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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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밑줄을 쳐놓거나 페이지를 접어두곤 한다. 어제밤을 가득채워준 이 시집은 책 전체를 접어놓고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p49
환절기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충농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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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3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다음부터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스눕히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 되세요.^^
 
심야 치유 식당 2 - 사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심야 치유 식당 2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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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필요한 이야기를 프롤로그에서 하고있어서 너무나 공감이 갔습니다 술술 쉽게 읽히면서도 하고자하는 메세지가 정확해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P8
백 퍼센트짜리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해결책이 있을까. 아마도 의존성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대란 그가 아니라 내가 만든 이미지라는 것을 깨닫고, 동시에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 즉 사랑하는 그가 아니라 사랑하는 내가 좋기 때문에 그래서 사랑을 하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 아닐까. 거기서부터 시랑이란 어려운 관계는 쉽고 즐거운 관계로 진화 발전할수 있다.

P9
우리는 이제 겨우 조금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목적지를 도착하지 않은 한 이미 늦었다고 포기할 나이는 없는 것이다. 사랑하기에 결코 늦은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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