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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ㅣ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6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서경》이라는 제목을 보고 한 번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오래된 고전이라 처음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200여 페이지 정도라 부담 없이 시작했다. 무엇보다 춘하추동으로 나누어 리더의 조건과 실천, 결산과 성찰을 설명한다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IT 개발자로 시작해서 QA를 거쳤고, 개발팀장을 하면서 사람과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도 했다. 지금은 영업대표로 고객을 만나고 사업을 이끌고 있다. 돌이켜보면 같은 회사 생활이지만 역할이 바뀔 때마다 사람을 보는 관점도 많이 달라졌다. 개발할 때는 기술과 결과가 중요했고, QA를 할 때는 작은 오류 하나가 전체 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팀장이 되고 나서는 혼자 잘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 영업을 하면서는 결국 모든 일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그래서인지 《서경》의 여러 문장 가운데 ‘호문즉유(好問則裕)’, 묻기를 좋아하면 여유로워진다는 말이 특히 와닿았다. 개발할 때는 내가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고, 팀장이 된 뒤에는 경험이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많이 묻고 많이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고객을 만나는 영업에서는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듣는 것이 먼저다.
‘임현물의(任賢勿貳)’, 어진 사람을 쓰되 의심하지 말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조직에서는 결국 사람을 믿고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고 결정하려 하면 조직은 커지기 어렵다. 팀장이었던 시절을 돌아보면 내가 가진 경험과 판단을 너무 믿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개과불린(改過不吝)’, 잘못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말라는 말도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였다. 개발도, 품질관리도, 영업도 결국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빨리 인정하고 바로잡느냐가 중요하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리더의 약함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경》은 3천 년 전의 이야기지만 이상하게 지금의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며, 자신의 잘못을 어떻게 돌아보느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개발자에서 QA로, 팀장으로, 그리고 지금 영업대표까지 역할은 계속 바뀌었지만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은 사람과 조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리더십은 직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자신을 돌아보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경》은 한 번 읽고 끝내는 책이라기보다 앞으로 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할 때 다시 펼쳐볼 만한 책인 것 같다. 특히 지금처럼 조직을 이끌고 고객을 만나며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나에게는, 오래된 책이지만 오히려 지금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