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 대한민국의 알몸
김용진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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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을 때, 차라리 그런 사실 조차 모르고 있으면 마음이나마 편하겠지만 어느 날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낭패감은 참 뭐라 설명 할 수 없는 감정을 가져다 준다. 더욱이 그 모르는 사실이 단지 나와는 관계 없는 가십성의 이야기라면 차라리 ‘나는 그런 저급한 이야기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애써 자위라도 할 수 있지만 그 사실이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도 된다면 그 당혹감은 정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사실을 내가 가장 의지하고 믿어 왔던 이가 일부러 나에게 감추어 온 것이라면, 그리고 그렇게 모르는 내 앞에서는 온갖 미사여구로 나의 기분을 추켜 세워 온 것이라면 그때의 배신감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것이리라.

 

작년에 터진 위키리크스 폭로 사건은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보통은 수십 년이 지나 이해 관계자들이 대부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때 두터운 먼지를 뒤집어 쓰고서나 세상에 나올만한 그러한 기밀들이 따끈따끈한 상태로 지면에 폭로되기 시작 했을 때 당사자인 미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문건에 관련된 전 세계는 그 문서들이 가지는 폭팔력에 한동안 몸살을 앓아야만 했었다. 이 문서들 중에는 당연히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한반도에 관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일단의 기사들이 조금씩 조금씩 언론을 통하여 알려지고 있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그 중 대표적인 것중의 하나가 이명박 정권 초기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의원이 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뼈속까지 친일 친미라는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무너지게 했었던가..

 

이 책의 저자는 현직 KBS의 보도탐사 전문기자이다. (적어도 책의 프로필 상으로는.) 그는 나름 KBS에서 기자로서의 사명감에 충실하다가 현재는 워싱턴으로 좌천(?)되어 간 상태에서 그야말로 발품을 팔아 가면서 폭로된 위키리크스 중 한반도와 관계된 것들을 주제별로 묶어서 이렇게 책으로 내어 놓았다.

 

모두에서 이야기 했거니와 60년 혈맹이라는 미국의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를 우리는 이 책에서 처절하게 확인할 수가 있으며 그 혈맹이라는 것이 미국의 국익 앞에서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를 이 책은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의 KBS의 모습을 볼 때 과연 이 책을 한겨레나 시사인의 기자가 아닌 KBS 소속의 기자가 저술했다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참담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며 더욱 암담한 사실 중의 하나는 요새 유행하는 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렇게 중요하고도 우리와의 직접적인 이해 관계의 내용들이 대한민국의 공중파에서는 전혀 들을 수가 없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간간히 그 일부가 보도되기는 했지만 그 부분에 대한 후속 탐사 보도가 방영되었다는, 그래서 국내에서 그 문제로 논란이 되었다라는 사실이 기억에 없다. 내가 과문해서 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시사와 사회 문제에 나름 더듬이를 세우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본인이기에 이 책의 내용들은 나를 참담하게 만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아예 체념의 단계일까? 이런 문제가 공공연히 세상에 나와도 우리는 이제 분노할 여력마저 없어진 것은 아닐까? 분노마저 포기되어 버린 사회... 정말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적어도 이 책으로 우리의 얼어 붙었던 부조리와 불의와 차별에 대한 분노의 군불이 다시 한번 지펴지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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