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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유미리만큼 가십많은 작가가 또 있을까?-물론 생각해 보면 꽤 있다. 아무튼. 가십이 많다는 것은 그녀가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겠고, 바꿔말하면 대중적이란 말이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많이 쓰는데,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는 이런 그녀의 에세이집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녀의 이전 픽션들이 떠오른다. 솔직하게 속삭이는 그녀에게 적잖이 친근감이 생긴다. 이 에세이는 신체 부위를 비롯한 단어 마흔 네개를 소재로 하여 자신만의 사전을 일군 책이다. 그 사전은 작가 자신의 기억에서 오는 사적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차분하면서도 단숨에 읽히는 이 책을 덮는 순간 작가 유미리에게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참, 이 책엔 과감하고 재밌는 부분이 꽤 많다.
그 중 발랄한 사전의 몇 대목을 밝히자면
[둘]-어느 신흥 종교의 교주왈 두 사람의 관계는 연애, 세사람이면 불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면 종교라고 한다.
[애완 동물 기르기]-처음에는 사랑으로 시작했다가 무관심해지고, 끝내는 역겨움으로 종말을 고하는 인간의 애정생활을 동물에게 추체험시키는 행위.
[이름]-두 자기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작가, 탈렌트, 사기꾼, 종교인등이다. 그리고 제일 한국인.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에서 유미리는 어렵고 숨기고 싶었던 과거를 담담하게 나열한다. 그리고 자신이 왜 그것을 예전에 감추려 했는지 반문하다. 어려운 시절을 건너온 용기는 그녀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