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마루야마 겐지는 작가가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자신만의 필력을 위해 마루야마 겐지처럼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소설가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절제하는 그의 노력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가 좋은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책 -소설가의 각오-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는 소리를 거의 전설처럼 들어온 나로선 그가 털어놓는 그 시기의 떨림과 갈등이 인간적으로 다가와 좋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가 여러 군데 집필한 에세이를 묶은 것인지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처음의 흥미가 반감되어 마지막엔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오는 동성혐오와 여성 비하 발언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도 모자라 보는 내내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신념이 너무 곧은 나머지 상대를 생각지 않는 태도가 문학인으로써 위험한 정신으로 비춰졌다. 작가인 그는 훌륭하지만 사람으로서는 보수적이고 고집이 센 사람으로 보인다.

-소설가의 각오-를 읽다보면 -백경- 으로 인해 바다를 꿈꾸던 그가 젊은 날 대형 유조선에 오르는 부분이 있다. 거친 바다와 싸우는 남자의 냄새가 아니라 모든 것이 기계화 된 유조선을 타고 이내 후회한다. 늘 기대감에 부풀었던 이미지가 완전 어긋나 버려 자신의 젊은 나이에 마지막 카드라고 여겼던 것이 정작 아무것도 아니어서 씁쓸한 기분이었단 것이다. 그가 느꼈다는 마지막 카드에 씁쓸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나 역시 마루야마 겐지라는 카드를 뒤집었을 때 실망한 건 사실이다. 아예 이 책을 읽지 않고 내가 들은 그의 고결한 이미지만 상기한 채 주옥같은 그의 작품들을 대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의 곧은 작가 정신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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