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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우딴루 지음, 쩡수치우 옮김, 에드워드 양 시나리오 원작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짝패. 류승완 감독의 <짝패>를 말하는 게 아니다.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소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이 두 작품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이보다 적절한 단어가 없을 거 같아서다. 이 둘은 그렇게 서로를 보완한다
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난점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물론 영화를 보기 전에도 3시간 57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주는 난처함이 있다.) 무엇보다 '과연, 도대체, 왜 샤오쓰는 샤오밍을 죽인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가 어렵다. 아니 이 영화가 혹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우리가 보는 곳곳에 깊은 웅덩이들이 파져있다. 친절함을 방해하는 그 웅덩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앞에 나왔던 웅덩이가 저 뒤에 나오는 그것과 궤를 같이하는 방식으로 관객들을 영화 안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다행히 이 소설은 관객들을 난해하게 만들었던 지점에 대한 자세한 언급들이 꽤 많이 나와있다. 소설은 영화처럼 보여주기가 불가능한, 오직 서술로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영화 각본을 토대로 재구성한 작품이기에 서사는 같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상이한 곳이 꽤 있다. 영화에서 긴 시간 다뤄지지만 소설에서는 간단하게 넘어가는 부분들도 있고.
영화를 보고 이 작품에 대해 여러 질문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조금이나마 쉽게 답을 얻고 싶으신 분들은 얼른 이 책을 손에 들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영화에서 생긴 물음은 영화 안에서만 해결해야해!' 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은 우선 이 책을 멀리하신 채 영화를 다시 보시길 바란다. 하지만 나는 안다. 결국 그 분들이 이 책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