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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경영한 기황후 1 - 고려는 내 태를 묻은 땅 ㅣ 천하를 경영한 기황후 1
제성욱 지음 / 일송북 / 2013년 11월
평점 :
집에 TV가 없어서 보지는 못하지만 하지원 주연의 “기황후”란 드라마가 한창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가끔 인터넷 기사를 흟어보다 보면 드라마의 선정성과 더불어 역사적 왜곡을 지적하는 글들이 가끔씩 보이기는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나름 인기몰이를 해가는 중인 듯 싶다. 또한, 한편으로는 드라마가 바로 이번에 읽은 책인 제성욱 작가의 “기황후”를 원전으로 하였고 이에 따른 저작권 문제로 출판사와 분쟁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책보다는 드라마를 통해서 기황후란 역사적 존재를 먼저 알았다는 편이 솔직하겠다. 그리고 그렇게 과문한 탓에 만일 서점에서 기황후 이 책을 보았더라면 선뜻 지갑을 열고 책을 구매하지는 분명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역사적으로 가리어져 있던 인물을 다시 일으켜 세상에 불러 세운 공으로 따진다면 비록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공이 꽤 있지 않을까 싶다.
고려 말, 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이유만으로 꿈많던 소녀가 공녀가 되어 멀고 먼 타향으로 끌려온 후, 자신의 신세에 한탄하며 좌절하지 않고 외려 원대한 꿈을 품고 온갖 기지를 통해 차츰차츰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가 끝내 원 제국의 황비가 되고 자신의 아들을 황제로 세우면서 전 세계를 호령했다라는 역사적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이야기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이야기 소재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기황후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글을 써 나갈 것인가 하는 것과 역사적 사건들로 기록된 사실들을 뼈대로 해서 어떻게 그 위에 피가 돌고 따스한 온기가 도는 살을 입여 나갈 것인가라는 작가의 글을 끌어가는 역량이 아닐까 싶은데, 나름 이 책을 읽으면서 기황후를 추적하여 역사적 사실로 뼈대를 세우고 그 위에 상상의 살을 입힌 작가의 성실성에는 후한 점수를 주었다. 반면 다소 글의 전개상 중간 중간의 비틀거리는 부분들과 좀 진부한 전개로 어설프게 엮은 부분들이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웠다고 할까.
작가는 기황후가 일개 궁녀에서 제국의 황후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과정을 그려나감에 있어서 기황후를 모든 것이 완벽한, 즉 머리도 좋고 인물도 뛰어 나며 거기에 인격도 훌륭하여 처음에는 온갖 고난을 겪지만 그러한 자질들로 인해 하늘이 돕고 사람이 도와서 마침내 성공한다는 뻔한 도식으로 그려내지는 않는다. 기황후가 그런 면이 없지는 않지만 한 남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같은 처지의 타인도 때로는 잔혹하게 처형하고 주변 인물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어가기도 하는 냉혹하곧 악한 면을 그려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도 작가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점 중의 하나가 기황후의 고려에 대한 애정이라는 점이다.
본인이 공녀로 원 제국에 끌려가는 그 수모와 고통을 겪었기에 이후 원제국의 고려에 대해 공녀와 환관의 수탈을 금지시킨다는 부분과, 근본적으로는 주원장이 세운 명에 대항하기 위해 고려의 힘을 빌리기 위한 떡밥이기는 하지만 요동 지역을 고려에 돌려 주기 위하여 군사를 일으킨다라는 부분등은 비록 몸은 원제국의 황후이지만 그 근본은 고려인이라는 민족성을 잊지 않았다라는 작가의 소망이 투영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기황후가 그녀의 마지막을 고려에서 늙은 노복과 함께 자객의 칼에 의해 비참하게 맞이하는 것으로 그린 장면은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작가가 글을 이끌고 나가면서 결코 놓지 않았던, 아니 놓고 싶지 않았던, 그리고 그랬을 것이라는 기황후의 고려에 대한 사랑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최고의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젊은 나이에 급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작가, 그가 아직도 살아 있어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작가였다면 그로 인해 우리 문단은 좀 더 풍성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마지막 장을 덮으며 드는 아쉬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기황후와 함께 앞뒤로 읽은 책이었는데 기황후와는 200년 정도 후세 사람으로서,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자손으로 집안에 의해 프랑스 황태자와 정략 결혼하게 되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려 정비임에도 불구하고 남편 앙리 2세의 애첩보다 못한 대접을 받다가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후 이후 정권을 잡아 30여 년간을 프랑스를 다스린 카테리나 데 메디치 황후의 삶이 같이 연관되어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을 아울러 소회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