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기말 고사기간중이다. 하루하루 아들 녀석의 시험 점수에 온통 신경이 가 있어서 시험이 끝나고 아들 녀석의 전화를 기다린다. 오늘도 아들 녀석의 전화를 기다리던 중 마침내 벨이 울린다. 목소리가 별루다. 아니다 다를까…….한국사를 반 밖에 못 맞춘 것 같다고 한다. 원래 공부와는 친하지 않은 녀석이라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들 녀석이 한국사 점수를 말하면서 “아이, 역사는 너무 재미없어. 어렵기만 하구. 꼭 이런 거 배워야 돼?”하는 말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역사는 재미없다. 외어야 할 것도 너무 많아서 대입 공부에도 불리하다. 어차피 필수 과목도 아니기에 적당히 뭉개고 그때만 넘기면 된다“ 국사 과목에 대해 흔히 아이들로부터 듣는 말이다. 이렇게 역사에 대한 홀대의 결과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소유권에 대한 주장을 허용하고 만다. 나랏돈 200억을 들여 중국의 동북 공정에 대응하라고 만든 동북아역사 연구소도 오히려 중국의 논리를 굳건히 해 주는데 일조한다. 중국의 논리가 애당초 옳은 주장이라 역사를 연구하다보니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어쩔 수가 없지만 이 나라 역사 교육과 연구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세력이 소위 식민주의 사관에 물든 세력이기에 기껏 나랏돈 들여 그들의 지위만 공고히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이 이제 한반도 안쪽까지 뻗쳐 들어와 삼만 리 장성이 되어 버렸고 우리 조상들의 광활한 기상이 서려 있던 만주 지역의 역사는 한사군의 한반도 설치설과 임나일본부의 남부 지역 설치설로 축소 왜곡 되어 버린 것이 현재의 현실인 것이다.
이런 암울한 상황 하에서도 이런 왜곡된 역사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끊임없이 사료와 자료를 발굴하여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바로 잡고자 노력하는 일단의 학자들이 있다. 처음 이들의 목소리는 미미하기도 하였거니와 기존 강단 사학자들에게는 이단시되어 어디에서고 들려지지도 않았었지만 이들의 힘과 자료들이 하나씩 쌓이기 시작하고, 마침내 이들의 주장에 한 명 두 명 귀 기울이기 시작하여 이제는 어느덧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사학자들의 한쪽에 신용우씨가 있다.
재미없는 역사를 재미있게 전하기 위해 작가는 소설이란 형식의 당의정을 차용한다. 소설 자체의 완성도가 목적이 아니기에 소설은 소설 그 자체가 갖추어야 할 미덕은 약간 소홀하다. 그리고 이렇게 소설의 옷을 빌려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주장할 때 나타나는 표현의 오그라짐은 어쩔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효과만은, 작가가 의도하는 목적만큼은 확실히 전달되고 있다고 하겠다.
내과의사인 태영광은 내시경 기계를 개조하여 만든 장비를 가지고 역사학자 유병권 교수와 함께 무덤에 뭍혀 있던 책을 찾아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유병권 박사로부터 우리나라 역사의 숨겨진 이면의 이야기들을 건네 듣게 되면서 그의 의식에 파열음이 나기 시작하게 되고 그러다 유병권 박사가 무참하게 살해되면서 그의 유지를 받들어 일본 왕궁 비밀 서고에 숨겨져 있는, 한국의 고대사를 밝혀줄 일본이 쓸어간 우리의 고대 서적들을 훔쳐 나올 계획을 짜게 된다. 그것을 위해 일본의 왕궁 근처 병원에 취업하여 기회를 노리던 그에게 어느 날 일본 왕궁의 특수 요원인 하나꼬가 입원하면서 그 기회가 찾아오게 되고 일단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꼬의 협조를 얻어 일본 지하 비밀 서고에 존재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고서들의 사진을 얻게 되지만 그로 인해 두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이때 이들이 확보한 사진은 이 소설의 한축인 태영광의 애인인 기자 장경애와 경찰 박종일에게로 건네지게 된다.
이상이 이 책 ‘고조선과 대마도의 진실 1’의 개괄적인 줄거리이다. 아직 그 후속편을 더 읽어야 하겠지만 이 일편에서 작가는 많은 흥미진진한 역사적 사실들을 주인공 유교수의 입을 빌어 독자들에게 쏟아 넣는다. 대표적인 것 몇 개만 살펴보면
1. 이토 히로부미의 성장사
2. 본래 조선 땅이던 대마도가 이토 히로부미에 의해서 어떻게 일본의 땅으로 둔갑되게 되었는가
3. 낙랑군의 위치를 밝혀줄 점제현 신사비 사건
4. 한글의 원형인 기점토 문자
5. 단군 조선에 관하여..등등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작가는 아직 학계에서는 위서라고 대접 받고 있는 환단고기를 진서로 설정한다. 물론 연구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덕일 선생을 비롯한 우리 나라의 역사를 연구하는 소위 재야 학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들어 보게 만드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하겠다. 주인공 태영광이 유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민족의식을 찾아가듯이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단지 한자락이라도 우리가 지금껏 배운 역사가 완전한 진실이 아닌 어쩌면 의도된 왜곡의 역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그것을 의도한 이들이 아직도 이 나라의 학계를 지배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알아채기만 한다면, 그래서 우리의 숨겨진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그런 재야 학자들의 주장이 울려 나올 때 적어도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줄 수가 있다면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애쓴 것에 대한 조그마한 보답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