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문에 따르면 쥐스킨트는 유행 지난 스웨터를 입고, 개를 무서워 하며, 사람만나길 꺼리고, 햇빛을 싫어하고, 은둔자인 까닭에 일체의 문학상을 거부하며, 자신의 얘기를 하는 친구완 절교를 선언하는, 게다가 비위생적인 이유에서 사람들과의 악수도 꺼린다고 한다. 글쎄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그중 절반만 사실이라고 해도 그는 상당히 까달스런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는 나의 기억속에 그렇게 새겨진 사람이었다. 거의 문학계의 스탠리 큐브릭 아니면 테린스 맬릭 수준이다.
-좀머씨 이야기-는 쥐스킨트 자신의 모든 모습이다. 그는 자신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에서 상당한 노출을 해 놓았다. 일차적으로 말하면 가슴 따뜻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려 일으키는 한 소년의 짤막한 성장소설이다. 거기다 장 자끄 상베의 예쁜 그림까지 합세하여 소설의 맛깔을 한층 드높인다.
아무말없이 걷기만 하는 좀머씨. 그는 미스터리한 인물인 동시에 쥐스킨트 자신의 외적 모습으로 보인다. 은둔자란 명성대로 다른 사람과는 어울리지 못한다는 작가는 좀머씨의 모습 그대로다. 좀머씨는 '나'의 기억속에 딱 한마디를 할 뿐 여전히 걸으면서 침묵한다.그 말인즉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이다. 좀머씨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인 소년은 너무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성장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 그의 사심없는 순수함이 쥐스킨트가 지닌 내적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집스러운 인상 뒤로 연약하고 순수한 모습이야말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모습이니까.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난 솔직한 심정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 소설은 앞서 줄줄 나열한 대로 여러 매력을 지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냥 허전함. 그 비어있는 느낌이 밀려온다. -좀머씨 이야기-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엔 나의 동심이 모두 퇴색해 버렸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