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밑줄을 쳐놓거나 페이지를 접어두곤 한다. 어제밤을 가득채워준 이 시집은 책 전체를 접어놓고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p49환절기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충농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이야기를 프롤로그에서 하고있어서 너무나 공감이 갔습니다 술술 쉽게 읽히면서도 하고자하는 메세지가 정확해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P8백 퍼센트짜리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해결책이 있을까. 아마도 의존성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대란 그가 아니라 내가 만든 이미지라는 것을 깨닫고, 동시에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 즉 사랑하는 그가 아니라 사랑하는 내가 좋기 때문에 그래서 사랑을 하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 아닐까. 거기서부터 시랑이란 어려운 관계는 쉽고 즐거운 관계로 진화 발전할수 있다.P9우리는 이제 겨우 조금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목적지를 도착하지 않은 한 이미 늦었다고 포기할 나이는 없는 것이다. 사랑하기에 결코 늦은 시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