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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한의 글은 거칠다. 아니면 성난 아우성이라고나 할까. 그나마 이 책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의 목소리 톤은 전작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에 비하면 다소 그 목소리를 가다듬은 흔적이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그 주장하는 바가 냉정한 음성으로 시시비비를 따질수가 없는 내용인지라 적어도 이 정도라도 눌러 앉힌 것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지레 그 뜨거움에 데여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하려는 최소한도의 이성이 발휘된 듯하다.
하기사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그것을 점쟎치 못하다고 나긋하게 “도둑님들 오셨네요. 이 집에는 그리 가져 갈 것이 없으니 그냥 돌아가 주세요”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어딘가 모자른 사람이리라. 시시비비를 따져 옳고 그름을 가리는 차원이 있다면 때로는 먼저 야단부터 친 다음 그 잘못을 하나하나 들추어 바로 잡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도 이주한에게 있어 한국 고대사부분에 관련한 일이 바로 그에 해당되지 않는가 싶다.
그동안 한국 고대사에 있어서, 특히나 단군 조선과 고구려를 비롯한 삼국 시대에 대해 이것 저것 주워 들은 것이 많았지만 먼저는 전체를 꿰뚫는 공부라기 보다는 시간적으로도 단속적으로 책을 읽었었던 데다가 고대사를 밝히는 자료들이 귀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고 이해의 차원이라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제시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는 상태였다 보니 각각의 단어와 지식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데에 다소 혼란과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편린으로 존재하던 그것들이 한 줄에 꿰어지듯 머릿속에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마도 그동안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읽어댔던 지식들이 그 밑바탕을 이루고 거기에 저자 이주한의 상세한 자료 설명이 큰 도움이 되었던 듯 하다.
이주한은 현재의 한국 고대사에 대한 중대 논점이 3가지라고 이야기 한다. 먼저는 단군 조선의 역사성과 둘째는 한산군의 위치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부식의 “삼국사”의 초기 위작론이 그것이다. 이주한은 이 3가지 문제를 대하는 태도, 즉 사관에 따라 민족주의 사관과 식 민주의 사관으로 나누어진다고 하고 현재 한국 역사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일제 통치 때 일제의 어용 학자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조선사를 왜곡하여 일본의 조선 지배 통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사상적 토대를 삼았던 식민 사관이며 그것에 기대어 기득권을 내려 놓지 않으려는 그 후예들이라고 일갈한다.
이주한은 역사의 연구 방법은 철저히 의문과 상상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그 의문과 상상은 무엇보다 1차 사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일제에 의해서 장기간에 걸쳐 우리 역사에 관한 책들이 강제로 거두워져 불타버린 분서의 경험으로 그 1차 사료가 비록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래도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중국과 국내의 1차 사료들을 통해 단군의 역사성과 한사군의 현 중국 지역의 존재, 그리고 삼국사의 진실성 여부가 충분히 검증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주장이 확인되면 일제에 의해 주장되어지고, 거기에 기대어 살아온 기존 식민사학자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누려왔던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처하자 이러한 주장들이 힘을 얻을 수 없도록 어떻게 왜곡하고 억압해 왔는가를 뜨거운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또하나의 흥미로운 점이라면 러시아 출신인 귀화 한국인인 박노자에 대하여 거침없이 일침을 가하고 있다라는 점이다. 한국인보다도 더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 역사에 관하여 해박한 글쓰기를, 그것도 진보 진영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한겨레에 해 왔던 박노자에 대해 그의 주장이 진보의 탈을 쓴 철저한 식민 사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결기서린 비판에 이르러서는 한국 고대사에 대한 그의 애정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이주한이 속해 있는 한가람 역사 연구소는 이덕일씨가 소장으로 있는 곳이다. 이덕일의 책은 여러 권 읽어 본 적이 있기에 이주한이 주장하는 바가 전혀 낯선 바가 아니었지만 어찌 보면 그 동안 이덕일 혼자 외로이 이러한 주장을 펼치던 중 이제 그동안 가르치고 키워낸 제 3의 이덕일이라 할 수 있는 이주한 같은 저자에 의해 이런 주제의 책이 발간 될 수 있다라는 점에서 비록 해방 이후 상당히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나마 우리의 역사계를 놓고 볼때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년에 기회가 있어서 이주한씨와 간단히 술 한잔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막걸리 한잔 놓고서도 긴장감어린 목소리로 역사에 대한 애정을 울분으로 토해내던 그 모습이 생생하다. 이제 나이도 적지 않고, 본인 말마따나 이런 주장으로는 학계에서는 발 붙일 곳조차 없는 토양에서 어떻게 식솔들을 이끌고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런 그의 목소리와 결기에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마음에 드는 것은, 마치 어려운 일을 타인에게 떠 넘기고 홀가분해 하는 어린애 같은 나의 이기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이런 찜찜함을 털어 버리는 최소한의 나의 책임은 이러한 이주한의 책을 한명이라도 더 읽히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