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올김 / 동방미디어 / 1996년 11월
평점 :
품절


아름다움. 밝은 정오의 오포 소리를 들으며 자작나무는 사이좋은 누이처럼 기대어 흔들리는 2차 대전 전후.

이것은 가면의 고백에서 보여지는 배경이다. 이 소설은 아름답다는 말자체가 너무 통속적이어서 무지하게 들릴만큼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어릴적 우연히 보게된 귀도 레니의 성 세바스찬의 명화와 같은 것이며, 또래보다 성숙했던 오우미의 눈부신 체육 시범과 같은 것이며, 벤치에 반나 차림으로 땀에 절은 젊은이의 것과 같은 것이다. 한마디로 살을 에이는 죽음과 소년의 미숙한 육체의 젖내와 거칠고 더러운 땀내는 유키오가 진실로 매혹당했던 아름다움인 것이다. 가면을 쓰고 자신을 꾸짖던 그는 그 혼돈의 꾸지람을 정리하기 위해 고백을 쓰는 것이 자신의 죽음의 완성임을 의식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써나가면서 생이 회복되가는 것을 느낀다.

사소설의 형태를 뒤집어 쓴 픽션이건, 사소설이건, 분명한 건 사소설이라 할지라도 유키오는 어디서 짜르고 붙이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연출자처럼 잘 조절하여 쓰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처음 드는 느낌은 진정으로 아름다움을 만져본 느낌이었다. 그 아름다움은 너무 생생해서 곧 잘 전이 되어 나를 떨리게 한다. 그 떨림이 완성되는 순간에 유키오는 고백을 마감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현혹시킨 붉게 그을린 반나차림의 청년에게 '악습'을 보내며....물론 그 옆에는 참고 연기를 계속하게 만들었던 소노코가 자리한다.

주위에선 전쟁의 한창에 오늘내일의 두려움을 떨지만 '나'는 끊임없는 죽음의 동경과 죽음을 피해가는 희한한 팔짜덕에 불안정한 배경처럼 불안한 성정체성에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을 힐난한다. 성 세바스찬도, 오우미도, 그 정체모를 남자도 진정한 자신이었다.

유키오는 놀라운 감성의 소유자다. 그 감정은 너무 여릿해서 미풍에도 흔들거리는 가녀린 줄과 같다. 그래서 그 고백을 듣고 있자면 이 연약한 유미주의자의 진실함을 누구보다 감미롭게 동정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