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솔리니 - 양장본 한길로로로 49
오토 슈바이처 지음, 안미현 옮김 / 한길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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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의 일기-를 보면 카사르사에서 뻐졸리니의 자취를 따라가는 난니 모레티를 만날 수 있다. 그곳은 실제로 빠졸리니가 가장 사랑 했던 곳이기도 하다. 빠졸리니는 불행한 삶을 살았고, 스스로도 불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프리울리어라는 고전적 문체로 시쓰기를 고집하는 서정적 시인이면서 학생들의 교육에 앞장섰던 교육자였으며, 무작정 오른 로마행에서 최악의 삶을 살아가는 프롤레타리아를 느끼려는 소설가였으며, 마찬가지로 위대한 감독이었다. 물론 표현의 억압과 젠더의 정체성에 평생을 죄의식속에 자위하면서 무너질 듯 방황하는 한 남자이기도 했다. 그는 이 세상을 스쳐지나가면 그뿐인 이방인처럼 살았다. 그래서 시대를 막론하고 자신과 같은 현실의 부적응자들에게서 (사드부터 프롤레타리아의 청년들까지)표현의 욕구를 느낀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한길사에서 나온 이 전기는 파솔리니를 객관적으로 따라간다. 그를 지나치게 옹호하지도 않고, 편가르기식의 단순한 개인 감정도 적은 편이다. 이 전기를 읽다보면 빠졸리니가 얼마나 문학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 지 알 수 있다. 당시엔 스캔들 메이커중 하나였던 빠졸리니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위대해져 가는 인물이다, 동시대의 감독부터 신예감독까지 오마쥬를 아낌없이 바치고, 각종 영화제들을 그의 회고전을 열고 있다. 불행과 어둠과 추악함을 끝까지 끌어안던 그는 죽음까지도 신의 구원을 받지 못하고 마감했다. 마치 그의 말처럼. '스스로 표현하는 자는 스스로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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