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장이 너무 많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24
렉스 스타우트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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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가운데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장르가 있다. 살인 현장을 쫓아다니거나 범인을 추적하는 대신에 마치 조각그림을 맞추듯이 두뇌를 사용하여 살인사건의 범인과 진상을 밝히는 미스터리물인데 수수께끼 풀이라는 미스터리 소설의 특성과 가장 잘 부합하고 있다.

안락의자 탐정이 등장하는 미스터리는 두 가지 점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첫째는 연역적, 또는 귀납적으로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설명하는 탐정에게 개성을 주기 위하여 괴짜이거나 우스꽝스럽거나, 아니면 신체적인 결함을 부여하고 있다. 신체적 결함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안락의자 탐정은 후천적으로 장님인 캐러더스를 들 수 있다. <요리장이 너무 많다>의 탐정인 네로 울프는 뚱보이고 괴짜이면서 다소 우스꽝스러운 인물이다.

두 번째는 탐정 자신은 직접 현장을 쫓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친근감 있는 조수를 두는 점이다. 아무리 안락의자 탐정이라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점을 모르고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는 어렵다. 세부적인 점을 모르고서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가 십상이리라.

그래서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때로는 탐정을 대신해서 진실을 추구하는 조수가 필요한 것이다. 조수가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면 탐정의 위신은 땅에 떨어질 것이므로 대체로 조수는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거나, 기록하는 위치에 있는 상식적인 인물로 설정된다. 요리장이 너무 많다에서는 아치 굿드윈이라는 매력적인 젊은이가 조수로 등장한다.

이 미스터리의 매력은 살인 사건이 일어났지만 살인 사건을 심각한 범죄라기보다는 풀어야 할 퍼즐 정도로 보고 있는 점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미스터리가 수수께끼 풀이를 본령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살인 사건은 해결해야 할 수수께끼이지 심각한 범죄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네로 울프와 조수 아치 굿드윈의 성격 묘사나 갈등에 대한 묘사도 심각한 것이 아니라 유머러스해서 미소를 금할 수 없다.

아치의 끊임없는 투정도 심각한 것이라기보다는 투정 정도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조수 아치는 매력적인 여성 콘스칸서 벨린이 호감을 갖고 있음에도 부인과 자녀가 있다는 거짓말로 관계를 단절시킨다. 왜 그런가하는 설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어야 알 수 있을까?

인물의 성격에 대한 묘사도 흥미 있다. 울프는 결과적으로 소시스 미뉴이 조리법을 얻기 위해 범인으로 몰린 헬로메 벨린의 혐의를 벗겨주는 것이 된다. 탐정이 무고한 사람의 혐의를 밝혀주는 이유치고는 엉뚱한 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먹는 것에 대해 집착을 보인다. 엄청난 배불뚝이인데도 먹는 것을 사양하지 않는 것은 요즈음의 상식으로는 지나치다고 할 수밖에. 하기는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살찐 남자를 풍채가 좋은 사람으로 부러워하는 분위기였기는 하지만.

탐정이 세계적 명요리장 앞에서 요리에 대한 연설을 한다는 착상도 재미있다. 아마추어라도 해당 분야에 뛰어난 식견을 갖고 있으면 전문가로부터 대접을 받을 수 있는가보다. 독자를 압도하는 요리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설명에는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요리(주로 프랑스 요리지만)에 대한 작가의 식견은 매우 해박하고 전문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한 권의 미스터리를 쓰기 위해서 작가가 기울인 노력에 아무리 경의를 표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미스터리는 몇 가지 결함을 갖고 있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탐정 울프는 자신이 범인이 쏜 총에 의해 부상을 입기 전에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일에 협력하기를 거부한다. 단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탐정의 개성을 더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미 무고한 사람의 혐의를 벗겨주었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에 상당히 접근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구성이다. 몇 가지 결함을 갖고 있음에도 이 미스터리는 수수께끼 풀이에 충실한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되어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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