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
레이몬드 카버 지음, 안종설 옮김 / 집사재 / 1996년 3월
평점 :
품절


단편집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를 감명 깊게 읽은 후 카버의 또 다른 단편들이 궁금하던 터였다. -숏 컷-은 앞서 말한 작품집 보다 세 편이 더 추가 되어 있는, 열 네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카버의 문장과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게다가 그것이 만나서 이루어 내는 분위기와 흐름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팽팽하거나 혹은 촘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이야기마다엔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땐 변화하는 것은 어느 하나 없다.

지나치기 쉬운 삶의 측면을 해체시켜 정지해 놓은 후 찬찬히 바라보는 시선에선 슬픔까지 느껴진다. 아마 삶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단편들 모두가 너무 소중하다. 특히 -숏 컷-에 수록된 <블랙버드 파이>는 기존의 카버가 보여준 단편과는 사뭇 달라서 더욱 흥미로웠다. 그는 마침표 하나까지 심혈을 기울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세세한 노력으로 쓰여진 훌륭한 작품들을 읽게 되어 행운이라 생각한다. 하루키도 말했고 주위의 어느 분도 말했다. 그는 어느 경향도 아류도 아니다. 카버는 오로지 카버적인 글을 썼다. 그는 처음부터 진짜였던 것이다. 글을 읽고 있으면 그의 진실성이 느껴진다. 글을 반복해서 읽으면 어떤 울림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런 작가는 정말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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