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만나 비엔나 커피를 이루듯 뜨거운 역사와 차가운 과학이 만나 우리 앞에 한권의 책으로 놓여지게 된 것이 본 저서인 “조선과학실록”이다.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시대에 대한 죽은 기록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역사의 한 가운데에는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삶이 있고 또한 그 삶은 문화와 과학과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과 더불어 그 삶의 터전이 되는 자연과 동,식물 등의 수많은 개체의 것들이 오만가지의 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이 때에 지금까지의 역사에 대한 연구가 단순히 사건 중심의 협의의 역사에 대한 것이었다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역사 연구가 이렇게 역사를 떠받치는 다양한 객체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연구들로 확대되게 되었고, 그 중의 하나로 이렇게 역사 속에 포함된 과학적 지식들을 끄집어내어 새로이 조명하게 된 책도 손에 쥐게 된 것이리라. 이 책에는 모두 22꼭지에 걸쳐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내용들 중에서 과학적인 관점에서 복기해 볼만한 흥미진진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9꼭지로 제일 많고 이어서 과학 기구류에 대한 꼭지가 5꼭지, 자연 현상에 관한 꼭지가 4 꼭지,기타 4꼭지를 소개하고 있다. 동물에 관한 이야기로는 조선의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메뚜기 떼 이야기, 중국에 조공품으로 바치기 위해 잡아서 길들여야만 했던 사냥매인 해동청 이야기, 동이족이란 이름에 걸맞는 좋은 활의 재료인 뿔을 얻기 위해 일본의 지방 국가였던 유구국에서 들여 왔던 물소 이야기, 일제에 의해 동물원으로 개조된 후 그 안에 들여와 살던 동물들의 잔혹한 삶을 다루었던 창경원 동물 독살 사건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적혀 있다. 또한 우리 조상들의 찬란한 지혜를 보여 주는 자랑스러운 과학 기구류인 거북선, 기리고차, 은을 분리해 내던 ‘단천연은법’에 관한 이야기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지금은 극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오로라 현상이 조선 시대에 자주 나타났고 이에 대한 기록이 빈번히 사료에 등장하는 사실 등을 들어 자침의 방향이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함을 들어 당시에 어떻게 한반도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으며, 지금은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 때문임이 밝혀졌지만 당시에는 흙비가 하늘이 보내는 경고라고 해석하고 이에 국왕이 검소한 생활 등을 통해 하늘의 노여움을 달랬다는 등의 자연 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용어들 중에 상당히 재미있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한데, 여의도란 명칭이 “하잘 것 없는 섬이니 너나 가져라”라는 뜻에서 너의 섬, 즉 여의도(汝矣島)가 되었다라는 점, 메뚜기라는 이름이 산의 옛말인 ‘뫼’에서 뛰어노는 곤충이라는 의미라는 점, 우리나라 공군의 상징인 ‘보라매’는 알에서 부화한 지 채 1년이 안 된 젊은 매를 일컫는다는 점과, ‘시치미를 떼다’에서 시치미란 것이 매의 꼬리 깃털 12개 가운데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중앙의 깃털 2개에 매다는 이름표를 가리키는 것으로 누군가가 이 이름표 즉 시치미를 떼어내고 자기 것이라고 우기면 그 매가 자기것이라는 것을 밝혀 내기가 힘들다라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란 점, 나라에서 공문을 전달하기 위해 약 30리 정도의 거리마다 두었던 역의 이름이 ‘참’으로서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 이란 의미의 “한참 걸었더니...”라는 한참이 바로 이 참과 참사이의 거리를 말하는 데서 유래했다는 점 등등은 이 책을 읽어 가면서 새로 알게된 상식들이었다. 통섭 혹은 융합, 즉 서로 다른 기술이나 현상, 학문 등을 결합해 새로운 창조적 상품이나 현상, 지식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강조되는 세상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이러한 융합의 전범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책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단순히 상식을 얻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이런 책을 읽어 가면서 역사에 대한 새로운 재미와 함께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