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공선옥 지음 / 창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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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겪으면서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글로 쓰리라' 다짐했던 작가님이 30년 만에 그때의 다짐을 실행에 옮기셨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고 손발이 떨리는 일이었기에 그랬지 싶다. 창비 책다방을 통해서 아직도 80년 광주 이야기를 하면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말씀하시는 작가님, 용기 내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이 소설은 80년 5월, 광주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518민주화항쟁' 자체를 얘기하는 책이 아니라 그때 거기에 있었던(작가님 표현을 빌리면 하필이면 그때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의 삶에 관한, 살아가기 위해 노래를 불러야 했던 사람들, 광주로 상징되는 그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특히 정애라는 인물은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라고 해도 좋을 듯 하다. 세정리라는 시골동네에서 태어난 정애는 15살이다. 보호를 받고 살아야 할 나이임에도 오히려 실제적인 가장노릇을 하면서 동생들을 돌본다. 하지만 그 마을의 강한 자들에 의해 밟히고 또 밟힌다. 결국 이장이란 사람에 의해서 집을 포기하는 댓가로 받은 적은 액수의 돈만 가진채 광주로 쫓겨 나는데 하필이면 그때 거기에 정애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온몸으로 518을 겪어야 했던 정애는 결국 정신을 놓아버린다. 미쳐버린 세상에서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산들 무엇하겠는가. 미친 세상에서는 미치는 것이 정상인 거지.


그렇게 세월이 흐른 어느날 정애는 갑자기 홀로 세정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다시 강자에 의해 밟힌다. 하지만 언젠가 부터 마을 사람들이 가장 연약하고 보잘것 없는 정애에게 찾아와 위로를 받기 시작한다. 정애에게는 어떤 말도 할 수 있었고 어떤 감정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모순된 상황 속에서 세정리 사람들은 위로를 받는다.

그러다 어느날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정애. 그렇게 정애는 달빛이 되고 바람이 되고 햇빛이 된다.


울고 싶도록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울 줄 모른다. 울어서도 안된다. 울면 존재가 녹아 없어져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다.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로 노래한다.


어릴때 할머니께서 서러운 일이 생길때면 아랫목에 앉아서 곡조를 붙여 신세한탄을 하시곤 했다. 

광주가 불렀던, 울 할머니가 불렀던 노래는 어디서 온 것일까?


홀연히 사라져 버린 정애, 광주는 아무 곳에도 없고 또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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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 수용소 - 인간의 본성, 욕망,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실존적 보고서, 개정판
랭던 길키 지음, 이선숙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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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이렇게 줄을 많이 그은 책이 또 있을까.

맘 같아서는 책 전체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2차 세계대전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면서 중국내 거주하고 있던 서양인들을 위현(산둥)에 있는 수용소에 수감했는데 저자도 그 안에 수감되었다. 수용소에 살면서 보고 겪게 되는 인간의 쌩얼(민낯)을 통해 충격도 받고 고민도 하면서 깨닫게 된 얘기들(인간 본성에 관한)을 풀어서 기록한 책이다.

 

처음 수용소에 도착했을 때 저자는 그곳을 문명도 문화도 없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그들이 그곳에서 처음으로 착수한 일은 문명을 세우는 일이었다. 문명을 세우고 생존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각자가 갖고 있는 기술은 너무나 유용했고 상대적으로 철학이나 종교는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좀 더 효율적으로 수용소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었고 이들에게 허락된 한정적인 자율로 각 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을 뽑아 이들을 중심으로 질서를 잡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게 되면서 기술로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숙소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들이 움직였던 상황이라든지, 미국 적십자사에서 배달된 7박스의 먹거리가 수용소에 도착했을때 미국인들이 보여준 이기적인 태도, 또 도둑질이 잦아진 문제들이 그렇다. 이러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는 기술이나 제도로는 해결 될 수 없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관념적인 문제로만 치부될 수 없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은 신앙으로써만 극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다.


여기서 질문 한가지. 이들을 갈등으로 몰고 간 것이 기술, 제도, 노동 그 자체인지 아니면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간과함으로써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그 ‘믿음’이었는지...


인간의 기술과 노동, 제도로써 문명이 온전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수용소 생활 초창기 저자의 생각이 어리석었고 그렇기에 그것들은 인간의 삶에서 덜 쓸모있는 것처럼 인식된다면 매우 아쉬울 것 같다. 기술, 노동, 제도 등이 생존의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인 것만큼 신앙의 부분과도 그만큼의 관계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신앙도 생존(생명)의 문제니까 말이다. 한국교회의 현실은 기술과 노동, 제도를 맹신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매우 하찮은 ‘육적인’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결과로써 생겨나는 문제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복음과 신앙이 왜곡되는 부분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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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 - 개정판, 우리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었나?
한종선.전규찬.박래군 지음 / 문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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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두통약을 먹지 않으면 안되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면 약은 먹지 않아도 되었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죄스러웠던지 내 몸은 그냥 계속 아팠다.


'수용소' 독일 나치때 존재했고 지금 북한에 존재하는 강제수용소.

형제복지원은 말그대로 '강제수용소'였다.

12년 동안 그곳에서 폭행등의 이유로 사망한 인원이 500명이 넘는다.

그 시체는 암매장이 되거나 의료 해부용으로 팔렸다.

폭력.폭행으로 사망한 사람의 사망신고서에는 병으로 죽었다는 사인이 적혔다.


인권유린.

그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었지만

원장 '박인근'은 다른 죄목으로 2년여 정도의 실형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87년 민주화 운동으로 형제복지원은 폐쇄되었지만 박인근은 그 이후로도 승승장구하였다.


박정희정권. 전두환정권이 거리를 정화한다는 이유로 

거리의 부랑자들을 한곳에 수용하기 시작했는데 복지원이 그 일들을 맡았다.

형제복지원뿐 아니라 각 도별로 4곳 정도씩 운영되었다고 한다.


수용소에서는 소위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매일 구타는 물론이고 성폭행이 자행되었다.

그 후유증으로 정신병을 앓게 된 사람도 상당수다.

복지원이 폐쇄 된 후에도 낙인이 찍힌 이들은 또다른 차별과 인권유린을 경험해야만 했다. 


'뉴스타파 M'에서 이 사건을 접하고 책을 구입해서 읽었는데

이 일이 나와 동시대에 일어났던 일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특히나 한종선씨는 나와 같은 또래다.


정부와 이들간의 유착이 빚어낸 이 엄청난 일들이 수면아래에 거대한 몸집을 뉘고 있다.

이제라도 수면위로 올라와야 할 것이다.

한평생의 삶을 깡그리 망쳐버린, 지금도 여전히 사회의 낙오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신원을 복권시켜드려야 하고 이 사건의 책임자들에겐 엄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거리정화를 한답시고 대한문 쌍차 분향소를 기습철거하고 중구청에서 불법화단을 조성해 놨다.

강원도 골프장 건설 문제로 생활터전을 잃어버린 어르신들의 농성장도 기습철거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도 초토화 시키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민낯이다.

곳곳에 펄럭이는 새마을운동 깃발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이게 대한민국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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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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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년에 한번 읽었었다.

다시 읽은 이유는 '빨간책방' 때문.

추천사에서도 밝혔지만 이동진은 이 소설을 올해의 최고의 소설로 꼽았다.


처음 읽을때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문장들이

새롭게 눈에 띄기는 했지만 아직도 이 소설의 진가를 나는 잘 모르겠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그때는 지금 보다 더 진한 감동이 오겠지.


어쨌든 이 소설은 있는 그대로 써나갔다.

'그'로 대변되는 보통사람들의 현실을

일부러 감동을 주기 위해서 선택된 문장들도 없이 그냥 건조하게 사실적으로..


개인은 자신의 삶을 좀 과장해서 의미있는 삶으로 얘기하고 싶어한다.

나 또한 내 삶이 건조하게 살아지고 있다고 인정하기 싫어할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었다라고 얘기하기는 

뭔가 억울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아!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 소설이 감동일 수 있겠구나!!!


'나도 주인공처럼 그냥 저렇게 살다가 가면 어떻게하지?'라는 두려운 질문에서

'아~ 모두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겠구나.


'영감'을 찾고 그 영감을 자신의 인생에 접목시켜서 

조금은 더 특별한 삶을 살았음을 주장하면 뭐하겠는가.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이 문장이 진정 아름답고도 숭고한 문장일 수 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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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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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작가님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대체적으로 이분의 작품은 무겁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 스스로도 그부분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작가의 말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소설은 분위기가 무겁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가벼운 맘으로 읽을 수 있고 읽어가는 속도도 꽤나 빠르다.

하지만 내용이 가볍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공감이 되기에 키득거릴 수 있고 

공감이 되기에 훌쩍 거릴 수 있는 소설이다.

심지어 마지막 얘기에서는 빵 터지기까지..


독자를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 주고 싶다고 말씀 하신 신경숙작가님,

"성공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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