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사람들 - 사람을 얻고 쓰고 키우고 남기는 법
김영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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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와 리더십에 대한 책은 차고 넘치도록 많아 지겹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분야에 그렇게 많은 책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인사과 훌륭한 리더십이 그만큼 드물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하기야 영웅과 인재가 필요하지 않는 시기는 없는 법이다. <사기>의 대가인 김영수 교수가 <제왕의 사람들 사람을 얻고 쓰고 키우고 남기는 법> 이란 제목의 신간을 내놓았다. 저자는 인성과 재능 중 인성이 먼저라는 기조 아래에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결국 이 말이다. “사람을 각박하게 대하지 말라!”

 

책의 제목이 <제왕의 사람들>이니 만큼, 당연히 한고조, 당태종, 청태조, 강희제, 주문왕, 은탕왕, 초장왕, 진목공, 위무제 조조, 무측천 등 쟁쟁한 중국의 제왕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재들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쓰고 어떻게 키우고 그들을 통해 어떻게 왕조를 유지하고 발전시켰는지를 다룬다. 한 고조가 진평과 주발을 남겼기에 문경지치가 나올 수 있었고, 당태종도 장손무기와 이세적 등을 남겼기에 무측천과 당현종이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세종대왕이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후세에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남겨서 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제왕들만 나오지는 않는다. 안영, 관중, 상앙, 한유, 범중엄, 구양수, 사마광, 왕안석, 유기, 제갈량 등 청사를 빛낸 명신들도 등장하며 이들이 군주를 어떻게 보좌했으며 후배들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비중은 작지만 미국과 중국, 일본, 프랑스 CEO 들의 인재 초빙에 대한 일화와 인재관도 읽어볼만 하다. 다만 우리나라의 인물들은 소개하지 않고 있데, 그만큼 권력을 쥔 자들이 여유가 없고 각박하기만 한 현재의 상황이 답답해서이지 않어서일까 싶다.

 

간신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저자이기에 반면교사들에 대한 내용도 풍부하다. 인재를 계속 놓친 초패왕 항우와 하북의 패자 원소, 게으르기 짝이 없었던 만력제, 남송의 간신 진회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동서고금의 다양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교훈들이 가득찬 책이지만 여기서 이를 다 소개할 수는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 읽어보면 된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두 장면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위나라의 군주가 편작에게 당신 삼형제는 모두 의술에 정통하다는대 대체 누가 가장 의술이 뛰어나오라고 물었다. 편작은 뜻밖에 대답을 했다.

큰형님이 가장 뛰어나고, 작은 형님이 그 다음이며, 제가 가장 떨어집니다.”

위왕은 이해가 가지 않아 그렇다면 어째서 당신의 명성이 가장 높단 말이오?”라고 물었다.

편작은 큰형님의 의술은 병의 증세가 나타나긴 전에 치료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병의 원인을 사전에 제거합니다. 그러니 명성이 외부로 전해 질 수 없지요, 작은 형님의 의술은 병의 초기 증세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가볍게 치료했다고 생각하기에 그 명성이 마을 정도에 머물 뿐이지요. 저는 주로 중병만 치료합니다. 피를 뽑고 수술을 하는 등 법석을 떨기 때문에 제 의술이 뛰어나다고 여기는 것이고 명성이 전국에 알려진 것입니다.”

 

무측천은 군자와 소인을 고루 기용해 이 두 파의 세력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었는데, 국가 정치는 군자들에게 맡기고 자기 개인의 기호나 취향을 위해서는 소인들을 기용하였다. 특히 소인들을 가까이 하면서도 그들에게 절대 지나친 권세를 주지 않았으며, 이들이 군자의 정치에 간섭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인재 기용과 사용에 원칙도 철학도 없는 통치자나 리더라면 명군들의 툥인관을 어설프게 흉내내느니 차라리 무측천의 용인관을 배우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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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병 2022-12-2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합니다. 저도 구매해서 언능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