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비자는 마키아벨리와 더불어 동서양을 대표하는 제왕학의 대표자들이다. 하지만 이 책의 표현대로 한비자가 무려 1750년 전의 인물이므로 한비자는 동양의 마키아벨리가 아니라 마키아벨리를 서양의 한비자로 표현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시공간의 차이는 크지만 두 인물은 무척 비슷한 데가 많다. 모국이 약소국인 나라와 피렌체 공화국이었고, 실제 두 인물은 자신들이 쓴 글과는 달리 (정확하게 말하면 선입견) 무자비한 마키아벨리스트가 아니라 순진한 면모까지 보이는 견실한 성격이었다. 생전에는 속된 말로 별 볼일 없었고, 크게 등용되지 못했지만, 후세에 길이 남을 불후의 저서를 남겼다는 사실도 비슷하다. 다만 마키아벨리는 정변에 휘말려 혹독한 고문을 여러 번 당했지만 죽음까지는 당하지 않았고, 한비자는 동문 이사의 배신으로 결국 죽음을 당했다는 차이는 있다.

 

한비자는 한비의 존칭이고, 그의 저서인 한비자는 냉혹한 권력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는 풍부한 이야기를 담은 우화집에 가깝다고 하고 있는데, 실제로지금까지 한국에서도 즐겨 쓰는 수많은 고사성어가 한비자에서 나왔다. 모순, 역린, 수주대토, 노마식도, 논공행상, 신상필벌, 경거망동 등이 대표적이다.


블랙유머 같은 느낌이 드는 일화도 적지 않은데, 마키아벨리가 지금도 무대에 오르는 희극 만드라골라의 작가라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두 인물의 공통점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 책에서는 이런 한비자의 면모를 잘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제1부 한비자와 한비자, 2한비자가볍게 읽기, 3한비자무겁게 읽기로 나뉘어져 있다. 다 재미있지만 제1부가 더 재미있다. 특히 한비자는 잘못 사용하면 사파의 무공비급이며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다는 표현은 압권이다. 이 책은 저자의 표현대로 한비자의 입문서이다. 논어사기정도는 아니지만 한비자역시 동양의 교양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한비자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전에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사족) : 에필로그가 있었으면 하고, 베버가 등장하긴 하지만 서구의 인물이 더 등장했으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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