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여자 - 2004 노벨문학상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피아노 치는 여자의 주인공인 에리카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이 사랑의 행위는 본질적으로 파괴일 뿐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독일 작가 엘프리데 엘리넥의 이 작품은 한 마디로 너무 매혹적이다. 매혹이란 단어를 쓰기엔 차가운 느낌이 강하다. 낯설고, 차갑고, 가까이 할 수 없는 것에 사람들은 매혹된다. 도도한 차가움이 바로 이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가 가진 매력이다.

*어머니와 에리카 : 이 소설의 뿌리, 아니 주요 모토로 자리하는 이 애증 관계는 에리카의 전 생의 지배를 좌우하고 있다. 서른 중반을 넘도록 어머니와 한 침대에서 생활하는 에리카, 그녀의 외피는 왕립 음악학교의 도도하고 매몰찬, 인간관계 부실한 교사이고, 내피는 어릴적부터 쌓여온 압박감을 신체에 마조히스틱하게 풀어내고-면도칼로 자신을 저미는 등, 포르노 핍쇼장에 가서 성적 분출구를 찾는다. 또한 어머니는 에리카는 자신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하며, 일찍 여윈 남편의 자리에 에리카를 끼워넣는다.

*에리카와 클레머 : 어머니와 에리카, 둘만의 바다는 따사롭고 풍요로운 햇살을 받으며 안정되게 흘러가는 바다다. 이 바다에 클레머라는 바위가 떨어진다.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충격적 요인은 바다 전체를 들썩이게 할 정도다. 클레머는 자신의 능력 배양으로 에리카에게 접근하는 전형적인 호탕아이다. (내 느낌상 그는 길먼의 허랜드에 나오는 테리형의 인간이다.)

*에리카와 에리카 : 스스로 사디스틱한 면모를 보이다 매저히스틱한 면모를 보인다. 자신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쳇바퀴위의 다람쥐 마냥 지리하게 맴도는 에리카는 가장 불행한 여인이 아닐까?

엘리넥의 피아노 치는 여자는 대단한 소설이다. 이 사람의 다른 작품이 너무나도 읽고 싶은 힘을 가진 작가이다. 인간과 인간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쿤데라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하네케가 올해 이 소설을 영화화했다. 영화 또한 매우 훌륭했다. 이 소설의 차가운 감정을 그대로 뽑아 살린 작품으로 주인공들의 역할들이 최고치로 인상적인 영화였다.

에리카라는 인물은 정말로 불쌍한 인물이다. 시퍼런 칼날같은 차가움이 그녀의 가슴에 찌릴때 그녀를 틀림없이 동정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동정 받기를 원치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런건 그녀에겐 불필요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나약하고 사랑이란 것을 알지 못한채 자신을 소모하는 그녀속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있자면 너무 비참해서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분명 나의 모습을 보았기에 가슴이 미어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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