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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밤
커트 보네거트 지음 / 동인(이성모)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보니컷의 유머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제 5의 도살장-을 보면 하워드 캠벨 주니어가 카메오처럼 등장한다. 그는 주인공 빌리 필그림이 듣게 되는 논문의 저자이다. 그 논문인즉 미군인들과 그들의 생태 비하로 가득한 내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캠벨은 미출신 독일 고위 간부이자 유태인 육백만의 학살 주범이었으며 사형선고를 앞두고 목을 메어 자실한 인물로 묘사된다.
이렇게 언급된 인물 하워드 캠벨의 자전 고백처럼 쓰여진 소설 -내 영혼의 밤-은 보니컷의 초기 소설이다.
보니컷은 60년대부터 대두된 부조리 문학가중의 하나이고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모더니즘 계열의 작가이다. 보니컷은 자신의 최고작-제 5의 도살장-을 쓰기 한참 전에 -내 영혼의 밤-을 집필했다. 이 작품 역시 보니컷의 암울한 세계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후에 발표된 -제 5의 도살장-과 흡사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 실제 드레스덴 폭격 경험후 트라우마를 입었다는 작가는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전쟁을 매 배경으로 삼는다. 이 고백소설은 캠벨의 파란만장한 생을 짧막하게 보여준다. 추호도 자신에겐 죄가 없지만 2차 대전을 광견병에 비유할 정도로 경멸하는 캠벨은 운명을 피해가는 사람이다.
이스라엘 하이퍼 감옥에 수감된 캠벨은 재판 이틀 전에 감옥으로 부터 원고를 의뢰받는다. 자신이 여지껏 행한 일을 기록하는 일이다. 해서 캠벨은 나치때 만들어진 나치 친위대를 뜻하는 ss자가 들어있는 타자기를 부여받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이제 과거의 캠벨로 돌아간다. 그는 -제 5도살장-에서 잠시 언급된 대로 미출신의 독일 고위간부인 동시에 미국의 스파이였다. 괴벨스의 친구이며 독일 방송에서 독일인의 사기를 높이는 연설을 하였고 희곡 작가로도 명성을 얻는다. 그는 미국의 스파이지만 비르티넨이라고 자신이 명명한 푸른 요정만이 사실을 알고 있을 뿐 말년엔 미 스파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줄 증거가 없어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어둠자체로 묘사되는 캠벨은 사실 누가 정말 악인인지 모호하게 된다. 분명 그는 악인이다. 그러나 그런 그를 무조건적으로 죽이려는 스스로를 선이라 자청하는 사람이나 친구를 빙자해 팔아먹는 스파이나 이빨만 주저리며 아리안계 게르만인을 제외하곤 인종 멸시를 꿈꾸는 사람이나 보니컷에게 지울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준 연방군이라는 이름을 지닌 드레스덴의 민간인 13만 5천명을 불태운 나라나 어떤 것이 진정한 악일까?
-어디에 악이 있느냐고? 악이란 무조건적으로 미워하려하고, 하느님도 자기편에 서서 미워해 주기를 바라는,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의 한 부분이란 말이야. 악이란, 추한것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의 한 부분이야. 악이란, 처벌하고 중상모략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걸 즐거워 하는 바로 그 저능아적인 마음보란 말이야- 캠벨의 고백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