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무인 이야기 3 - 최씨 왕조·下
이승한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승한님의 고려 무인 이야기는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녔다. 2년여를 기다린 후에 2, 3권을 연달아 읽으며 고려 무인 시대를 주제로 정해서 천착한 이승한님에게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역사는 우리에게 재미와 교훈을 준다. 생생한 인물 묘사는 역사 속의 인물을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끼게 해주고 인물의 행적에서 삶의 교훈을 얻는다. 이 책은 재미와 교훈을 함께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좋은 작품이다.

이승한님의 고려 무인 이야기 3편은 왜 최씨 정권이 개성에서 강화로 천도했는가? 대몽 항쟁을 위해서인가? 정권 안보를 위해서인가? 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2편이 최씨 정권이 왜 스스로 왕이 되지 못했는가 등 세 가지 질문으로 시작한 것과 비슷하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작품을 읽도록 하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이다. 3편은 최이가 개성에서 강화로 천도할 때부터 최씨 정권의 마지막 인물인 최의가 죽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기간은 몽고의 침략을 피해서 고려 왕조가 강화를 서울을 옮기고 몽고에 항쟁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혼란에 싸인다. 분명히 우리는 고려가 몽고의 침략을 피해서 강화로 천도한 다음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서 끈질긴 대몽 항쟁을 벌여왔다고 교과서에서 배웠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역사적 상식이 얼마나 허망한지 일깨운다. 40년에 걸친 대몽 항쟁은 있었다. 몽고군은 수없이 침략을 했지만 그때마다 강한 저항에 직면하고는 했다. 지방의 이름 모를 백성들이, 천민들이 자발적으로 저항하여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몽고군을 상대로 빛나는 승리를 거두고는 했다.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진 전쟁. 이것이 몽고군과 싸운 고려의 전쟁이었다.

최씨 정권은 국가나 국민의 안위보다는 정권 안보를 먼저 생각한다. 사병은 정예부대로 구성하나 나라를 지킬 정규군은 허수아비로 만든다. 그래서 정규군은 전투다운 전투를 벌이지 못한다. 그 사이 국민들은 몽고군의 학살을 피할 수 없다. 저항을 벌이던 성민들을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이는 야만적인 행위를 일삼는 몽고병들. 이들을 돌보지 않는 집권자들. 역사는 40년간 몽고와 싸운 나라는 이 세계에 없다고 자랑스러워하지만 실상은 수많은 희생이 따른 전쟁이었고, 정권 안보가 우선인 전쟁이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몽고군과 싸운 고려 사람들이 참으로 경이롭기만 하다.

작가는 몽고와 40년간 항쟁한 것을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국민의 안위를 무시한 절대 권력의 심판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과 유리된 권력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깨닫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역사를 제대로 읽게 하는 소중한 안목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책이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다소 아쉬운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확실히 3권은 1권이나 2권보다는 긴장이 떨어진다. 따라서 재미도 덜 하다. 몽고와의 항쟁을 주제로 하다보니 똑 같은 과정이 여섯 차례나 되풀이되는 역사의 반복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러나 이 아쉬움은 1,2권과 비교했을 때이지 이 작품이 졸작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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