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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 오늘을 위해 밝히는 역사의 진실
김태훈 지음 / 일상이상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분위기에 휩쓸려 둥둥 떠나니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은 책을 고를 때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따라서 마케팅에 의한 집중 광고를 통해 소위 베스트 셀러 항목에 들어가는 것들은 눈길 조차 주지 않는 편이고 그런 종류의 책을 펼치는 이들은 초장부터 한 수 접고 바라보는 못된 습관도 지녔다.
영화 명랑이 1700만을 돌파했다고 온갖 메스컴에서 떠들어대며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분석하는 기획 기사가 넘쳐 나고 있으며 아니나 다를까 영화 “명량”의 흥행에 기대어 이순신에 관련한 책들이 또 한바탕 봇물을 이루듯 쏟아져 나와 서점의 가판대를 점령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평상시 같으면 역시나 눈길 조차 주지 않았을 옹졸한 성격의 나이건만 이번에는 한 순간에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라는 이 책을 집어 들고 700여 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의 책이지만 한 호흡으로 읽어 버렸다.
애써 스스로를 변명하자면 평상시 세종대왕과 이순신에 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평상시에도 두 분에 관한 책들이 나오면 눈여겨 두고 있던 차에 때마침 이 책이 발간되었고 명량의 흥행과는 관계 없이 평상시 습관대로 손에 집어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 하고 나니 무언가 구질구질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이 책은 10년전 저자가 쓴 “이순신의 두얼굴”이런 책의 증.개정판이다. 역사학도도 아닌 일반 회사원으로서 어느날 이순신에 대한 글을 읽다가 시중에 나와 있는 대개의 책들이 이순신을 신격화 우상화하는 내용들로 점철되어 있는 것을 보고 저자는 너무나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과연 이순신이 과연 그렇게 무결점 인간이었을까? 이순신도 역시 인간이라면 그 한계와 약점들이 있었을터인데 왜 그런 면들은 전혀 이야기되지를 않는 것일까라는 점이었다. 일견 너무나 타당한 생각이지만 실제로 후세의 후손들은 오직 이순신의 영웅화와 신화 만들기에만 온갖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순신의 그 놀라운 업적이 어쩌면 태생부터 일반인과는 다른 그 어떤 특출난 능력이나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라는 것이 저자의 의문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당시 시중에 출간한 책들과 더불어 난중일기, 징비록, 선조실록등의 자료들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거기서 일반 출판물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던 이순신의 개인적 면모들을 발견해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그 책이 발간 되었을때도 네이버에 의해 오늘의 책, 부산 교육청 추천도서등으로 선정되는 등 나름 유명세를 탔었고 그후 10년간 저자는 그것을 바탕으로 그동안의 추가 연구 실적을 더해 이렇게 증.개정판을 다시 발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첫째 700여 페이지가 넘는 긴 글이다. 그만큼 많은 자료를 모아 묶었다는 이야기이며 저자의 치열한 연구 과정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한호흡으로 금방 읽힌다. 처음 이 책을 손에 잡았을 때는 책이 주는 무게감에 나름 부담도 되었지만 저자의 글을 끌어가는 힘과 더불어 평이한 문체로 누구든 쉽게 읽힐 수 있게 저술되어 있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둘째로 이 책은 일방적인 이순신 찬가를 부르지 않는다. 저자가 최초로 이순신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동기대로 저자는 이순신으로부터 한걸음 떨어져서 이순신의 객관적인 모습을 담아내려고 애쓴다. 심지어는 우리는 23전 23전승이라고 알고 있는 이순신이 수행한 전투에 있어서 실제로 장문포 전투의 경우는 실질적으로는 패한 전투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이순신의 정적으로 매도해 왔던 원균에 대해서도, 그리고 당시 이순신을 둘러싼 인물들인 선조, 유성룡, 권율, 이덕형등의 인물들에 대해서도 나름 공정한 시각으로 오직 자료에 의지해 그들의 모습을 그려내려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로 이 책은 오직 이순신의 행적만 좆지 않는다. 7년 전쟁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 이순신의 행적과 더불어 같은 기간에 육지에서 벌어진 또 다른 전쟁들도 별도로 소개하면서 그 전투들이 7년 전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이 이순신의 행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추적해가고 있다. 또한 더불어 저자는 시기와 장소가 다른 외국의 전쟁들을 더불어 같이 소개함으로써 이순신이 치룬 전쟁들이 얼마나 뛰어난 전쟁이었는지를 대비시켜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을 읽어 나갈 때의 재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이 책을 덮으며 이순신을 통해 현대를 사는 우리 사회를 향하여 일갈하는 엔딩부분을 옮긴다.
“ 이순신은 죽음으로 조선을 살렸다. 선조는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자신이 살아남은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 7년 전쟁의 여파로 명과 일본의 정권은 바뀌었다. 하지만 조선의 집권층은 무사했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민초들이었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7년 전쟁 때보다 더 한심한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나라의 녹을 먹는 자’는 자신과 윗사람의 안위에만 몰두하고 있다. 조선의 당쟁보다 못한 ‘정치하는 자’의 이전투구는 극에 달했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도덕성을 땅에 쳐박았고 ‘나라의 녹을 먹는 자’와 ‘정치하는 자’까지 발밑에 두었다. 그나마 희망이 되어야 할 ‘배운 자’도 ‘가진 자’에게 구애하고 있다. 안으로는 칼날 위에 서 있는 자기 자신, 밖으로는 무능한 조정과 일본을 동시에 봐야 했던 이순신처럼 지금 우리도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을 동시에 보고 그에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