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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고요한 스물셋의 처녀, 오산이. 그녀가 서울의 도심을 배회한다. 사물을 보지 않는 넋나간 눈동자는 외피만 지고 스물셋의 나이를, 병든 도시를, 자신의 운명을,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을 배회한다. 그래서 이십대 초반의 싱그러운 명랑함은 현실이라는 존재에 침식당한채 허무와 고독의 상태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너무 청승맞아 보이는 그녀를 보면 한편으론 '대체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란 물음을 불러들인다. 약해 빠진 오산이. 수수하고 고요한 그녀. 발악하고 싶어도 고요한 비명만을 내지르는 처연함. 오산이를,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다 읽은 후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흐르는 피에도 아랑곳없이 포크레인을 향해 내치는 그녀의 '몸'은 바위에 부서진 계란처럼 부질없지만, 그 몸짓은 더러운 세상을 향한 작은 반항이자, 약한 처녀의 커다란 분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