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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소설 ㅣ 메피스토(Mephisto) 17
카렌 두베 지음, 박민수 옮김 / 책세상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카렌 두베의 -비의 소설-은 제목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제목에서 오는 우울한 정서와 미지의 소설가와의 교우는 상당한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쉽게 읽히는 이야기와 퇴폐적인 분위기는 그러나, 썩 탐탁치 못한 아니 꿀꿀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순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인데도 비통속의 껍질을 두른 통속적인 소설을 만날땐 으레 실망스럽기 마련이다. 물론 -비의 소설-의 분위기는 독특하면서도 엽기적이다. 작가는 이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유지시키는 저력을 보여준다. 이것은 분명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지만 단지 그뿐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고 서평 역시 극찬 일색이라 기대가 높았던 탓일까.
참, 책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엽기스런 정서는 구역질이 날만큼 끔찍하다. 그점은 인정하는 바이다. 또 한가지, 무지에서 오는 착각인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아리송하다. 늪지대로 끌고가서 늪 속에 파묻힌 시체꼴로 꼭 만들어야 했는지, 거구의 이사도라는 왜 변태인지, 게다가 카이는 끝까지 남자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책 커버에 인쇄된 작가의 도전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눈빛처럼 카렌 두베는 어두운 세계관을 보여준다. 그 세계는 다 썩어들어가는 늪지대의 양서류떼처럼 물컹하고 질컹하며 고약한 냄새 투성이라 우선 거부감으로 미간을 찡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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