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 허준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2011년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베스트 셀러 항목에 오르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가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독서 수준이 이런 종류의 책을 쉽게 읽어 낼 정도로 높다라기 보다는 사회 지도층과 사회 전반에 걸친 불평등과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실망감 표출의 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한 금년 초에는 영화 ‘레미제라블’이 뮤지컬 이라는 형식의 낯섬과 긴 런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5백만을 넘어 선 것도, 영화에 힘입어 출판사들이 ‘레미제라블’의 완역본을 경쟁적으로 출판하고 있는 것도 노블리스 오를리제에 대한 사회의 갈망을 표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정의에 대한 갈망은 바로 지난 대선의 시대 정신으로서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라는 구호에 함축적으로 담겨있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시대에 다시 한번 허준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공중파 TV에서 다시 일일 연속극으로 허준을 방영하기 시작했고 허준과 그의 저서인 ‘동의보감’에 관련한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는 아마도 허준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통하여 이 시대가 목말라하고 있는 정의와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한 또 다른 욕구의 표현이며 그렇게 정의롭게 살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엿보고 싶은 숨은 내면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전광열, 이순재씨와 함께 예진 아씨의 황수정이 열연했던 드라마 허준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MBC에서 다시 일일 연속극으로 ‘허준’이 상영되기 시작하는 이번 주에 이재운 작 ‘구암 허준’이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을 보고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더욱이 저자의 전작 ‘소설 토정비결’을 읽어 본적이 있었기에 작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도 한몫하여 커다란 기대감을 가지고 책의 첫 장을 넘기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에게 다가온 느낌은 마치 달디 단 케이크를 먹은 후에 과일 한 조각을 먹은 기분이었다. 입에 넣은 과일이 단맛이 아닌 이도 저도 아닌 밍숭맹숭한 그런 순간처럼 말이다. 이은성 작가의 5권짜리 미완성 작품 ‘소설 동의보감’과 드라마 ‘허준’을 읽고 보면서 가졌었던 그 감동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가지고 책을 집어 들었던 내게 있어서 이 책 ‘구암 허준’이 바로 그러했다.

 

책 자체가 그리 짧지 않은 책이었건만 마치 요약본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저자에 대한 실례이려나... 아마도 앞의 책과 드라마를 보지 않았더라면 이 책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누렸을 터이지만 앞의 두 작품의 아우라가 너무나 강했던 탓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을 거두어내고 책을 읽어낸다면 이 책은 서자라는 태생적 신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뜻을 세워 끝내 이 민족에 길이 남을 동의보감이라는 대작을 완성시킨 허준의 드라마틱한 일대기와 함께 시대적인 사회상도 같이 엿볼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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