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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ㅣ 특서 청소년문학 30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평점 :
구미호 식당이라는 컨셉으로 벌써 4번째 작품이다. 대단한 필력이다. 4권 전부 마치 같은 외투를 입은 양 같은 구조, 같은 동기를 시작으로 하여 작품은 시작된다. 영생을 구하고자 하는 여우, 무언가 결핍을 가진 인간, 그리고 그들의 협상이 바로 이 연작 소설의 외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는 각자가 다르지만 그 결론은 하나같이 삶에 대한 깨달음을 지닌 해피엔딩이다. 마치 같은 외투에 속 옷은 각자의 개성으로 꾸몄지만 의상의 마지막은 똑같은 구두로 통일하듯이...
만일 작품의 주인공과 같이 다른 사람의 시간을 가지고 와서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황진이 시조의 한 구절처럼 ‘외롭고 긴 겨울밤의 한허리를 버혀내어 님 오신 봄밤에 이어붙이는 것’과 같은 것일까? 그런데 소설의 전개는 내가 가지고 온 남의 시간은 내 삶에 물리적 영향을 주지 못하고 두 손의 모래마냥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마치 ‘성진이 입몽하여 8선녀를 아내로 가느리고 살다가 각몽하여 깨어나는 고전 소설 구운몽’과 같다고 할 것인가.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 타인의 시간을 내 것으로 사용할 경우 나 역시 내 시간의 어느 부분을 댓가로 지불하여야만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룰. 그런데 댓가로 지불하는 내 시간이 어느 부분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게임은 나에게 늘 이로운 것이 아닐 수 있다. 정말 내 시간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 댓가로 지불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어쩌면 이 소설은 결국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는 다소 꼰대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가지는 미덕은 인물들간의 사건은 촘촘한 그물과 같이 짜여져 있어 정색하고 가르치는 그런 꼰대의 목쉰 소리는 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 하기사 그렇기에 그 짧은 시간에 네 번째라는 연작이 나올정도로 독자들의 호응이 있었던 것이겠지.
무릇 소설은 쉽게 읽히는 것이 미덕. 거기에 읽고 나서 언뜻 한 뼘 자란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더욱더 땡큐. 그런데 이 소설이 그렇다.