릭적인 신앙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공동체였던가 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도시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시카고의 작은 마을 사람들 전체가 로버트의 심성에 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다양한 문화들에 대한 따스한 포용력.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엔 교회 묘지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며 교회에 봉사하였다. 그의 모습에서 겸손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던가보다. 후무스(흙)에서 나온 단어 겸양humility는 나의 세례명 후밀리따스와 연관이 깊어서 반가웠다. 부정할 수 없는 어떤 친밀감.
더운 여름 열심히 이 책에 빠져있던 7월 마지막 주간에 축일미사를 드린 이냐시오 성인의 이름에서 연유한 시골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것 또한 반가웠다.
그는 성장하여 카시아의 리타성당에서 아우구스티누스회에 첫서원을 한다. (나와 축일이 같은 성녀 리타) “당신은 당신 말씀으로 저의 마음을 꿰뚫었나이다.”는 성인의 고백처럼 나 또한 당신 말씀에 마음이 뚫려 전율하는 시간들을 보낼때가 있다. 올 봄에 내가 수도회의 기도 책, <그리스도를 따라서>를 3개월간 윤독하였던 것도 특별한 인연인가 보다.
그리고,
페루: 내겐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라는 소설로 기억되는 땅이다. 로베르트 관구장은 페루의 정치상황들에 대해 중도적인 자세를 취하였다. 그러나 정의 앞에서 침묵할 수 없고 가장 약한자들과 함께하겠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가장 약한 이들을 버리면서 정의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는 치클라요에서의 강론이 그 정신을 잘 보여준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을 떠나며 하신 말씀, ‘고통앞에 중립은 있을 수 없습니다.’와 닿아 있다.
그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추기경으로 불리움 받고 교황으로 다시 초대받게 된 로마. 우리에겐 가톨릭의 심장, 바티칸이 있는 특별한 도시이지만, 레오 14세 에게는 페루와 마찬가지로 로마도 또하나의 ‘선교지’일 뿐이다.
이 전기를 통하여 알게된 교황님의 삶의 여정은 내게도 ‘주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해 주는 것 같다.
내게 깊은 회심의 기회를 준 몇몇 표현을 나누고 싶다. 그 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해주는 말들이기도 하다.
“그는 회의를 잘 이끌더군요./ 어떤 경우에도 침묵은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착한 목자는 하느님 백성과 함께 나란히 걸으며 그들과 함께 지내야지./ 선교 하는 교회를 필요로 하는 문명을 보고 있다./ 모든 곳이 선교지 이자 선교의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